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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 봉작가 Oct 01. 2024

올해의 체리는, 작년의 노고다.   

세상일이 노력한다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체리농사가 그렇다. 체리는 사람의 정밀한 관리가 없이는 한알도 맛 볼 수가 없는 과일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비싼 과일이며 보통 가정집에서 체리나무를 심지만, 쉽게 맛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체리농사 십년간의 재배경험의 통해 터득한 노하우는 다음과 같다. 올해의 체리의 수량과 품질을 결정짓는 것 중 하나가 작년의 체리잎의 관리이다. 6월 체리의 수확 계절이 지나며, 그 이후 꽃눈이 형성이 되어간다.  

꽃눈이 통통하고 싱싱하기 위해서는 꽃눈에 충분한 영양분을 오래도록 공급하는 10월 이상까지의 잎이 존재하는냐가 중요하다. 보통 그전에  시들시들 병들어 잎이 떨어진다.  


국산체리는 4월에 체리꽃이 피고 5월 말에서 6월에 중순까지 열매를 맺는 작물이다. 다른 국내과수에 비해 수확시기가 빠르다.  늦은 6월 중순 체리수확을 모두 마치면, 마치 올해 체리 농사가 끝난 것 같다.  


진짜 고수는 체리수확철이 지난 후부터, 내년 체리를 준비한다.


수확철이 지나도 할일이 많다. 7월 초 여름철을 시작으로 체리나무 가지치기를 해줘야 한다.


가지치기의 과정은 선택과 집중의 과정이다.


어떤 가지를 남겨 놓고, 어떤 가지를 제거하냐를 선택해야 한다. 보통 쭉쭉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는 긴 가지가 1순위 제거 대상이다. 이 가지들은 열매를 맺기보다는 하늘로 치솟고, 자신의 덩치만 키운다. 농부에게 수확의 결과를 주는 건, 옆으로 축 뻗은 가지들이다. 그래서 가지치기에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또한 가지치기를 하는 이유는 꽃눈과 잎들이 서로서로 충분한 햇살을 쬘 수 있도록 하며, 그 사이 바람이 지나갈 길을 만들어 주며, 나무의 전체 균형을 맞춘다.  


삶이나 나무가지나 적당한 간격과 여유가 중요하다.

또한 수확이 지나고 할일이, 틈틈이 농장바닥의 풀도 깎아줘야 한다. 한 해는 게으르고 안이한 마음에 풀을 안 깎고, 성인 허리 높이 까지 풀을 그대로 놔두어 보았다. 어차피 체리철도 지났고, 나무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문제가 발생했다. 풀이 우거지니, 농장 안이 습해졌고, 병충해 피해가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우거진 숲은 고라니 및 멧돼지에게 최상의 은폐된 서식처가 됐다. 또한 고라니가 어린 체리나무의 여린 잎을 야금야금 먹는 문제가 발생했다. 태양광 전기 울타리가 있지만, 이 매력적인 은식처에 고라니 들이 비집고 들어 왔다. 이후에 예초작업을 농장안에 숨을 곳이 사라지며, 고라니의 출연빈도로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또한 체리철이 지나도 방제기간 간격을 설정해 농장 전체 방제를 해야 한다. 아무리 오염되는 청정지역이라도, 생태계 안에는 다양한 질병과 병충해들이 존재하며, 나무를 공격하려고 한다. 특히 체리나무 속을 파고든 순나방 애벌레는 사람이 일일이 제거해 주어야 하며, 미리미리 출현빈도를 낮추어야 한다. 아니면 나무 하나하나를 아작내 버린다.


여름날에 '가지치기', '예초작업', '방제' 등을 하기 위해서는, 새벽녁에 농장으로 나서야 한다. 여름날에 오전 10시 이후는 뜨거운 햇살에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부지런한 농부가, 이른 새벽. 서둘러 해 뜨기 전, 체리밭으로 나서는 이유다.

체리농사를 통해 깨달은 삶의 교훈은,  밥벌이가 그렇고, 글쓰기가 그렇고, 체리농사가 그렇고, 세상 모든 일이 그렇 듯.  세상에 가치있고 생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지루하고, 반복되고, 참아야 하는 인내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By 브런치 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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