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인터뷰 문답집 <Hey,> 4월호
[소소위시 인터뷰 문답집 프로젝트 <Hey,>]
Heyday를 살고 있는 20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20대가 가장 고민하고 생각하는 여러 주제들에 대한 사적이고 의미 있는 사유의 대화들을 엮다.
소소위시 인터뷰 문답집 <HEY,>
2021년 4월의 질문
"배워 보고 싶은 거 있어?"
성은지 / 컴퓨터공학 / 24 / 여
(in 수원 라피에나)
은지 부동산.
원 부동산? 오 재밌다. 부동산은 왜인가?
은지 난 사실 너처럼 집을 꾸미는 것보다 집 자체에 관심이 많다. 집은 투기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지 않나.
원 나름의 의미가 담겨 있구나.
은지 그래서 아는 오빠가 어느 동네에 놀러 가면 그 동네의 부동산을 꼭 들러보라 하더라. 이 집 주변엔 뭐가 있고 ...(하는 것들을 보라고).
원 되게 신선하다. 네 말처럼 집은 사는 공간 즉, 라이프스타일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확실히 도심 한복판에 있는 집에서 사는 사람과 전원에 있는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다르지 않겠나.
은지 당연하다.
박미나 / 통상 / 24 / 여
(in 서촌 스태픽스)
미나 사실 나 작년에 부동산 공부했었다. 근데 난 성은지 같은 이유가 아니라 ‘아, 진짜 세상을 알아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내리고 하는 것을 내가 알아야 안 당하고 살겠구나’라는 생각에서였다.
원 생존의 문제인 건가? (웃음)
미나 '똑똑하게 살아야지!' 경제를 알아야 살아갈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집 자체도 좋다. 나한테도 집은 큰 의미고. 하지만 그런 이유에서 부동산을 공부하고 싶어졌다는 건 정말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된 것 같다.
원 부동산에 대해 나는 전혀 관심이 없다 보니 그런 관점을 듣는 게 정말 흥미로웠다. 그때 이 질문 자체가 굉장히 좋은 질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미나 난 사실 이미 저지른 것도 많다.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등록해 놨는데 (인강을) 안 듣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게 너무 많다.
원 한국어를 배워서 언젠가 외국인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꿈이 있는 건가?
미나 그렇다. 온라인으로도 좋다. 적당히 취직해서 내 직업적 커리어를 쌓는 한편, 나머지 시간엔 블로그로 수익도 얻고 (싶다)
원 맞다. 요즘엔 부업의 시대다. 그게 당연해졌다.
미나 부업으로 생각하는 게 바로 스페인어와 바로 한국어 과외다. 나중에 라틴 아메리카를 여행하며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은 게 나의 작은 꿈이다. 문제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너무 많다는 거다. 잠을 줄여가며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정도의 의지가 나지 않는다.
원 '당장' 배울 여유는 나지 않는다는 말이지 않은가. 근데 나중에 해 볼 수도 있는 건데, 최대한 빨리 하고 싶다는 건 그냥 개인적인 욕심인 건가?
미나 인강 기간이 올해까지다. 이번 여름 방학에는 자격증 시험을 치러야 돈이 안 아깝다. 근데 또 나의 커리어적인 스펙을 생각하면 당장 여름 방학에 해야 할 건 인턴이 급선무인 것 같다. 그래도 일단 시작해 보는 게 나으려나?
원 인강 값이 아깝다면? (웃음) 그렇다면 그냥 너만의 '마감'을 정해라. 사실 누가 강요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정해진 마감이 없다 보니 한없이 미루려면 미룰 수 있다. 그러니 정말 원한다면 너만의 마감을 정해야 한다. 아니다. 그냥 내가 정해주겠다.
미나 좋다. 차라리 정해줘라.
원 8월에 (자격증을) 따는 걸 목표로 해라. 그럼 이제 그때까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을 궁리하는 수밖에 없다. 매일 하나씩 듣든 하나를 이틀에 쪼개서 듣든 어떻게든 시간을 할애해라. 그만큼 가치 있는 꿈이라면. 진짜 나중에 라틴 아메리카에 가서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미나 나의 문제점이 또 뭐냐면, 진짜로 시도해 보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올까 두려워 사람들에게 이런 꿈을 가지고 있다는 걸 밝히지 못한다는 거다. 나 그냥 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가볍게만 말하게 된다.
원 너의 포부를 있는 그대로 말하기보다 좀 걸러서 말한다는 거구나.
미나 또 지금 제대로 된 직업의 방향도 못 정한 상태에서, 부차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선생'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지도 않다. 근데 내가 과연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도 되는 건가 싶다.
원 물론이다. 난 그런 가벼운 마음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고 본다. 뭐든 거창하게 마음먹으면 생각할 게 많아진다. 나의 경우도 메인 커리어는 디자이너로 잡고 있지만, 글로도 돈 벌어먹고 싶고 어떤 기획을 해서 책을 내보고도 싶고... 그런 '언젠가' 하려는 꿈들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내 메인 커리어로 삼으려는 생각은 없다. 그래도 난 일부러 더 과장되게 말하고 다닌다. '언젠가 네이버에 내 이름을 뜨게 할 거야' 하고. 그럴수록 내 안에서 (그 꿈이) 더 견고해진다.
미나 왜 이런 두려움이 생겼냐 하면, 말만 늘어놓았다가 결국 하지 않은 게 많아서다.
원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미나 그렇지만 스스로 자책하는 거다. 그동안 꾸준히 하지 않은 게 너무 많으니까.
원 메인 커리어가 아닌, 이런 정말 '인생을 살면서 언젠가 해 보고 싶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나에겐 큰 지지가 된다. 평생 나의 업은 디자이너다, 라고 하면 너무 부담스럽다. 디자인이 거창하게만 느껴지기도 하고. 하지만 난 나중에 이런 것도 하고 저런 것도 할 거니까, 라고 생각하면 좀 더 (인생을) 멀리서 바라보고 릴랙스 하면서 갈 수 있는 것 같다.
미나 그런 의미에서는 하고 싶은 게 많다. 팟캐스트도 해 보고 싶다. 팟캐스트로 언어 공부를 많이 했는데 아직 한국어를 가르치는 팟캐스트는 많이 없더라.
원 그런 것도 (너의 꿈을 이루는) 하나의 루트가 될 수 있겠다. 해 보고 싶다고 마음만 간직하고 있다면 언제든 타이밍은 찾아오는 거라고 본다. 나도 브이로그 같은 경우에, 나중에 해 봐야지, 해 보고 싶다 생각하다가 전혀 예상치도 못한 때에 시작하게 되었다. 종강하고 어느 카페에 갔는데, 너무 예뻐서 '오늘이 시작이다'하고 홧김에 시작하게 된 거다. 그런 '타이밍'이 온다고 생각한다. 너에게도 그런 타이밍이 찾아갈 거다.
미나 그러고 보니 나도 블로그도 어느 날 갑자기 열심히 가꾸게 된 거다.
원 그렇다. 정말 '어느 날 갑자기'다. 나는 뭔가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 마음이 정말 축복이라 생각한다. 배우고 싶은 걸 발견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 않나. 그런 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미나 난 그냥 멋있어 보여서 해 보고 싶어진 게 많다.
원 그게 뭐가 나쁜가. 나도 멋있어 보이고 싶다. 나중에 내 이름 검색하면 뜨는 게 내 소원이다. 그런 뽕 차는 삶을 살고 싶은 거다. (웃음)
미나 난 목표는 줄곧 말하고 다녔지만 이룬 게 별로 없다.
원 우린 아직 스물넷이다. '목표를 이뤘다!'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다.
미나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고민하는 거다. 나의 목표를 향해서 어떻게 조금씩 나아갈 수 있을까. 그런 작은 성취조차 얼마 경험한 적이 없으니.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했다. 주말엔 그냥 늘 쉬고 싶지 않은가. 아무것도 안 하고 싶고. 주말에도 나를 위해서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이 뭐냐면, 이런 직업을 가졌으니 이런 것만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들여다보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라는 거다. 나도 그들처럼 하고 싶은 건 많은데 그걸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 꾸준히 하는 습관이 안 길들여진 사람이다. 그래서 너처럼 주변에서 꾸준히 하는 사람들을 보며 배우고 싶다.
원 나 같은 경우에는 소설 쓰는 게 내 커리어가 아닌데도 꾸준히 하는 것 중 하나다. 소설 쓰기나 지금 하는 인터뷰 프로젝트 같은 건 디자인 커리어와 관련 없이 내가 그냥 진짜 해 보고 싶어서 하는 거다. 그런 건 나에게 큰 압박이 없다. 이번 주엔 적어도 이만큼은 해 놓아야지 하는 (압박). 친구들과 놀고 싶으면 ‘이번 주는 그냥 스킵하지 뭐’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한다.
미나 언젠가 다시 또 하고?
원 "이번 주에 못 했으니까 다음 주엔 좀 해 보자"한다. 근데 또 다음 주 가서 친구와 약속이 생기면 또 "에이, 다음에 하자" 하는 식이다. 물론 어느 정도 나만의 ‘마감’을 세우고 ‘이번 주엔 이 정도는 쓰자!’ 다짐하면 좀 더 의식을 하고 쓰는 건 분명 있다. 근데 그걸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따로 괴로워하진 않는다. 난 이걸 좋아서 하고 싶은데 ‘이번에도 못했네.’하고 불쾌감이 드는 순간 그냥 안 하고 싶어지지 않나.
미나 맞다 맞다.
