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하는 자식

가을 끝자락의 고백

by 세바들

만추의 낭만이 서둘러 떠나면

초동을 알리는 서리 전보가 긴급히 배달되리라.

아니다. 시골 어머니 근황이 먼저 오리다.

며칠 전 숙제 하듯 훌쩍 다녀왔다지만

힘겨운 걸음걸이며 위 옷 걸치는 동작이 힘겨워 보였는데…


바늘구멍 황소바람 든다기에

부산 떨며 바람구멍 문풍지 붙이듯,

이 잡듯 찾아 막는 건, 알량한 숙제로 대신하고

얇은 이슬에도 미끄러울까 방지 테이프 붙여놓은들…


철 지난 선풍기 내리고

현관문, 방문이며 장석마다 윤활유 칠했다고 부드러움 좋아져도

노쇠해진 어머닌 그래도 힘겨울 것이다.

다시 보일러에 전기장판 점검하며

동작 방법 연습시켜 보는 자식은 양심의 숙제가 아니겠나…


며느리는

철 지난 옷 세탁하고 겨울옷 꺼내 걸다,

이것저것 걱정하며 “지금부터 이 옷 입어야 해요~” 하자.

듣기 싫다며 역정을 내신다.

그래도 억지로 패딩점퍼 입혀 드리니 싫지 않은 듯,

뒷짐 지고 나가시며 "이제 빨리 가라" 재촉하신다.


내쫓듯 빨리 가라는 어머니.

<남해군 미조면 마을입구 최영 장군의 충절이 깃든 '장군당’>

가슴속에 담아둔 정성의 표현임을 어찌 모를까,

어쨌거나 바쁘게 돌아 나오는 자식의 발길도 무겁다.

높은 산 오르듯 느리다지만

장군당 고갯길 돌아서면 잊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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