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대의 후반의 남자,
드라마를 쓰고 싶다는 마음에
여의도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을 지원했다.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노량진을 향하면 한강을 지난다.
맑은 날의 잔잔한 한강의 풍경도 있고
빗줄기가 지하철 창문을 거세게 부딪치는 날에는
거칠게 출렁이는 한강의 모습도 있다.
서울역 향하는 퇴근시간대에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쓸쓸한 장면이 떠오르는
하늘이 붉게 물드는 풍경도 있다.
사계절 이 한강을 지나니.
35쪽짜리 단막극 대본초안 세편이 완성됐다.
드라마 작가반 동기들은
이십 대부터 오십 대까지 나이대부터
학생부터 의사까지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저마다 드라마 작가란 꿈을 갖고 시작하지만,
이 세계도 소수의 능력자만이 살아남는
치열한 프로의 세계라는 걸 새삼 느끼고,
점점 그 수는 줄어든다.
얼마 전, 여의도에서 수업 후 현직 작가 교수님과의 팀별 회식자리.
옆자리 이십 대 후반의 여성 작가지망생은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 속에
줄어드는 통장 잔고와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하고 막막하다고... 고민을 털어놓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청춘의 꿈은 꽤 비싸고, 늘 불안하고 막막하다.
회식자리 맥주잔이 오가며,
조심스럽게
늦깎이 초보 작가 지망생은 전공자 젊은 작가지망생에게 말한다.
"때론, 모든 걸 올인하지 말고,
자기만의 속도로 천천히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사람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고,
쓰는 이 과정이 나중에 뭐든 남는 게 있지 않을까요?"
"인생에 물음표 말고,
느낌표 달고, 건필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