원 그러니까 난 오히려 소설 쓰기 같은 것들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한다. 써지면 쓰고 (안 써지면 말고). 그래서 필 받은 날은 내가 정해놓은 분량보다 더 많이 쓴다.
미나 오오. 나도 글 쓰는 방법을 좀 배우고 싶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 쓰는 걸) 두려워하게 되고, 책도 안 읽게 되면서 ‘아, 난 글 못 쓰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근데 블로그를 하는 만큼 나도 이제 좀 정돈된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점점 생긴다.
원 글 잘 쓰면 좋다. 소통수단이 하나 더 생기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미나 이제는 자소서도 써야지. 레포트 써야지.
원 그렇다. 글을 쓰는 능력을 길러 놓으면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미나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원 그 사람들도 스스로 잘 쓴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일단 쓰고 보는 사람이 결국 잘 쓰게 되는 걸 거다.
미나 그러니까. (누군가 그랬다) 하루에 딱 20분만 투자를 하라고.
원 그리고 사람마다 관심 있는 글의 분야가 다 다르지 않나. 시를 쓰거나 나처럼 소설을 쓰거나, 혹은 블로그에 글을 일목정연하게 쓰거나. 그러니까 자신이 관심 있는 글의 스타일을 정하고 배워보면 도움이 될 거다. 그런 책들도 많지 않나. 글을 어떻게 쓸까? 하는 책. 특히 요즘엔 ‘기록’ 열풍이라 그에 관한 책도 많다.
미나 그렇다. 나만 글 잘 쓰는 방법에 관심 있는 게 아니라 요즘 모든 사람이 그런가 보다.
원 교보문고 같은 데에 자기계발서 매대에 가보면 그런 책들이 엄청 많다.
미나 그래서 살짝 무서운 게, 난 어쩌면 결국 유행을 따라 사는 사람인 건가 싶어진다.
원 그럼 뭐 어떤가. 중요한 건 그 유행을 결국 타느냐 마느냐다. 유행을 잘 타서 그걸 내 능력으로 만들면 그거야말로 정말 영리한 사람 아닌가.
조혜영 / 시각디자인 / 25 / 여
(In 줌 영상통화)
혜영 도자기.
원 도자기? 도예? 그럼 학교에서 도예과 수업 들어보려 한 적은 있나?
혜영 그럼 성적이 나오지 않나. 성적이 나오는 순간 재미가 떨어진다.
원 짐이 되지(웃음).
혜영 공방 같은 데 다녀볼까 생각했는데 피아노도 하고 그것도 하면 돈이 너무 많이 나간다.
원 하긴. 돈이 많이 드는 취미다.
혜영 그래서 직장을 다니면 시작해 보고 싶다. 그리고 주식.
원 주식 요즘 엄청 뜨지 않나. 근데 주식도 성향이 맞아야 하는 것 같다. 난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는 못하겠다. 약간 배팅하는 거지 않나. 얻을 수도 있지만 잃을 수도 있지. 무섭다.
혜영 사람들이 하도 많이 하니까 한 번 해 보고 싶긴 하다.
양정빈 / 국제 / 24 / 여
이권미 / 미디어커뮤니케이션 / 24 / 여
(In 전주 브디런)
정빈 나는 예전에는 언어에 관심이 많았는데 요즘엔 언어를 배우는 것보다 ‘언변술’을 배우고 싶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다양하게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사실 ‘말’을 잘 못하면 아무 쓸모없지 않나. 어렸을 땐 문법이 너무 싫었고, (문법을) 몰라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말의 신뢰도를 높이고 좀 더 정확한 말을 전달하려면 문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요즘 책을 읽을 필요성을 느낀다. 어휘의 폭이 너무 좁아지고 있다. 세상에 대해서 나의 생각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책을 읽는 거지 않나. 또 글을 읽다 보면 좋아하는 문체가 생기고 나만의 새로운 스타일이 생기고, 그러면 나의 새로운 문법을 만들 수도 있지 않겠나. 그래서 요즘은 언어뿐 아니라…
원 언어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거구나.
정빈 맞다. 예전에는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글이 잘 쓴 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분명 대체할 수 있는 단어들이 있고, 그 단어들이 주는 또 다른 울림이 있지 않나. 그래서 요즘은 괜히 고등학생 때 봤던 문법 책을 다시 꺼내 본다. 말을 잘하고 싶고 글을 잘 쓰고 싶다. 되게 뜬금없지만 정말 원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을 전공하니까 디자인만 하는 게 아니라, 책도 꾸준히 많이 읽고 글도 쓰고 그 와중에 음악도 하고.
원 나는 모든 걸 커리어와 엮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다른 거 할 시간에 디자인에 노력을 쏟으면 나의 커리어적인 실력이 더 오르고 더 전문적이게 될 순 있겠다. 근데 나는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다른 걸 통해서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낀다. 디자인을 전공했다 해서 디자인만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다른 것도 재밌는데. 당장은 우리가 취업을 앞두고 있으니 ‘다른 거 할 시간이 어딨어. 이거 하기도 바쁜데’ 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럴수록 인생을 더 멀리 보고 여러 가지를 해 보고 싶다.
정빈 나는 또 (배우고 싶은 것 중에) 역사!
원 원래 역사를 좋아했던가.
정빈 원래 역사 진짜 싫어했다. 소리 축제 자원봉사도 하고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서 재즈에 너무 꽂혔다. 재즈가 좋은 점이 뭐냐면 같은 흐름이어도 내 기분에 따라 달라지고 상대방에게도 다르게 다가간다는 거다.
원 오. 되게 매력 있다.
정빈 그래서 재즈를 파다 보니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고, 결국 자연스럽게 역사로 흘러가더라.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발전해 왔고. 한국사, 세계사를 떠나 어떤 분야에 꽂혀서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하면 결국 그것의 시작인 ‘역사’를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원 혹시 조승연을 알고 있나?
정빈 진짜 좋아한다.
원 조승연의 탐구생활이 딱 그걸 다루고 있지 않나. 어떤 ‘것’의 역사. 시계의 역사, 이런 거.
정빈 맞다. 요즘은 그렇게 그동안 싫어했고 애써 외면해왔던 것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원 그러고 보면 우리가 뭔가를 배워보고 싶다고 느끼게 되는 원동력 중에 단순히 이 분야가 나의 마음을 울리고 순수하게 해보고 싶어서인 경우도 있지만 ‘아, 이걸 하지 않으면 안 돼’라는 어떤 필요성에 의해 느끼는 경우도 있지 않나. 박미나도 한때 부동산을 배워본 적이 있었다고 하고 성은지도 부동산을 배워보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성은지는 그냥 자신이 집 자체에 관심이 많다는 이유이고, 박미나는 ‘내가 경제를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라는 어떤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서였다. 같은 걸 배우고 싶어도 계기가 이렇게 다르지 않나. 그 관점의 차이가 되게 흥미롭다고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너도 재즈는 정말 네가 순수히 흥미가 있는 거지만 언변술은 ‘필요’의 측면이 더 부각된 게 아닌가.
정빈 그렇다. 하지만 그 필요성을 강제당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깨닫게 되니까, 자연스레 거부감도 줄고 오히려 자발적이게 된다.
원 혹시 (전공하는) 과의 영향도 있었을까 싶다. 예전에는 널 보면 영어 등 언어 자체에만 관심이 있어 보였는데 점점 외교에 관한 공부를 하다 보니 결국 언어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점차 느끼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정빈 그렇다. 논문도 봐야 하고 발표도 해야 하고. 이 분야에 들어온 이상 그걸로 해 먹고살아야 하니까.
권미 난 운동을 배우고 싶다.
원 어떤?
권미 일단 작년엔 필라테스를 다녔는데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안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체력이 못 버틴다. 갑자기 체력이 쓰레기가 되었다. 알바를 하고 남은 시간에 이런저런 것들을 하고 싶어서 일부러 3시간, 5시간 밖에 (시프트를) 잡지 않았는데, 집에 오면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한다.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운동을 다시 하고 싶다.
원 꼭 필라테스가 아니어도 되는 건가? 다른 운동에도 관심이 있나?
권미 물론이다. 진짜 많다.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 수영. 발레도 해 보고 싶다. 초등학생 때는 부표 잡고 헤엄치는 것 밖에 못했다. 지구력이 딸려서 금방 지루해졌다. 그 단계에서 멈춰버렸다. 아, 서핑도 배워 보고 싶다.
정빈 나도 서핑을 배우고 싶어서, 수영을 배워야 되나 (싶다).
권미 서핑을 하면 많이 다친다고 한다. 무섭긴 하지만 (배우고 싶다). 그리고 킥복싱!
원 킥복싱 관심 있어하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더라.
권미 그리고 그거 뭐지? 스쿼시인가? 벽에다 대고 치는 거. 하지만 배우려면 다 돈이다.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못하는 것도 많다. 코로나 아니었으면 배드민턴을 하고 있었을 거다.
정빈 난 전에 캄보디아 갔다 와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건 눈 수술하고 나서 수영을 배우는 거였다. 충격적이었던 게 외국에 나가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변에 바다가 많이 없다 보니) 좀처럼 수영을 못 한다고 하니까 다 놀라더라. 걔네들은 어렸을 때부터 너무도 자연스럽게 물에서 첨벙첨벙 놀다 보니 다들 개헤엄이라도 칠 수 있다더라. 우리가 수영을 못한다 하니 걔네 입장에선 그게 되려 문화충격인 거다. (수영은) 생존에 직결되어 있기도 하니 필요성을 정말 느낀다.
