궁수자리 A별
권선애
라디오 문을 열자 별의 소식 듣는다
닿지 않아 반짝이는 먼지의 덩어리처럼
어디를 맞춰야 할지
가늠하지 못한다
어둠이 뚫리면 과녁은 몇억 광년
낮 빛을 다 써버려 딴 세상을 떠돈다
수없이 헤어지고 만난
별자리의 부음들
실패의 그날들은 블랙홀에 빠질까 봐
우울 볼륨 높이려는 정오의 밤 데이트
앞집이 바로 보여도
먼 길을 돌아간다
돌아보지 못해서 화살촉으로 변한 말
주파수 등에 꽂혀 귓속이 캄캄하다
목표를 밟는 곳마다
라디오가 꺼진다
ㅡ《계간문예》202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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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2013년 《포엠포엠》 시 등단, 2021년 《중앙일보》 중앙신춘시조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