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가지마다 걸린 바람의 고백

by 세바들

세월이 굵은 가지를 만들자 이웃의 군상들이 모여 잔가지 되어 하늘을 엮어 놓았다.
못난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데,
그 자태로 족히 수백 년을 지켰으니 감개무량 하구나.
겨울엔 눈꽃을, 봄이면 초록의 꽃, 여름이면 나무 아래 웃음꽃 피우더니…,
그러다 가을이면 오색 원삼에 족두리 썼을 너의 이야기 조곤조곤 들려온다.
그렇구나! 그냥 미운 놈과 도둑놈, 야비한 놈,
쳐 죽일 놈까지 품어내며 눈보라에 비바람까지 막아 주었으니,
숯검뎅이된 가슴이 오죽했으면 나목으로 겨울바람 맞고 있을까?

무작정 걷다 멈춘 곳.
아니 가까이 더 가까이 유혹하여 그대 앞에 어찌 나를 세웠나.
마을 수호신 되어 꽃처녀 사랑 지켜줄세라, 젊은 아낙의 긴 한숨 씻어줄세라, 한 많은 어머니의 애환은 바람 되어 스쳤겠지.
해지고 별지고 사람이 지면 숱한 이별에 석별의 정 담아 둔 그대는 나목이었다.

무심코 바라보다 높은 곳에 시선 멈추니,
목 아플 만큼 쳐다보다 잔가지마다 내 마음 달면, 하얀 마음이 되려나.
어두워진 귀에 발목 잡히고, 허약한 신체가 용기를 삼켜버린 젊은 날에, 많은 형제 속의 장남이란 굴레가 실없는 사람 되어 버렸네...,
난해한 내 마음 그대 끝자락에 매달면 하나씩 위로될까 욕심내다 어찌할까~그냥 돌아섰다네.

박완서 선생은 말했다. (...)고목은 ‘지금의 나에게 웬일인지 그게 고목이 아니라 나목이었다’
나에게도 나목은 희망이고 멋이 건만.
팬데믹으로 활기 잃은 일상도 언젠가 생명력 느껴지는 나목처럼 힘차게 걸어 보길 소망한다.
아직도 겨울,
봄을 기다리는 너는 아름다운 나목이어라















<부산 강서구 명지동 해척마을 "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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