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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 봉작가 Dec 27. 2022

당신의 체리가 열리지 않는 이유

아마 식물을 좋아하고, 특히 체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단독주택 마당에 또는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으로 체리묘목을 심어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묘목을 심으며 미래에 주렁주렁 매달린 맛있는 체리를 기대하게 되죠.

체리는 심는 것 그 자체만으로 설렘을 줍니다.

체리는 일단 눈으로 즐겁고, 그 맛에 행복해지는 과일이니깐요.  


문제는 체리나무는 그럭저럭 살아남아 자랐는데

몇 년이 흘러도 체리가 열리지 않는다는겁입니다.

 

저 또한 체리의 특성을 모르던 시절,

시골 장터에서 구입한 다섯 그루의 체리 묘목을

집 마당 한구석에 정성스럽게 심었습니다.

 

그중에 세 그루는 죽었고, 두 그루는 살아남았습니다.

몇 년이 지나니 어린 체리나무는 사람 키만큼 자랐습니다.


그런데 기대했던 체리열매는 6년이 되어도,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꽃이 폈지만, 이내 꽃잎은 지고, 결실은 없었습니다.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체리는 안돼!" 하며 상심하였죠.

 

그러나 체리에 본격적 관심을 갖고, 농장을 준비하고, 자료를 찾아보니 그 원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원인은 수분수였습니다.


체리는 수분수가 필요합니다.

체리는 세상에 약 1,500종 정도의 다양한 체리나무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꽃이 피는 시기, 열매의 크기, 열매의 맛, 나무의 키 등, 저마다 다른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성질의 체리 나무들은, 서로의 결실에 영향을 미칩니다.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체리나무의 꽃가루가 중요합니다.  

 

'라핀'과 같이 자가수정 되는 종도 있지만,

대부분의 체리나무는 서로 다른 꽃가루가 필요합니다.

  

농장에 한 종류의 체리나무가 수십 그루가 있어도, 체리열매는 열리지 않습니다.

체리나무는 나 혼자 결실을 맺을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람이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다른 모습의 체리나무가 필요합니다.

 

다른 종류의 체리나무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수정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체리나무는 각각의 체리꽃이 피는 시기와 지는 시기는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서로의 꽃들이 스쳐 지나가야 합니다.


수정이란  벌과 나비가  체리꽃와 체리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서로의 꽃가루를

곤충들이 묻혀 전달하여 발생하는 과정입니다.  


벌과 나비는 사랑의 큐피터이며, 수정은 새로운 생명의 잉태인 것입니다.

아직은 덜 익은 체리, 이 아이는 커서 맛있는 체리가 된답니다.

서로 다른 체리꽃이 피고 지는 시기가 어느 정도 겹쳐야 하는데

서로 스치지 않는다면, 당연히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겠죠.


체리의 결실도, 사람의 사랑처럼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연히라도 스쳐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결실을 맺죠.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 걸까요? 그 비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우선 맨 처음 핀 체리꽃잎들의 잘 따서, 잘 보관했다가 다른 종의 체리나무에

꽃이 피면 그 꽃을 다른 체리꽃에 문지르는 것입니다.  


매년 체리꽃잎은 따 놓아 보관해 놓았다가, 다음 해 맨 처음 열리는 체리꽃에도 문지르면 되겠죠.

벌이 하는 역할을 사람이 대신해주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인공수정입니다.


이러한 방법을 한 결과,  

마당 한편에 체리나무에서 처음으로 결실을 맺혔고,

몇 알의 달콤살콤한 체리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자연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서로에 영향을 끼치며 그 결실을 맺고 성장해 나갑니다.  

당신의 체리가 열리지 않는다면, 한 번쯤 이 방법을 써 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체리가 마법처럼 열기를 기원해 봅니다.


By 브런치 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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