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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 / 권선애

by 권선애


권선애



꼴을 베는 열세 살

꼴 보기 싫었다


친구들 놀려대는 웃음소리 떠올라

여물통 채울 때마다

노려보던 외양간


지각한 책가방엔

들판을 챙겨 넣어


걸음마다 따라온 황소의 되새김질

손끝에 배인 풀물은

어린 나를 키웠다


되새긴 날 삼키면

달라붙던 꼴불견


소 팔아 키운 이름 갈아엎고 싶을 때

고삐 쥔 우직한 날들

내 모습 밀고 간다



ㅡ《계간문예》2025년 가을호

ㅡㅡㅡ


ㅡ2013년 《포엠포엠》 시 등단, 2021년 《중앙일보》 중앙신춘시조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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