원 권미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당장에 시작할 의지도 있지만 유일하게 걸림돌이 되는 건 돈인가?
권미 돈이랑 코로나.
정빈 옛날부터 그림을 진짜 배우고 싶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또 다른 형태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게. 막말로 그림은 당장 내가 이걸(소스) 찍어서 그려도 되고, 재료의 제약이 없지 않나.
권미 나는 왜 그림을 배우고 싶었냐면, 예전에 시디과 과제할 때 진짜 너무 화가 났다. 내 머릿속으로 생각한 건 이건데, 막상 컴퓨터로 조작하다 보면 전혀 다른 걸 만들고 있더라. 그 간극이 컸다. 그림을 배우면 내가 생각한 대로 표현을 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질 것 같다.
원 나는 그림을 배운 입장에서 그림을 배우는 것과 내가 머릿속에 생각했던 걸 그대로 표현하는 것과는 조금 별개라고 느낀다. 나도 항상 과제를 할 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느낌이 있지만, 컴퓨터에 표현하는 순간 전혀 달라진다. 절대 그대로 나오진 않는다. 머릿속에서 한 번 거쳐서 나오는 이상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중간중간에 타협을 하게 된다. 실력이 부족한 문제도 있겠지만.
정빈 이것도 재밌는 것 같다. 똑같은 걸 배우고 싶어 해도 이유가 다 다른 점이.
원 그러고 보니 난 오히려 그림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냥 (어느 날 보니) 그리고 있었다.
정빈 못 그려도 나름대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좀 더 알고 하면 표현의 폭이 더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권미 악기도 배우고 싶다.
원 너 그때 드럼 배웠지 않나.
권미 맞다. 돈이 없어서 한 달만 했다. 드럼 배운 건 내가 수능 끝나고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너무 행복했다. 스트레스가 다 날아갔다. 또 재즈 피아노도 배우고 싶다.
정빈 내가 재즈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영화 <라라랜드>를 좋아하는데 거기서 세바스찬이 이런 말을 한다. (재즈를) 편안하려고 듣는다고 하는데 사실 재즈는 전혀 편안한 음악이 아니다. 그 순간순간에 악기들끼리 경쟁하면서 이루어지는 거다. 그 말을 그땐 이해하지 못하다가, 현장에서 직접 재즈를 접하고서 깨닫게 되었다.
원 말 그대로 재즈는 진짜 즉흥이다. 너희 말처럼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점, 그게 매력이다.
정빈 너희 소울 봤나? 왓챠피디아 어떤 평에서 그러더라. ‘인생은 결국 재즈의 연속이다.’ 우리도 어떻게 보면 정말 즉흥적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원 맞다. 어떤 상황에 맞춰 어떤 선택을 하는 것도 그 자체로 즉흥이다, 사실.
권미 미국에서 재즈바 갔던 게 너무 좋았다. 유튜브에서 항상 클래식만 들었는데, 재즈를 검색해서 보니 정말 신세계였다. 자기 마음대로 풍을 바꿔서 연주를 하는 게 너무 신기했다. 초등학생 때 피아노 학원에서 잠깐 배웠던 재즈와 화성학에 대한 추억도 새록새록 나면서 재즈를 다시 배워보고 싶어졌다. 책을 한 권 사 볼까 고민 중이다. 어떤 사람이 8마디에 한 번씩 풍을 바꾸면서 한 곡을 끝까지 완주하는 걸 보았는데 너무 멋있더라.
정빈 요즘 인문학, 교양도 필요하다 느낀다. EBS 스페이스 공감을 진행하셨던 분이 내가 (소리 축제 때) 담당했던 아티스트를 담당했었는데, 그 사람이 재즈에 대한 예의를 설명해줬다. 우리는 보통 음악이 끝나면 한꺼번에 와~하고 박수를 치거나 끝나고 나서 잠깐 잠잠했다가 한순간에 팡 터지는 환호에서 감동을 얻지 않나. 그런데 재즈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이 즉흥적으로 연주할 때 바로 즉흥적으로 답해 오는 반응을 즐긴다더라. 그렇게 호응해 주는 게 예의라고. 그렇듯 (어떤 것에 대해) 내가 더 잘 알면 더 즐길 수 있는 거지 않나.
원 맞다. 언젠가 이런 말을 봤다. 뭔가를 더 알아간다는 것은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과 같다고. 사실 몰라도 즐길 수는 있겠지만 알았을 때 보이는 뭔가가 분명히 있지 않나.
정빈 맞다. 그 희열.
원 해상도라는 표현이 정말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승연이 한 말 중에, 우리는 항상 초심자의 마인드로 있어야 삶이 지루하지 않다(?)라는 뉘앙스의 말이 있다. 어떤 것들을 처음 배울 땐 그저 즐겁지 않나. 조금만 해도 쑥쑥 실력이 늘고. 쌓이는 게 보이고. 하지만 어느 정도 가면 지루해진다. 좀처럼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고. 그럴 때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접하면 그 분야에서의 초심자로 또 즐길 수 있게 된다고.
권미 그리고 또 철학. 예전에는 너무 당연한 얘기들만 늘어놓는다 생각했다. 시험 볼 때도 다 맞는 말인 것 같아서 어려웠다. '이거를 굳이 배워야 알 수 있는 건가?'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철학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해 봤다. 그런데 요새는 내 인생을 살아가면서 뭔가...
정빈 내 기준이 되는?
권미 어 맞다.
정빈 어떤 하나의 이슈를 접해도 나는 그냥 이렇게 생각해~가 아니라, 이런 시점도 있고 이런 시점도 있는 가운데 나만의 절충안을 찾아가는 그런 게 필요하다. 난 지금 내 지식으로 고등학교로 돌아가면 진짜 열심히 할 거다. 하루에 막 20교시씩 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원 철학을?
정빈 그냥 모든 과목을. 그때는 대학 가야 한다는 목표뿐이었는데, 지금은 살아가면서 이게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으니까.
권미 세계사를 배우고 싶다. 성인이 되고 보니 참 재미있더라. 이렇게 재밌는 걸 (고등학교 땐) 왜 이렇게 싫어했을까 싶다.
원 그때는 시험을 봤어야 하니까. 문제를 틀리면 대학 입시에 영향이 갔다.
정빈 그땐 그냥 인생의 '수단'이었지.
권미 인테리어도.
원 그러고 보니 너 한동안 '오늘의 집' 엄청 찾아보면서 방도 바꾸고 그러지 않았나.
권미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집들이 있더라. 틀에 박힌 구조에서 벗어난 정말 진기한 구조를 가진 집들도 많이 봤다. 그래서 그 구조 자체에 흥미가 생기기도 한다. 이 공간은 어떻게 활용하면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같은 것.
원 (어떻게 하면) 그 매력을 더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권미 맞다. 그래서 요즘에 꽂힌 건 '플랜테리어'. 식물이랑 같이 살고 싶어졌다. 하지만 잘 관리할 자신이 없다. 내 방은 햇빛도 안 든다. 식물들이 아마 다 죽어버릴 거다.
원 아니다. 나도 플랜테리어를 하고 싶어서 집에 식물을 네 개나 들였다. 하지만 그 아이들 다 햇빛을 많이 보면 안 되는 식물이다. 나도 예전에는 식물은 무조건 햇빛을 많이 받아야 하고 물도 많이 줄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얘네들은 햇빛을 많이 쬐면 잎이 다 타서 반양지나 반음지에서 길러야 하고, 과습이 되면 안 돼서 물도 많이 주면 안 된다더라.
권미 진짜? 다육인 건가?
원 아니다. 그냥 야자 류다. 사람도 사람마다 다르듯이 식물도 다 다르다. 아까 너희들이 라라랜드를 보고 재즈에 관심이 생겼다 안 했나. 그렇듯 어떤 영화를 보고 '오, 이런 거 좋다'라고 생각해서 새롭게 흥미가 생기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엔 '다도'가 그렇다. 원래 관심이 있었긴 했지만 다도를 주제로 하는 일본 영화 <일일시호일>을 보고 더욱 마음이 커졌다. 다도라는 게 단순히 차를 끓이고 마시는 행위가 아니라 철학적인 의미도 담겨 있고 인생관도 녹아 있다는 걸 알고 나니 더 (다도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이런 식으로 내 안에서 저절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영화 같은 걸 통해서 내 맘속에 들어오기도 한다.
권미 근데 난 라라랜드 엄청 많이 보고 다녔는데 그때는 재즈에 그렇게 (관심이 안 생겼다)
원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 거다. 좋아하게 되는, 배우고 싶어지는 타이밍.
윤란 / 화학공학 / 24 / 여
(In 전화 통화)
란 스노우보드.
원 스노우보드? 언제부터 배우고 싶었나.
란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스키장을 가봤다. 거기서 스키 말고 보드를 처음 탔는데 재밌더라. 좀 더 배우면 더 재미있는 취미 생활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원 난 한 번도 스키장에 가 본 적이 없다.
란 언젠가 한 번 가 보자. 겨울 방학마다 친구들과 함께 취미 생활을 즐겨 보고 싶다. 나이 먹고라도. 지금 배워놔야 나이 먹고 좀 즐길 수 있지 않겠나.
원 어떻게 보면 우리 일상에 ‘액티비티’가 정말 없다. 몸을 움직이는 그런 거. 다른 친구는 서핑을 배워보고 싶다더라. 그런 것처럼 어느 계절에 딱 어울리는, 즐기기 좋은 (것도 재밌는 것 같다.)
