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궁수자리 A별 / 권선애

by 권선애

궁수자리 A별


권선애



라디오 문을 열자 별의 소식 듣는다


닿지 않아 반짝이는 먼지의 덩어리처럼


어디를 맞춰야 할지

가늠하지 못한다


어둠이 뚫리면 과녁은 몇억 광년


낮 빛을 다 써버려 딴 세상을 떠돈다


수없이 헤어지고 만난

별자리의 부음들


실패의 그날들은 블랙홀에 빠질까 봐


우울 볼륨 높이려는 정오의 밤 데이트


앞집이 바로 보여도

먼 길을 돌아간다


돌아보지 못해서 화살촉으로 변한 말


주파수 등에 꽂혀 귓속이 캄캄하다


목표를 밟는 곳마다

라디오가 꺼진다



ㅡ《계간문예》2025년 가을호

ㅡㅡㅡ


ㅡ2013년 《포엠포엠》 시 등단, 2021년 《중앙일보》 중앙신춘시조 등단.

keyword
작가의 이전글꼴 / 권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