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미니 여행에서 찾은 감동
출근길, 공항행 좌석버스 창가에 앉으면 90분간의 작은 여행이 시작된다. 번잡한 시내를 벗어나 낙동강 변의 풍광에 넋을 잃고, 여행객들의 설렘과 타국에서 돌아온 젊은이들의 금의환향을 응원하는 색다른 출근길이다.
이 길의 즐거움에 더해, 나는 늘 기다려지는 한 승객을 마음에 품고 있다. 백 킬로그램은 족히 넘을 건장한 체구, ‘왕과 나’의 율 브린너를 닮은 외국인 남성이다. 지인도 아니고 인사를 나눈 적도 없지만, 그의 일관된 태도와 인품에 감동하며 어느덧 가슴 속 친구가 되었다.
내가 오르는 정류장에서는 빈자리가 많음에도 승객들이 앞다투어 버스에 오른다. 그러나 몇 정거장을 더 지나 만석이 되었음에도 줄을 서서 차례를 지키는 곳도 있다. 모두 같은 요금을 내지만, ‘앉을 좌석이 없다’는 모순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흥미롭다.
그 속에서 나의 외국인 친구는 언제나 마지막에 승차한다. 승객이 많은 날이면 출입문 계단에 서 있기도 한다. 중간 기점에서 빈 좌석이 생겨도 그는 재빠른 젊은이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어준다. 불편하게 앉은 이에게도 원망이나 불쾌한 기색은 없고, 오직 빙긋이 웃는 여유만이 그의 품격을 드러낸다.
오늘 아침도 쾌청하다. 승객들의 표정은 밝지만, 공항버스답게 크고 많은 가방들로 통로가 붐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짐을 밀어주고, 여성의 무거운 가방은 번쩍 들어 옮겨준다. 국방색 티셔츠에 금색 명찰, 검소한 차림 속에서 친절과 절도 있는 품위가 함께 전해진다.
군부대 앞 정류소에 도착하면 그는 임무를 완수한 듯 당당히 내린다. 부대 방향으로 유유히 걸어가는 뒷모습은 영화 속 영웅처럼 반듯하다. 오늘도 그는 큰 체구보다 더 큰 감동을 남겼다. 그의 일관된 행동은 신뢰와 존경의 메시지였고, 그것이 바로 품격 있는 배려의 기술임을 깨닫는다.
배려 넘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그의 모습은 따뜻한 감성과 함께 ‘사람 사는 냄새’를 남겨준다. 나는 그를 떠올리며 오늘 출근길도 즐거웠다. 버스에서 내릴 차례, 나 역시 그의 자세를 닮아 넉넉한 여유와 옅은 미소를 띠며 기품 있게 정류소에 발을 디뎠다.
발걸음이 힘차고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