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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 봉작가 Sep 18. 2024

자폐를 위해 대형 수영장을 만들다.

발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폐에서 나온 공기라 성대를 지나, 혀와 치아를 거쳐 말소리가 된다. 일단 공기를 뽑아낼 있는 폐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폐의 능력을 좋게 하려면 뭐가 좋을까? 당연히 운동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운동이 좋아도 중증의 장애를 가진 자폐 아이들에게 운동을 하라면, 과연 협조적으로 잘할까? 나이가 어리고 중증의 자폐성을 가진 아이의 경우, 교사의 의도대로 따라 주지 않을 확률이 높다. 서로가 재미있고, 즐겁고, 상호작용하며 함께 있다면 좋겠지만, 이 아이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틈틈이 별짓을 다 시도하는 치료사로서, 주목한 건 난 수중 활동이다. 


자폐아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 있는 것을 끌어내고, 서로 상호작용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사실 자폐아이가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놀이는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일단은 흥미를 갖고 지속가능한 놀이의 수를 늘리는 게 일차적 목표다. 


경험상 분명 아이가 관심을 갖고, 호기심을 보이는 놀이는 존재한다. 그것 찾고 프로그램으로 개발해야 한다.  


본능적으로 대부분의 아이들은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양수 속에 지내며, 물은 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물질이고 환경이기에 물놀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 물질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여름이면, 준비운동으로 대형 트램펄린에 아이들을 뛰게 만들고, 땀이 날쯤에, 긴 호스로 물을 뿌려 준다. 시원함과 상쾌함이 몰려오고,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웃는다. 여름날의 물 뿌림은 시원하고 상쾌한 경험이다.  

 

몇 년 전 초기에,  여름 때면, 방수천으로 만든 임시 수영장을 만들어, 수질 관리를 위해, 물을 퍼내고, 다시 담기도 하는 무모한 도전을 하였다. 당연 아이들은 좋아했지만, 물을 퍼고 담고의 과정에 내 몸이 고단하고 피곤했다. 

예전에  무한도전 예능에 목욕탕 물을 퍼담는 장면이 있는데, 마치 내가 무한도전 식으로 흙더미를 활용하여, 움덩이를 만들어 물놀이터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였다. 수업이 끝나면, 물을 다시 퍼내고, 다시 물을 담는 방식을 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 그대로 무한 도전이었다. 


이런 실험적인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특히 자폐 아이의 경우, 관심이 적은데, 수업에 한계가 있는데, 이러한 시도를 통해서라도  관심을 갖게 하고, 좀 더 효율적이게 상호작용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자폐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물을 좋아하느냐? 처음에는 무서워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대부분 물에 익숙해지며, 너무도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게 되었다.  


물이라는 환경을 통한 접근이 유용하다는 판단이 서자, 작년에 체리판 돈으로 큰 맘을 먹고, 약 10미터짜리 대형 인덱스 수영장을 샀다. 


수영장 부품이 도착. 주변사람 모두가 큰 부피와 무게에 경악을 했다. 이 큰걸 어떻게 설치하고, 어떻게 운영할지? 


사실 몇 년을 고민하여 내린 결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을 지속여부와 보관, 수질의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였는데, 일단은 저지르고, 후회는 나중에 하기러 했다.  


작년 처음으로 세 명이 낑낑 대면서, 설치를 하였다. 수영장을 놓은 지표면 평평하게 땅을 고르고, 설치 매뉴얼에 따라, 순차적으로 재료를 나열, 설치해 나갔다. 설치에 하루가 걸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고 걱정됐던 수질관리는 사전 조사를 통해 모래필터와 소금물 전기분해를 솔트워터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전기만 연결되면, 몇 시간 간격으로 자동정화를 하는 시스템을 적용하였다.  


그 결과는... 대만족이다. 최소한 물을 퍼고, 다시 담는 수고가 줄었다. 그렇게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6월부터 9월까지 수중에서 하는 활동을 시도하였다.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개월 물속에서 활동을 하였는데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의 긴장도가 줄고, 물에 대해 관심과 물속에서 놀이의 방법을 스스로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에서 흥미롭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아이는 조금씩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좀 더 발화가 발생했다. 


얼마 전 다시 철거하고 정리하는데 하루가 소요되었다. 그나마 작년보다는 경험이 생기다 보니, 덜 힘이 들며 정리가 되었다. 


최근에 언어치료학과 학과 강의를 하며, 학생들이 실습에 가장 어려워하는 장애아동이 무발화 자폐아동이다. 처음 하는 실습도 힘든데, 이 아이들과 어떻게 수업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다. 내 과목은 아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몇몇은 조언을 구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은, 경력자인 나도 아직도 어렵다. 그러나 자폐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어떠한 제한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른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아이들도 좋아하는 게 있고, 싫어하는 게 있고,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다 안다. 최대한 대화를 하듯이 관계하고 대화하며, 이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라는 것이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놀이와 교육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와 경험, 도전, 창의적인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이 자폐아이와의 간극이 좁아지고 서로가 감정을 교류하고 주고받는 상화작용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By 브런치 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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