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하는 자식들

보고서로 제출되는 효도

by 세바들

늙은 부모 앞에서

우리는 왜

말이 많아질까.


부모님을 뵙고 왔다는 말 끝에

밥을 해드렸고,

병원에 모시고 갔고,

집을 고쳐 주었다는 이야기들이

서로의 어깨 위에 쌓인다.

효도는 그렇게

보고서처럼 제출된다.


나는 듣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그러나 말이 길어질수록

부모의 얼굴은 흐려지고

자식의 목소리만 또렷해진다.

그때, 마음 한쪽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아들이 만든 자리, 타인으로 남겨진 어머니>


자식은 부모 앞에선

나이를 먹지 않는지도 모른다.

망칠의 주름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서운함을 먼저 말하고

이해받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마음이 문을 닫는다.


그래서 어느 노인은

자식이 필요 없다고 말했단다.

사랑이 아니라

기대가 남았기 때문에.


오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어머니를 떠올린다.

해 드린 일보다

하지 못한 말들이 많아

그것들이 먼저 손을 잡는다.


미안하다는 말은 늦고,

죄송하다는 말은 가볍다.

남은 것은

부르지 않아도 스며드는 이름,

그리움이라는

조용한 체벌뿐이다.


[어머니, 효도가 물질적인 '행위'가 아니라, '존재'와 '마음'을 나누는 것임을 깨닫게 해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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