란 인생의 이벤트 같은 거지.
원 오. 인생의 이벤트. 참 괜찮다.
란 또 수영을 좀 더 잘하고 싶다. 수영 자체보다는 스쿠버다이빙.
원 해 본 적 있나.
란 스쿠버다이빙까진 아니고 스노클링. 코타키나발루에서 처음 해봤다. 원래 수영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엄마가 자꾸 못한다, 못한다 해서. 동생은 수영을 잘한다. 걔는 자세가 올곧고 소질이 있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한테는 웃기다고 (하더라). 같은 맥락에서 달리기도 싫어한다. (학창 시절에) 내가 달리는 폼을 보고 애들이 마구 웃곤 했었다. 그래서 나도 내 폼이 웃긴 걸 아니까 안 뛴다.
원 자존감의 문제인 건가.
란 누군가 내가 뛰는 걸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웃을 것만 같다. 그래서 못 뛰겠다.
원 비웃었던 놈들 누구냐. 혼나야겠네.
란 엄마도 비웃은 적 있고. 그러니 내가 봐도 웃긴가 싶고.
원 방금 탈룰라 아니었나.(웃음)
란 중학교 때 달리기 수행평가할 때도 애들이 웃기다고 했다.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 이제 와서 ‘달리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좀 웃기지 않나.
원 달리는 법은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란 내 말이(웃음). 이 나이 먹고 누군가 붙잡고 ‘어떻게 달리면 되죠?’ 물어볼 수는 없지 않나. 그럴 기회도 없고. 그래서 그냥 평생 안 달리기로 했다.
원 정말 달려야 하는 순간이 올 때면 그땐 폼이 중요하지 않을 거다.
란 맞다. 정말 급한 순간이면 비웃더라도 달릴 테지만, 웬만하면 안 달릴 거다.
원 그러고 보니 네가 뛰는 걸 좀처럼 보지 못했다. 그런 사연이 있었군.
란 비슷한 이유로 어렸을 때 수영을 배울 때 자세가 안 좋네 어쩌네 하는 얘기를 들으니 하기 싫어지더라. 나이 먹고 다시 배워보려 하니 너무 시간도 많이 들고 돈도 들고 발차기부터 배워야 하고, 또 처음부터 배우긴 싫다.
원 처음이 부담스럽지.
란 그러다가 여행을 다니다 보니, 스노클링이나 스쿠버다이빙처럼 테마가 있는 여행을 점점 하고 싶어지더라. 네가 곳곳의 카페를 다니는 걸 좋아하듯이, 난 액티비티 위주로 (여행하고)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좋더라.
원 약간 너만의 여행 루틴…까지는 아니고 (뭐 그런 것?)
란 그런 것들을 잘하면 좀 더 즐겁게 놀다 올 수 있을 텐데.
원 네가 그런 것들에 관심이 있으니, 나도 관심을 가져보고 배워 보면 언젠가 함께 여행을 갔을 때 정말 즐겁겠다.
란 인도네시아 섬들을 여행 다니는 거다.
원 오. 도장깨기 하듯이 말인가.
란 맞다. 그런 걸 꿈꾸고 있지만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원 당장에 스노우다이빙을 배워 보겠…음? 스노우다이빙?
란 하하. '스쿠버'다이빙.
원 이 무슨 끔찍한 혼종인가. 눈에 처박히는 것도 아니고.(웃음) 어쨌든 스쿠버다이빙을 배워보겠다고 해도 당장에 어떻게 할 수 있나. 언어 같은 경우는 당장 유튜브라도 켜서 공부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배우는 것 자체가 조금은 거창한 분야도 있는 것 같다.
란 꾸준히 하려면 그럼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 지금 20대 중반에서 앞으로의 인생을 봤을 때 그럴만한 시간과 돈의 여유가 많이 생길까? 40대가 된 이후에 배우려 해도 몸이 성치 않을 텐데.
원 액티비티는 더욱 그런 부분이 있다.
란 어렸을 때 배워놓은 아이들이 부럽다.
원 어렸을 때 그런 것들을 본격적으로 배운 사람들이 많나?
란 엄마 아빠가 그런 취미를 가진 사람들?
원 아하. 그럴 수 있겠다. 우리 가족과는 너무 거리가 먼 이야기다.(웃음)
란 나도다. 낚시도 배워보고 싶다.
원 해 본 적 있나.
란 어렸을 때 해 본 적 있다. 아빠가 다 준비해서 미끼만 끼워주면 내가 잡는 것만 하는 식으로.
원 난 낚시를 해 본 적이 없다. 낚시에 흥미가 썩 안 가는 이유가 기다리는 게 지루하게 느껴져서다. 너는 낚시의 어느 부분에 매력을 느끼나.
란 내가 배워보고 싶은 건 민물낚시보다 바다낚시다. 일단 먹을 수 있지 않나.
원 그게 목표였구나.(웃음)
란 그냥 나는 바다를 보는 게 좋다. 그리고 같이 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노는 것도. 또 직접 잡아서 바로 먹는 문어 숙회라든지….
원 그러고 보면 네가 배우고 싶어 하는 것들은 일상에서 틈틈이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거라기보다는, 특정한 날을 잡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란 물론 일상에서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 그냥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 것 같다.
원 이런 질문을 던지면 모두가 그런 말을 한다. 하고 싶은 게 많다고. 그러나 다들 시간과 돈이 없다고들 한다. 그럼 네가 당장에 시작할 수 있는, 배우고 싶은 것들엔 어떤 것들이 있나.
란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싶다. 그리고 영어 말고도 다른 언어 하나 더.
원 진짜? 어떤 언어인가.
란 스페인어. 저번 겨울에 계절학기로 조금 배웠는데 재밌더라.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언어를 하나 배운다는 건 내가 갈 수 있는 길을 하나 더 여는 느낌이다. 세상에서 만날 사람도 많아지고.
원 맞다. 나도 일본어를 하나 알고 있는 것뿐인데 취업을 생각할 때 혹시 일본으로 취업해도 괜찮겠다, 하는 가능성을 하나 더 열어둘 수 있다.
란 그런 면에서 언어라는 건 매력적인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일상 속에서 꾸준히 공부하기란 쉽지 않다. 쉽지 않은 건지 의지가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원 사실 당장에 그 언어를 사용하거나 연습할 수 있는 상황이 닥치면 열심히 할 거다.
란 바로 그거다. 나도 해외여행 가면 영어를 재밌게 한다.
원 당장에 네가 스페인으로 한 달 여행을 간다고 한다면 열심히 하겠지 않나. 혹은 일주일마다 스페인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한다면 또 열심히 할 거다. 결국 우리가 평소에 한국어밖에 쓸 일이 없어서 그런 거다.
란 그러니 외국인 남자친구를 만나야 한다.(웃음)
원 하지만 난 외국인에게 심장이 안 뛰더라.
란 어쨌든 저번에 친구와 외국인과 대화하는 모임도 갖고 하니까 알겠더라. 아, 내가 영어를 싫어하는 게 아니었구나.
원 딱 그거다. 나도 영어를 좋아하지만 못하는 거다. 또 스스로 못한다는 걸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말이 더 안 나오는 거다. 또 그런 자신을 보면서 영어가 싫어지는 느낌을 받고.
란 근데 난 그거와는 오히려 반대다. 난 생각보다 내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어디 떨어지더라도 배우려고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원 난 그런 면에서 네가 대단하다고 느낀다. 너는 막상 맞닥뜨리면 어떻게든 말을 하고 물꼬를 트고 자신감 있게 대화하려 하지 않나. 나는 속에서부터 완전한 문장을 내뱉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그래서 외국인과 만나는 게 편치 않고 부담으로 다가온다. (영어를 말하는 걸) 좋아하지만 걱정이 더 앞선다.
란 내가 전에 다녔던 영어 학원에 외국인 선생님들이 많았다. 그때 그분들과 좋았던 경험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외국인이 무서운 존재가 아니구나’하고 (알았다).
원 무서운 존재라니.(웃음) 그렇듯 뭐든 경험이 쌓여야 익숙해지는 법이다.
심가은/도시사회/28/여
(In 가은김밥)
가은 요즘 제일 하고 싶은 것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개발’을 배워보고 싶다.
원 컴퓨터 프로그래밍? 원래 그런 데 관심이 있었나.
가은 전혀 없었다.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마냥 싫었다. 이런 데 아예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근데 통계 일을 하다 보니 되게 재밌더라.
원 오, 새롭게 발견하게 된 거구나.
가은 통계에서 좀 더 들어가면 C언어 쪽으로 들어가더라. 그런데 우연히 무료로 배울 수 있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지금은 바빠서 못하지만, 장기적으로 보고 싶다. 당장에 취업에 관련짓지 않더라도 나중에 나이 먹고 프리랜서로도 일할 수 있지 않나. 또 다른 한 가지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가르쳐 주는 자격증을 따고 싶다.
원 오. 내 친구도 그거 준비하고 있다.
가은 이것도 장기적으로 보고. 이걸 하려면 배울 사람의 언어도 알아야 하는데, 영어보다는 좀 더 특이한 언어와 같이 배우고 싶다.
원 어떤 언어?
가은 지금 독일어를 배우고 있으니 처음엔 그런 쪽으로 해볼까 싶었는데 요즘은 아시아계 언어가 배우고 싶다. 특히 태국어나 베트남어.
원 요즘 그런 지역의 언어가 뜨더라.
