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집은 큰 대문이 달린 뜰아래채가 있어 어둠이 내리면 무섭기도 했었지요. 어둠이 짙어지면 대문 밖 화장실은 두려움으로 가득하였고, 대문을 조심스럽게 밀어도 삐걱거리는 날카로운 소리는 마치 낯선 이를 경계하듯 경보음이 되어 자지러지게 하였네요.
소년은 엄마가 있는 큰방을 향해 달음질쳤고, 검정 고무신 자유롭게 춤추며 “엄~마”를 외치는 간절한 외침은 급히 닫치는 방문 소리에 섞여 마당 가득히 울려 퍼지자, 온 가족 웃음꽃 되어 달님 품으로 스며들었든 유년기가 있었습니다.
성년이 되어 까까머리하고 군사훈련소에 입소하니, 소대장은 세상을 다 잊고 과거를 지워버리라 하였지요. 훈련이 절정에 이를 때였습니다. 얼굴에 숯검정 칠하고 뛰고 기다 지치면, 소대장이 야간 훈련 마무리하겠다며 노래시켰지요.
사내들의 애창곡 ‘눈동자’를 시키고는 애꿎게도 훈련병의 심기를 더 울리고 싶었는지 “한·곡·더”, “발사 준비”하는 함성이 허공을 지르자, 이어진 곡은 ‘어머님 은혜’였습니다.
질서 있고 힘차게 시작한 노래는 하나둘 음 이탈과 함께 대열이 흐트러지는 느낌이었지요. 애송이 훈련병에겐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움까지 담긴 눈물은 몽땅 별님께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앳된 사내들의 검은 얼굴엔 숨길 수 없는 두 줄기 고랑이 생기고, 서로를 향해 한바탕 웃음을 발사하니, 엄마가 어머니 되어 가슴에 둥지를 틀었지요.
어머니는 고독하고 방황하던 청년기에 깨달은 숭고한 존재이자 영원한 채무의 이름이었습니다.
세월 속에 그 아들이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는 두 개의 태양 아래 놓이게 되었습니다. 무서움에 외친 ‘엄마’는 가슴 깊은 곳에 남아 원형의 사랑을 간직하고, 눈물짓게 한 애틋한 '어머니'는 세월의 강물 속에 숨겨진 시간의 은총이 되었습니다.
엄마와 어머니는 아들의 연인, 아내도 그 아들의 연인이 되어 늘 가슴 저미게 하더이다. 다르듯 같은 연민의 정까지 가슴으로 품고 지켜야 할 '엄마, 어머니'며 '아내'가 아닌가.
지나고 보면 알게 되어도, 오매불망 가슴에 숨겨진 이야기는 한 잔 술로 지워버리지 못하니,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별님들의 사랑이,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이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