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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 봉작가 Jun 18. 2023

체리숲, 이상이 현실로 자라다.  

가족은 8년 전 황무지 땅에 잡풀을 제거하고, 

돌을 골라내고, 체리나무를 심었다. 


나무 간격은 아이들이 뛰어다닐 만큼 조금은 여유롭게 잡았고

나무 높이는 아이들도 딸 수 있도록 낮게 가지를 잡아당겼다. 

농장바닥은 제초제를 치지 않으려 토끼풀 씨앗을 뿌렸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체리의 계절, 아이들의 체리숲이 놀이터가 되는  


우리나라에서 체리나무를 기른다는 말에 

농사경험이 있는 몇몇 사람은

한심스럽게 바라보고, 어이없어했고,

농사는 힘들고 돈이 안된다고 했다. 


다만,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는 않았고, 

체리나무가 죽으면, 그 위에 다시 나무를 심었고,

벌레가 나무를 뚫고 들어가면, 그 벌레는 잡았고,

나무가 병이 들지 않게, 방제도 하고,

멧돼지가 들어오면, 울타리로 쳤다. 


몇 년간 아무 소득 없는 체리농사에

일상에서 번 돈을 체리농장에 소진하였다.

    

몇 년이 흘렀고, 한 소쿠리 정도의 체리열매가 조금 열렸다.

첫 체리는 그동안 고생의 가족의 몱이다. 

가족은 첫 체리를 함께 맛있게 먹었다.


그다음 해 체리가 좀 더 열리자,

조금은 특별한 아이들과 그 가족과 함께하는 

체리 축제를 시작하였다. 


축제의 내용은 이렇다. 

체리 따기, 풀썰매 타기, 숲 속 물총놀이, 고사리 따기 


직접 체리를 따서 먹어보는 경험

농장의 언덕 위에서 아빠가 끌어 주는 아빠표 풀썰매 타기. 

빨간 대야에 물을 가득 채워,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숲 속 물총놀이하기.

농장 한편에 심어 놓은 지리산 먹고사리를 수확해 보기.   


그렇게 체리의 계절, 모두가 즐거운 

체리숲은 체리숲 놀이터가 된다. 


그렇게 올해 4번째 체리 축제를 가졌다.


특별한 이야기 하나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한 남자아이가 있다. 


아이는 2년 전 축제에 체리농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그런 아이가 일 년 전에는 농장에 들어왔지만, 여전히 울고 떼를 썼다. 

그때 난 물이 가득 찬 대야에 아이를 데려갔고, 아이는 물을 보자 기분이 이내 좋아졌다. 

 

올해는 어떨까 궁금했는데, 아이는 올해 울지 않고, 

온전히 가족 모두가 체리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체리나무가 자라듯, 아이들도 자란다.

체리숲의 기억은 아이를 좀 더 행복하게 자라게 한다. 


아마, 지금의 체리와의 추억은 

어느 날 아이가 자라서, 힘겨운 일을 겪어 나갈 때,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힘을 낼 수 있는 삶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아 ~ 어릴 적에, 시골 오솔길 언덕길을 걸어 올라,

체리농장에 엄마랑 아빠랑 체리숲에 갔었지 

햇살은 뜨거웠고, 더웠지,  


근데, 그때 농장에서 먹은 체리 맛은 참 맛있었지,

그때 아빠가 풀 위에서 썰매도 끌어줬어,

아빠는 힘들어했는데, 난 너무 재미있었어


친구들과 아저씨들과 물총놀이를 했는데,

서로 쏘고 했는데, 

더위는 날아가고, 너무도 시원했었지"

그때 참 좋았어"


아이는 그때의 좋았던 유년시절의 기억하나로

현실의 삶의 힘겨움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유년기의 정서적 토양은 평생의 자산이며, 삶의 원동력이다. 

맛있는 체리가 건강한 토양에서 만들어지듯 말이다. 

 

가족은 돈도 되지 않는 힘겨운 노지 체리농사를 8년째 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하는 건,

가끔은 인생엔 돈보다 설레는 것이 있고, 


그리고 지금 체리농사를 함께 짓는 이 순간이, 

가족의 함께한 기록이자 추억이기 때문이다. 


By 브런치 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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