가은 내가 아시아를 좀 더 좋아하기도 하고 내가 살고 있는 대륙이기도 하니. 특히 태국이 너무 좋다.
원 저번에 한 달 살기 다녀와서 더 (애착이 생겼나 보다)
가은 그런 것 같다.
원 (새로운 꿈을 갖게 해 줬다는 측면에서) 되게 좋은 경험이다.
가은 태국 갔을 때,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원 K-pop의 영향인가?
가은 그것도 있겠지만 단순히 블랙핑크나 BTS가 인기가 많아서를 떠나 한국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더라.
원 태국 사람들이 한국에 관심이 많다는 걸 어떤 연유로 알게 되었나?
가은 태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이랑 중국 사람, 일본 사람 얼굴을 잘 구별 못 하는데, 한국인이라고 하는 순간 그때부터 대우가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려고 하고, 이 단어를 한국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같은 것들을 자꾸 물어본다. 한 친구는 치앙마이 대학교 학생이었는데 한국에 관심이 많다며 나중에 한국으로 취직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통로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원 내 친구는 스페인어를 하면서 한국어교원자격증을 따고 있고, 나중에 라틴 아메리카에 가서 한국어를 가르치고픈 열망이 있다고 한다. 언니도 나중에 태국에 가서 그런 식으로 하고 싶은 건가.
가은 그러고 싶다. 기회가 되면. 그리고 태국에서 직접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사람과도 만난 적 있다. 한국인인데 태국에 휴가차 보내면서 (그런 일을 하더라)
원 나도 일본어를 할 줄 아니, 나중에 일본에 가서 한국어를 가르쳐 볼까 보다. 다른 건 또 어떤 게 있나? 나중에 시간이 나면 언젠가 하려는 것 말고, 당장 해 볼 수도 있겠다 싶은 것.
가은 통계 쪽 공부를 더 하고 싶다. 이건 단기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거다. 사회조사분석사 자격증도 따고 빅데이터 자격증도 따고 싶다.
원 자기가 ‘일’로서 하고 있는 일이 순수하게 배우고 싶은 일과 일치한다는 게 정말 축복인 것 같다.
가은 맞다. 난 내가 이쪽으로 직장을 잡지 않았더라면 통계를 배울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통계가 이렇게까지 활용 범위가 넓은 분야인지 몰랐다. 안 쓰이는 곳이 없다. 회계가 싫어서 경영학을 싫어했던 사람인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독일어 공부도 지금은 깔짝깔짝 하고 있는데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다. 영어 잘하는 건 영원한 숙제이고.
원 내가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사람들의 공통된 두 가지 결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순수하게 이 분야에 흥미가 있어서 배워보고 싶은 것과 어딘가에 써먹을 수 있다는 실용적인 측면 때문에 배우고 싶은 것.
가은 나도 나눠지는 것 같다. 다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확실히 실용적인 측면에 비중을 두게 되는 걸 느낀다. 독일어 같은 경우도 처음 배울 땐 순수한 호기심에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그것보다는 당장 내 직업에 써먹을 수 있느냐의 여부에 더 중점을 두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북 디자인도 배워 보고 싶다.
원 레이아웃을 말하는 건가 표지 같은 걸 말하는 건가.
가은 둘 다. 레이아웃을 구상하는 게 재밌을 것 같다.
원 재밌다. 나도 학교 수업에서 배울 때 재밌었다.
가은 돈벌이에는 크게 도움 안 될 것 같긴 하다.
원 요즘은 자기가 뭐 하나 정도 한다 하면 다들 책 한 권쯤 내는 시대다. 그럴 때 자신이 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온전히 누군가에게 맡기는 거하고, 내가 직접 표지와 레이아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분명 다르겠지 않나. 나도 언젠가 책을 내 보고 싶은 사람으로서, 그런 걸 배워 두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가은 넌 가까운 미래에 낼 수 있을 것 같다. 충분히 그럴 역량이 있다.
원 요즘은 책 내는 게 정말 어려운 시대가 아니다.
가은 넌 뭐 배우고 싶은가.
원 오. 나한테 이렇게 역질문한 사람은 언니가 처음이다. 나는 다도를 배워 보고 싶다. 그래서 원래 워홀을 가면 일본에 1일 다도 클래스 있을 법하지 않나, 그런 걸 꼭 경험해 보고 싶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꿈이 미뤄졌지만 언젠가는 꼭 일본에서 배워보고 싶다. 그리고 또 나는 5개 국어를 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 지금 일본어, 중국어, 영어를 하니까 마지막 하나는 프랑스어를 목표로 잡고 유튜브로 깔짝깔짝 공부했었다. 근데 프랑스어는 일본어처럼 드라마나 애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늘 수 있는 기회가 잘 없더라. 좀처럼 실력이 안 늘던 참에, 왜 굳이 프랑스어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프랑스어 많이 하니까 프랑스어를 (5개 국어 중 하나로) 고른 게 아닌가. 그러다가 내가 정말로 더 관심 있는 나라는 이탈리아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프랑스어를 그만 때려치우고 이탈리아어로 전향할까 생각 중이다.
가은 빠른 포기가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다.
원 나중에도 프랑스보단 이탈리아를 더 가 보고 싶다. 그리고 방송댄스.
가은 아. 진짜?
원 (내가 방송댄스 배우고 싶다 말하면) 사람들 다 놀랄 거다. 춤 자체를 잘 추진 않는다. 그렇지만 그냥 신나지 않나. 고등학교 때도 꾸준히 장기자랑을 나갔다. 나중에 직장인이 돼서 저녁에 온전히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때 배워보고 싶다. 내가 운동을 싫어하는데 몸은 움직일 필요성이 있으니 그 차선책인 것도 있다.
가은 난 한때 줌바댄스에 빠졌던 적이 있다. 너무 재밌었다. 처음에는 너무 창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체육관에서) 가장 열심히 추는 사람이 되었다.
원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취미는 독서하기, 글쓰기… 다 정적이지 않나. 그렇지만 정적인 것에만 관심 있는 건 아니다. 동적인 것도 배워 보고 싶다. 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가 춤 담당이기도 하고(웃음). 이렇게 세 개다. 더 이상은 확 떠오르는 게 없다.
가은 그런데 생각하면 끊임없이 나올 것 같다.
원 나도 그렇다. 해 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가은 우리 성격이 그렇다. 인프제(INFJ) 특.
원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어 한다.
박서현 / 시각디자인 / 24 /여
(In 인스타그램 DM)
서현 난 언젠가 애증의 프랑스어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
원 애증인가(웃음). 프랑스어 처음 배우기 시작한 게 언제인가?
서현 3학년 1학기 때. 그때 처음 접하고 휴학 기간 동안 다시 공부했었다.
원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구나. 근데 왜 애증인가?
서현 배우면 재밌는데 너무 어렵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말 같다.
원 그렇다곤 하더라. 프랑스어랑 이탈리아어 쪽이. 영어는 미드나 영드라도 보는데 프랑스어는 자연스럽게 놀면서(?) 접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더 공부하기 힘든 것 같다. 프랑스어 공부하기 위해 특별히 뭐 하는 것 있나?
서현 그냥 영화나 원어민 발음 녹음된 거 들으면서 느낌에 익숙해지려 한다. 문법보다는 회화를 잘하고 싶다. 여담으로 프랑스 영화 중에 <알로, 슈티> 꼭 봐라.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라고 한다. 완전 코미디이고, 프랑스인들의 정서를 조금 알 수 있는 영화다.
원 오 나 이거 안다. 언젠가 꼭 봐야지 생각하면서 미루다 기억 속에서 잊혀진 영화다. 상기시켜줘서 고맙다. 생각난 김에 봐야지. 근데 많고 많은 언어 중에 프랑스어에 꽂힌 이유가 있나.
서현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미셸 공드리 영화 보면서 관심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모네의 집이 있는 프랑스 지베르니에 가보는 게 꿈이다. 여행 가면 프랑스어로 바게트 시켜 먹으려 한다.
원 정말 구체적이다(웃음). 꼭 바게트여야 하나...? 나도 모네 정원 가보는 건 진짜 일생의 로망이다.
서현 바게트를 엄청 좋아한다. 모네의 집 진짜 가 보고 싶다. 구글 지도에 지베르니 검색해서 360도 뷰로 봐도 정말이지 엽서 같다.
원 넌 중국어도 하고 영어도 하고 프랑스어도 하고 있다. 이렇게 언어를 다양하게 배우고 아는 것에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서현 아무래도 언어랑 그 나라의 문화는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지 않나. 이번에 듣는 영상영어 수업에서도 일상적인 표현 위주로 배우는데, 교수님이 그 나라 문화를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설명해 준다. 또 미국인들의 정서를 아는 것이 되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시고. 나도 그 부분이 가장 재밌다. 중국어도 '마샹(马上)' 같은 표현을 보면 '세월아 네월아'의 민족이구나... 깨닫고, 프랑스어도 <에밀리, 파리에 가다> 보면 정관사랑 단어랑 전혀 연관이 없어 보여도 프랑스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나름의 논리(고정관념이기도 하지만)가 있다는 게 재밌고. 또한 어릴 때부터 아빠랑 세계 테마여행 같은 거 보거나 여행 책 읽는 거 좋아했는데,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그 나라 사람들을 만나는 짧은 여행을 다녀오는 기분이라 재밌다.
원 세월아 네월아(웃음). 프랑스어 이후에 또 다른 언어도 배울 의향이 있는 건가?
서현 아니다. 예전엔 일본어도 배워보고 싶었는데 배우면 배울수록 언어끼리 문법적으로 충돌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4개까지 만으로 만족한다.
