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풍경 스케치
서울살이 시절 출퇴근 시간은 1시간 반. 뭔가를 보거나 듣지 않으면 지루함을 참을 수 없을 때가 있었습니다.
결혼 후 저는 오히려 가까워졌지만 와이프의 새 직장까지 가는데 무려 2시간 반.
하루 5시간을 길에서 허비하며 지쳐하는걸 안쓰러워할 즈음 제주살이를 시작했습니다.
1년 여간의 자발적 백수를 마치고 지금 회사로 첫 출근하던 길에서 느꼈던 흥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 제주에 살게 된다면 저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꿈꾸던 그곳에 들어가 일을하게 됐으니 말이죠.
하지만 저희 집은 이효리 씨 덕분에 유명해진 애월 초입, 서쪽에서 비치빛 바다로 아름다운 함덕해수욕장 옆 북촌에 위치한 사무실까지 차로 1시간여 거리입니다. 와이프 직장은 그 중간에 있는 화북인지라 함께 출퇴근할 수 있으니 큰 불만은 없지만 10분만 넘어가면 '장거리'로 취급하는 제주에서 만만찮은 거리를 이동하고 있는 거죠.
아주가끔 가까운 곳으로 이사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엄청나게 오른 집값 때문에 부담스럽기도 하고 나름 바다와 하늘 풍경을 볼 수 있는 곳, 비경을 간직한 무수천 옆 지금의 집을 포기하기엔 아깝더군요. 그래서 즐기기로 했습니다. 시내로 관통하는 빠른 길을 버리고 조금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고 나니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 됐습니다.
조석으로 드라이브를 하며 계절 변하는걸 물씬 느낄 수도 있고,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살고 있다는 행복을 만끽할 수 있게 된 거죠.
가을을 재촉하는듯한 하늘빛, 오늘은 눈으로만 담고 출근하기엔 너무 아까워 카메라를 들고 기록을 남겨봤어요. 퇴근길에는 인근 바다에 들러 저녁 반찬용 물고기나 잡아볼랍니다.
어떠신가요.
이만하면 제주살이 괜찮은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