원 나도 일본어랑 중국어 동시에 하니까 너무 헷갈리더라. 특히 둘 다 한자권이다 보니 똑같은 한자를 다르게 발음하니 말이다. 맥주 하면 이제 '비-루(ビール)'보다 '피죠우(啤酒)'가 먼저 생각난다. 일본어가 퇴화하는 중이다...
서현 중국어 계속 하는 것 같던데, 재밌나?
원 어려워지니까 상대적으로 재미는 감소했다. 중국어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땐 세븐틴 중국 멤버들의 말을 알아들을 때인데, 애초에 애들이 중국말을 하는 기회가 많이 없어서 그런 재미도 사라지고 있다. 언어는 '내가 이걸 알아들을 수 있네?' 하고 느끼는 순간이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서현 그 말대로 언어는 조금씩 귀가 트일 때 가장 재밌다. 그런 의미에서 중드 많이 봐라. 리스닝에 진짜 도움이 많이 된다. 혹시 <환락송> 봤나. 상해 사는 여자들 이야기인데 재밌다. 내가 살던 동네도 나온다.
원 환락송 2화쯤 보다가 하차했던 것 같다. 네가 살던 동네가 나온다니 갑자기 다시 관심이 생긴다.
서현 여주 중 한 명이 알바하는 카페가 바로 우리 집 옆이다. 나도 보면서 너무 신기했다.
원 공부를 위해서라도 한 번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최윤정 / 경영 / 24 / 여
(In 용산 인바이티드)
윤정 요즘 배우고 싶은 건 딥러닝. 파이썬이랑 케라스, 아나콘다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부족한 것 같아서 무크(MOOC) 강의 들으면서 혼자 해볼까 한다. 두 번째로는 통계 프로그램 다루는 법을 알고 싶다. 옛날처럼 경영자가 직감이나 카리스마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는 시대가 아니지 않나. 통계나 데이터를 통해 논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원 그러한 위치의 사람이 되고 싶다?
윤정 그렇다. 그리고 그 위치까지 가기 위해 그런 역량이 필요할 거다. SAS나 SQL도 하고 싶다. 이런 통계 프로그램이 회계사에겐 필요하진 않지만 이런 이런 지식을 갖고 있으면 나중에 기회 삼아 창업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원 비전을 항상 크게 가지는구나.
윤정 최근에 정말 자존심 상하는 소리를 들었다. 어떤 지인이 '회계사도 대체될 거고, 문과의 모든 분야가 대체될 건데 왜 철학이나 문학을 배우는지 모르겠다.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하는 게 낫지 않냐.'라고 말하더라.
원 세상을 그렇게 본다는 게 좀 아쉽다. 생계에 필요한 것만 섭취하면서 살아가는 게 인간은 아니지 않나.
윤정 난 오히려 이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문과적인 소양과 인간다움을 가진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AI가 못하는 것들이 바로 그런 거다. 데이터를 코딩해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할 경우, 코딩을 하는 건 그 사람들(이과 계열의 기술자)이겠지만, 기술을 어떤 데이터를 넣어서 어떤 아웃풋을 만들어 낼 건지 그 알고리즘을 기획하고 사람들의 UX/UI를 파악하는 건...
원 문과의 영역이다. 인문학에서 나오는 거다.
윤정 문과로서 이 상황에 더 적응해야겠다, 생각했다.
원 난 그 말은 예의 없는 발언이라고도 생각한다. 네가 문과 계열인 거 뻔히 아는데 네 앞에서 그런 말을 하나.
윤정 그리고 나 회계사 준비하는 것도 알고서 그렇게 대체된다는 말을 한다. 걔 마인드는 이거다. '이과생들이 기술과 알고리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문과의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다'.
원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가.
윤정 근데 난 반대로 문과적인 감성과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코딩을 익힐 거다. 그리고 나중에 엔지니어나 디자이너들을 아울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자, 즉 기획자가 되어서 나의 역량을 펼쳐내고 싶다. 그래서 더 딥러닝을 공부하고 싶어졌다. 해야 하는 것도 맞고.
원 이과적인 기술이 뜨고 있으니까 문과도 그걸 배워야 한다기보다는,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과도 이과 기술을 익히고 이과도 문과의 소양을 익히고. 그래야 서로 살아남는다. 모두가 이과의 것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윤정 딥러닝 세미나를 듣는데, OO대 졸업생들의 졸업 프로젝트를 교수님과 학생들이 다 같이 참관하는 수업이다. 그 학생들이 운동 자세를 카메라로 촬영하면 (따로 PT 교육 없이도) AI가 자세를 교정해 주는 서비스를 창안하면서, 이런 기술을 사용하고, 이렇게 출력을 할 거라 설명하는데 교수님께서 '그럼 그런 데이터는 어디서 뽑아 올 건데?'하고 묻더라. 골프면 박세리만의 자세가 있고 또 누군가의 자세가 있고, 어떤 운동 트레이너를 만나냐에 따라 인풋 값도 달라질 테니까. 근데 그 학생들이 대답하지 못했다. 이런 것에 대한 답은 우리 같은 계열의 사람들이나 기획자들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봤다. 그 사람들은 아무래도 프로그래밍 측면을 다루는데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람들도 고민하면 답을 찾아낼 수 있겠지만.
원 역할을 나눌 수 있는 거다.
윤정 그런 고민은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본다.
원 난 너처럼 앞으로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치게 될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생각하고, 그 위치에서 힘을 발휘하기 위해 나에게 어떤 역량들이 필요할지에 대해 접근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윤정 영어도 공부해 보고 싶다.
원 영어는 '영'원한 숙제다. 그래서 영어다.
윤정 나중에 혹여 해외로 파견 나갈 기회가 왔을 때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비즈니스 영어를 해야겠다 느꼈다.
원 영어는 기회다. 나중에 해외에서 무언가를 할 기회가 왔는데 영어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 기회를 못 잡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필수다.
윤정 또 배우고 싶은 건 '비트코인'.
원 비트코인과 주식은 뭐가 다른가.
윤정 주식은 실물이 있는 자산이고 비트코인은 화폐적 성향이 강한, 실체가 없는 허상이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어떤 회사를 인수한다고 하면 주가가 오른다. 비트코인도 어디가 어디와 협업을 하겠다 밝히면 마구 오른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그 사실이 확실하지 않고 '~할 것 같다/할 것이라 예상된다'라고만 밝혀도 오른다. 그래서 사람들의 기대가 더 펌핑되고, 그만큼 폭삭 가라앉기도 한다. 주식은 비트코인에 비해 천천히 오르고 안정감이 있지만, 한 번 포인트를 잘 잡기만 하면 비트코인이 훨씬 수익을 내기 좋다. 그리고 매 순간 업데이트되는 정보에 따라 나의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야 한다. 비트코인에서의 하루가 주식에서의 한 달 같은 느낌이다.
원 너의 성향과 맞다고 느끼나? 재밌다거나 스릴 넘친다거나.
윤정 처음엔 그랬는데, 한 번 불타기 이후 '위험 회피적인 투자자(risk-averse investor)'가 되었다. 그래서 더 공부하고 싶어졌다. 그동안은 감으로 했는데, 차트 읽는 법도 알고 싶고.
원 너는 네가 위험 회피적이라고 했지만, 일단 투자하는 것 자체가 위험 회피적이지 않다. 나야말로 위험 회피적이다.(웃음) 난 복권도 안 산다. 조금이라도 돈을 잃을 수 있다는 단 1퍼센트의 가능성이 있으면 절대 시도하지 않는다. 안정적이지만 돈도 못 번다. 하지만 난 그것에 만족한다. 이런 부분에서 성향이 완전 갈린다. 주식과 비트코인은 '성향'의 문제도 있다고 본다. 요즘 주식이 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유행에 적응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이 있듯이.
윤정 근데 난 처음에 재밌어서 시작을 한 거다.
원 바로 '재밌다고 느끼는' 것부터가 성향인 거다. 나는 주식을 생각하면 잃을 걱정부터 한다. 쉽게 뛰어들지 못한다. 재밌어! 가 아니라 무서워!다.
박소민 / 경영 / 24 / 여
(In 연남 리플로우)
소민 프랑스어를 마저 배우고 싶고, 그리고 카이트 서핑!
원 카이트 서핑이 뭔가?
소민 낙하산 같은 걸 매달고 하는 서핑이다. 예전에 어떤 바다를 갔는데 그걸 하고 있는 사람을 봤다. 되게 신기해 보였다. 분명 보드도 있는데 뒤에 뭘 달고 있어서. 물어보니 카이트 서핑이란다. 찾아보니 재밌을 것 같았다.
원 바다에 발만 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가? 균형을 잡고.
소민 바람을 타고 해변에서 슝 타고 올라, 날아서 다른 해변으로 슉 넘어가는 영상을 본 적 있다.
원 바다를 타는 동시에 하늘을 나네.
소민 그렇다. 완전 대박이지 않은가.
원 액티비티는 일상 속에서 조금씩 꾸준히 배우기 어렵다. 돈도 많이 들고.
소민 그러니까 취직하기 전에 해야 한다.
원 오. 취직하기 전에 말인가. 지금껏 인터뷰를 하면 대부분 시간이 없고 돈도 없으니까 직장인이 '되고 나서' 한다고들 말했다. 그런데 너는 '그러니까 되기 전에'라는 입장이네.
소민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 현실적인 것들에 (우선순위가) 많이 밀릴 것 같다.
원 확실히 이미 직장을 다니는 사람과 인터뷰했을 때는 확실히 커리어적인 부분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 게 많았다. 그나저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자기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고들 한다. 왜 사람들은 '배우고' 싶어 할까? 그 마음의 기저에 깔린 원동력이나 욕구가 뭐라고 생각하나?
소민 안 해 본 것에 대해 선망하는 마음?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익숙하게 만들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 호기심인 거 아닐까.
원 난 막연한 '자기 성장'의 욕구라고 생각했다. 배우지 않으면 내가 멈춰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특히 한국인은 더. 그래서 '습관적'으로 뭔갈 배우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소민 그 말을 하니, 정말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져서 뭐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별로 끌리지도 않은데 뭔가를 배운 적도 있다.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배움이 아니다.
원 그렇다면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던, 배워봤던 것들엔 뭐가 있나?
소민 자격증.
원 인터뷰를 했을 때 자격증을 언급한 사람도 꽤 많았다. 그런 사람들은 그 자격증에 정말 순수한 흥미가 있기도 하겠지만 또 어떤 부분은 좀 더 현실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아서' 접근한 것도 있을까? 근데 이게 '섞일 수도' 있다고 본다. 나 또한 중국어도 그렇고 일본어도 그렇고 처음에는 순수한 흥미로 정말 이 언어를 배워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이왕 배웠으니 (자격증을) 따 놔야 할 것 같은 느낌 + 내가 분명 공부를 했는데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으니까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느껴져서 나 스스로 '내가 이런 걸 했다'라고 납득시키기 위해서라도 (자격증을) 따야 할 것 같은 강박증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순수하게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다. 배우는 것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은 여전히 있지만 그걸로 어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흥미를 잃는 것 같다.
소민 나도 처음엔 재밌지만 금방 질리고 오래 못 간다. 이제 좀 알았다 싶으면 '이제 어느 정도 알았으니까 뭐 딴 거 없나?' 하고 눈을 돌리게 된다. 사람이 깊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했던 건 '역사'.
원 너 (학창시절에) 세계사 엄청 좋아했지 않나.
소민 역사는 진짜 깊게 팔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나중에 무슨 '교수'가 되어 한 학문을 깊게 파야 한다고 하면, 무조건 '역사'.
원 진짜? 그 정도로 열정이 있는지는 몰랐다. 처음 할 땐 재밌어도 점점 지루해진단 말이 나와서 말인데,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초심자로서 느껴지는 재미에 주목한 말이 나왔다. 항상 '초심자'의 마인드로 살고 있다고. 뭔가를 처음 배울 때처럼의 마음으로 있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걸 배우려고 한다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또 다른 것에 눈독을 들여서... 다시 또 새로운 분야의 초심자가 되는 거다. 그런 식으로 인생의 즐거움을 이어나가라, 뭐 이런 말이었다.
소민 배워야지 생각은 하지만, 막상 실천으로 가는 길이 어렵다. 실천력 제로다.
원 다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는 얘길 하면서 시간이 없다고들 한다.
소민 시간은 만들면 되는 거다, 사실.
원 시간적인 여유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소민 '지금 이걸 할 때가 아니지' 뭐 이런 거.
원 맞다. 사회로 나가는 길목에 서 있는 입장에서 우리는 모든 걸 커리어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지금 이거 하기에도 바쁜데 저걸 해? 라는 생각. 그러니 어떻게 다른 것을 도전하나. 사실 그렇게 보면 난 처음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미루지 않고 바로 그날 유튜브 들어가서 시작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이탈리아어다. 이탈리아어만큼은 한없이 미루게 된다. 그래서 이탈리아어는 지금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지만 언젠가는 꼭 배워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다.
소민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싶단 생각은 해 본 적 없다. 왠 이탈리아어?
원 5개 국어를 하고 싶다는 로망이 있고, 그중 마지막 관문이 원래는 프랑스어였다. 그런데 프랑스어 공부하면서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왜 애초에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지? 하고.
소민 왜 배우고 싶어 했나? 메이저 언어라서?
원 메이저 언어이기도 하고, 유럽의 낭만, 그리고 나름 미술학도로서의 프랑스에 대한 로망(?) 이런 식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뭐, 나머지 하나 배우면 프랑스어지, 하고 별 고민 없이 (택했다). 근데 점점 이탈리아가 나에게 더 맞는 (더 여행 가고 싶은) 나라라는 걸 깨닫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내가 왜 굳이 프랑스어를 하고 있지? 프랑스어 말고 이탈리아어를 배우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 <Call Me by Your Name>을 봤는데, 그 영화가 직접 이탈리아어에 대한 관심을 심어준 건 아니지만 '이탈리아'에 대한 관심을 심어줬고, 그 이탈리아에 대한 관심이 이탈리아어까지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다. 넌 (스웨덴에서 지내다 왔으니) 스웨덴어 할 줄 아나?
소민 헤이~ 헤이~!
원 그것밖에 모르는 건가.
소민 걔넨 영어를 유창하게 써서 스웨덴어를 쓸 일이 별로 없었다.
원 너는 왜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었나? 처음 배우기 시작한 건?
소민 배우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되었다. 교양 수업으로 처음 배웠다.
원 그런데 그전부터 프랑스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으니까 그 수업도 신청한 거 아닌가?
소민 그렇다. 예전부터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아마, 중학교 때 프랑스에 처음 갔는데 프랑스에 대한 기억이 되게 좋았다. 첫 유럽이었다. 막연한 동경 속에 있던 것을 실제로 보니 (좋았다). 그리고 선글라스 끼고 고급진 언어를 말하는 프랑스인들의 모습? 그런 걸 보면서 어린 마음에 그냥 동경이 생겼던 것 같다. 별 거 없다.
원 기회가 있다면 또 배워보고 싶은 다른 언어도 있나?
소민 스웨덴어를 배우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이미 조금씩 손 대놓은 것들을 먼저 끝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영어나 중국어.
원 그걸 정말로 마무리지어 볼 생각은 있는 건가?
소민 있지만 실천을 안 하고 있다.(웃음)
원 넌 나중에 마케팅 쪽으로 커리어를 쌓으려면 해외의 언어를 많이 배워두면 그만큼의 메리트가 있지 않겠나.
소민 그렇다. 또 외국계 기업에 취직하는 게 하나의 목표이기도 하니까, 확실히 제2외국어를 하긴 해야 한다. 하지만 깊게 팔 자신이 없다. 한국어도 똑바로 못하는데.(웃음) 언어 하나를 마스터하는 게 굉장히 쉬운 일이 아니다. 난 지금 0개 국어다.
원 맞다. '마스터'라고 하면 무겁게 느껴진다. 나 같은 경우엔 '마스터'까진 아닐지라도 평생 내가 이것만큼은 프로페셔널해져야지 생각한 게 일본어였다. 근데 '마스터'라고 생각하는 순간 굉장히 부담스러워진다. 솔직히 우리 한국어도 마스터하지 못하지 않았나.
소민 마스터할 필요가 있을까? 대화만 잘하면 되지.
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개인적인 욕심인 거지. 사실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욕심이 생기진 않았을 거다. 어느 정도만 해도 경쟁력이 생기니까. 하지만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비비지 못한다. (비비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른다.
소민 아, 나도 당장 시작해야겠다. 배우고 있던 언어 마무리하기! 프랑스어와 중국어부터.
원 오. 두고 보겠다. 중국어 배워서 나중에 중국 같이 가서 마라탕이나 먹자.
소민 또 영상 편집을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
원 오. 그 정도의 열정이 있었던 건가. 근데 영상 편집을 배워서 뭘 하고 싶은 건가?
소민 여행 영상이나 뭐 그런 것들. 최근에 '왕가위' 영화를 보고 나서 그런 마음이 생겼다. 왕가위 영화를 보면 누가 봐도 왕가위 영화다! 하는 그런 게 있지 않나. 자기만의 감성.
원 누가 봐도 소민 필름, 이런 걸 꿈꾸는 건가.
소민 뭐, 그렇다. 얼마 전 브이로그나 옷 하울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정말 자신만의 스타일로 잘 찍어내는 거다.
원 그 영상이 하나만 있으면 모르는데, 10개 스무 개 쌓이다 보면 채널에서 느껴지는 그 사람 특유의 무드가 생긴다. 그 무드가 결국 자기 PR이다. 누군가에게 '저 이런 사람입니다'하면서 유튜브 채널 보여주면 '아, 이런 무드를 가진 사람이구나' 파악할 수 있는 거다.
소민 맞다. 그런 자기만의 분위기가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자기 브랜딩을 잘해야 하는 거다.
원 내가 브이로그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다. 단순히 관종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나중에 모아봤을 때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실제로 지금도 벌써 느껴진다고 생각하고.
소민 맞다. 네 브이로그도 너의 색이 있다. 난 내가 머리에 그리고 있는 '아, 이렇게 찍으면 예쁘겠다' 하는 것들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 보고 싶다.
원 일상의 순간들을 나만의 느낌으로 포착해서 남기고자 하는 욕구들이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있고, 그 흥미를 발산하는 수단이 크게 '사진'과 '영상'의 두 갈래로 나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너도 지금 (영상을 배우고 싶다곤 하지만) 사진 쪽에 가깝고,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활발히 하고 있지 않나. 이미 사진으로 그런 흥미를 줄곧 활용해오고 있지만 영상도 꿈꾸는 입장으로서, 사진과 영상의 매력은 각각 무엇이라 생각하나?
소민 사진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영상보다 한계가 있다고 본다. 영상은 음악도 들어가고, 좀 더 '동적'이다. 보여줄 수 있는 범위가 많다. 처음 봤을 때 더욱 그 사람만의 스타일을 느끼기가 좋은 것 같다.
원 그렇긴 하다. 그럼 너는 사진과 영상 중 어느 쪽이 너의 성향과는 더 맞다고 생각하나? 각자 편한 매체가 있기 마련이다. 나 같은 경우엔 사진보다 영상이 편해서 브이로그를 찍는 것도 있고. 네 말마따나 내가 찍은 사진들은 아무리 모아놔도 어떤 유의미한 나만의 결을 못 찾겠다. 하지만 사진이 자신의 성향과도 맞고 좀 더 (사진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더 보여줄 수 있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네가 영상을 배워서 언젠가 사진과 영상 둘 다 너의 무기가 되었을 때, 어떤 걸 네가 더 선호할 것 같나?
소민 그럼 당연히 영상일 것 같다.
원 난 오히려 영상을 하고 있으니까 오히려 사진을 향한 선망이 있다.
소민 확실히 사람은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분야를 선망하기 마련이다.
원 욕심이다. 욕심. 내가 생각하기에 영상에 비해 사진이 갖는 매력은 '너무 많은 말을 안 한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정보를 안 준다는 점이 오히려 나에겐 매력으로 다가온다.
소민 사진이? 영상도 너무 많은 정보를 안 주게끔 할 수 있지 않나.
원 사진보단 덜하다. 매체가 가진 고유의 속성의 문제다. 영상은 한 초에 몇 프레임이 담기고, 노래도 담기고 소리도 담기고. 사진은 딱 하나의 프레임이다. 정적이다. 단 하나의 프레임을 보면서 내가 어떤 추가적인 부분을 발견해야 한다. (내 몫이다) 단순히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내 안에 흘러들어오는 정보는 없다. 내가 더 파헤쳐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정보가 발견된다.) 또 사진의 어려운 부분이 '내게 주어진 건 단 한 컷이라고 할 때, 과연 어느 부분을 프레임 안에 담아낼 것인가' 하는 거다. 한 컷에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는 게 어렵고, 그래서 매력이다.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분야다. 사진은 내게 있어서 '과묵한' 느낌이 있다. 반면 영상은 수다스러운 느낌.
소민 난 예를 들어 시골 같은 데 가면, 가만히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곳에서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 들려오는 샛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같은 걸 담고 싶다. 나중에 봤을 때 그때의 분위기를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원 난 내가 영상을 하고 있지만 이걸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결코 없다. 딱 여기까지. 욕심이 별로 안 생기는 분야다. 그래서 또 사진과 다른 점이다. 사진을 해보려다가도 포기했던 이유가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욕심이 생기면 더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게 되면서 '왜 나는 저런 사진을 못 찍지?' 하는 자괴감이 들고, 그래서 포기하게 된다. 영상은 욕심이 안 생기니 비교도 안 하게 된다. 그렇게 따지면 나는 영상보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좋아하는 것에 욕심이 생기는 법이니까. 못하면 분하고. 하지만 난 나중에 일본 생활하고 에세이를 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는데, 그곳에서도 영상보다는 사진을 더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물론 브이로그도 할 테니 영상으로도 남기겠지만. 그래도 이국에 갔을 때 욕심내고 싶은 분야는 사진이다. 나중에 이탈리아에 한 달 여행을 가서도 사진으로 좀 더 남기고 싶다.
소민 나에게 사진 찍는 건 약간 '습관' 같은 거다. 나는 오히려 영상이 어려운 이유가 그 '습관'이 안 들어서다. 솔직히 귀찮지 않나. 사진 찍는 것보다. 그래서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기도 하다. 꽃꽂이도 해 보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꽃이 예쁘더라. 자취를 하고 나니 공간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그런데 확실히 꽃이 있고 없고 차이가 크다. 꽃집 가면 꽃들 모아서 뚝딱뚝딱 만들어 주는데, 멋있지 않은가.
원 네가 직접 해서 집에 꽂아두고 싶은 건가. 네가 꽃꽂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집 꾸미기에 대한 흥미의 연장선이라고 했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나는 꽃보다는 녹색 식물이다. 꽃도 좋지만 손이 잘 안 간다. 약간 덧없다는 느낌. 식물은 그렇게 빨리 시들거나 죽지 않는다. 좀 진득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꽃은 너무 일찍 져버린다. 돈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쟤가 언제 시들게 될까? 하는 불안감도 든다.
소민 드라이플라워도 괜찮지 않나.
원 근데 죽은 식물을 집안에 놓아두는 게 좋지 않다고 한다.
소민 난 그런 걸 잘 신경 쓰지 않는다.
원 내 사촌언니도 직장을 다니면서 한창 꽃꽂이 클래스를 들었다. 되게 만족도 높아 보이더라. 수업 때 만든 꽃을 집으로 가져와 장식하더라.
소민 요리도 배우고 싶다.
원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소민 그래도 역시 한식이다. 어느 한 메뉴를 정말 잘 요리해서 누군가에게 대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있어 보이게끔?
원 아까 말했던 사촌언니가 꽃꽂이 배우는 동시에 또 그런 요리 학원도 다녔다. 되게 관심사가 비슷하군. 내 워너비였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여가 생활도 즐기는 모습. 내가 꿈꾸는 라이프스타일이다. 근데 요리는 왜? 어떤 게 재미있나?
소민 사실 재미는 못 느끼겠다.
원 근데 왜 배우고 싶나?
소민 그냥 잘하고 싶다. 너무 못하니까.
원 너무 못하니까. 이 분야를 어느 정도만큼은 능숙해져야 하겠다는 필요성?
소민 잘하면 또 재밌어지지 않을까. 지금은 요리가 아니라 조리만 한다. 더 잘해 먹고 싶다.
원 나도 더 잘 챙겨 먹고 싶다는 마음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란 원래 내가 못하는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자주 하고 있다.
소민 뭔갈 만들어 먹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바로 뚝딱뚝딱 만들어 먹고 싶다.
원 난 요리를 '배워야지'하는 어떤 '동사'의 느낌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백종원 선생님의 영상을 보면서 (시작했다). 근데 요리의 매력은 '는다'는 것이다. 정말 '는다'. 감이 느는 건 모르겠지만, 좀 능숙해진다. 그게 느껴지는 점이 좋다. 요리는 느는 느낌이 잘 느껴지는 분야 중 하나다. 예전엔 한 번 요리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와 거창한 절차가 필요했다. 지금은 제육볶음 하나를 하더라도 훨씬 수월해졌다. 개인적으로 보람이 잘 느껴지는 분야다. 아까 처음 배울 땐 재밌어도 좀처럼 오래가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어떤 것을 오래 하려면 바로 '보람'이 꾸준히 느껴져야 하는 것 같다. 내가 늘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해서 피부로 와 닿아야 한다.
소민 난 웹 개발에도 관심이 있다. 필수 수업으로 들어야 해서 언어 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었는데 정말 내 길이 아니라고 느꼈다. 근데 그건 제대로 배운 게 아니지 않나. 정말 각 잡고 배운 후에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원 난 전혀 흥미가 가지 않는 분야 중의 하나가 그거다.
소민 멋있지 않나. 생각하는 걸 눈에 보이도록 구현해내는 것.
원 그건 매력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 그 분야는 내가 손댈 영역이 아닌 항상 '누군가가 해 줄 분야'로 다가온다. 그나저나 지금껏 인터뷰를 한 결과, 어떤 분야에 순수하게 흥미가 있어서 배우고 싶은 카테고리도 있지만 현실적이나 취직의 문제로 '해야 할 것 같아서' 배우고 싶다는 카테고리도 있었다. 그렇게 따지면 나의 경우엔 후자에 해당하는 게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느꼈다. 물론 커리어를 위해서 끊임없이 하는 것들은 있다. 브랜딩 공부를 한다든가 개인 작업을 한다든가. 근데 그런 것들은 '배우고 싶다'라는 선망의 결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보면 '배우고 싶은 것'이라는 명제 자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도 각각 다른 것 같다.
소민 사람마다 배우고 싶은 것에 대한 기준이 다른 거다. 그나저나 난 조만간 중국어나 프랑스 학원 끊을 거다.
원 오. 진짠가. 할 건가. 넌 누군가 시켜야 하는, 어떤 강제성이 있어야 하는구나.
소민 그렇다. 어떤 강제적인 체계 안에 나를 끼워 넣어야 한다.
원 난 강제성이 부여되는 순간 그만둔다. 내가 온전히 프로세스를 컨트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순간 불편해진다.
소민 (강제적이지 않으면) 한없이 늘어진다.
원 자신의 성향에 맞는 배우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소민 한 번 시작을 하면 하거든. 하지만 그 시작까지 가는 발걸음이 왜 이렇게 무거운지 모르겠다.
원 성향의 차이일 뿐이다. 난 어떤 걸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 설렘을 도저히 미루지 못한다. 빨리 시작하고 싶어서 (바로 착수한다).
OUTCOME
(위의 질문들에 한 번 대답을 고민해 보세요!)
Insight
1. '운동/액티비티'와 '제2외국어' 카테고리가 가장 많았다.
2. '영화'가 계기가 되었던 것들이 있다 (ex. 재즈 피아노, 다도, 프랑스어)
3.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실용적이어서(필요해서) vs 순수하게 흥미로워서
4. 배우고 싶지만 당장 실천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방해물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