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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크기의 삶

오늘의 기본 01

by 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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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자신 혼자의 스케일 감각을 가지는 것.

그렇게 하면 스스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 없는지 알지 않을까요.

무엇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고, 어떤 것을 사면 좋을지.”


마쓰우라 야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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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서점 카우북스의 대표이자 웹페이지 <생활의 기본>의 프로듀서 마쓰우라 야타로는 ‘스케일 감각’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내 삶에 맞는 스케일 감각을 가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완벽한 크기의 삶을 꾸려나간다는 뜻입니다.


삶의 완벽한 스케일이라니, 조금 와닿지 않으신가요? 제가 생각하기로는, ‘감당 가능한’ 삶이라고 표현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딱 이 정도면 편안하게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삶 말입니다. 단순히 부피나 면적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용력’의 개념인 것이지요. 무리하지 않아도 되고 버겁지 않은 오롯한 크기의 삶, 그러한 삶을 두고 알맞은 스케일 감각을 유지하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크고 넓을수록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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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크고 넓었으면 좋겠다” 하고 바라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 침대, 옷장은 넓을수록 넉넉하고 풍요로운 삶의 상징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넓은 평수의 집을 갖는 것은 사회적인 기준에서 부와 성공의 상징이지요. 그러나 잠시 곰곰이 생각해 볼까요. 사회적인 성공의 기준과 풍요의 척도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알맞은 크기의 집은 어떤 집일까요? 현재 휴학생인 저는 10평 남짓한 방에서 혼자 살고 있고, 앞으로도 쭉 혼자 살 예정입니다. 이런 저에게 방 세 개짜리 집이 필요할까요? 물론 방이 여러 개면 하나는 침실, 하나는 서재, 하나는 옷방으로 쓰고 싶은 로망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큰 집에 혼자 지내는 삶은, 오히려 풍요가 아닌 집 안 곳곳에 불필요한 적막을 심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매번 온 집 안을 누빌 수도 없으니, 분명 저의 온기로 데워지지 않는 삭막한 잉여 공간이 생기고 청소하기도 무척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내 손길이 닿지 않는 자리는 온전히 내 삶에 녹아드는 공간이 되지 않습니다. ‘낭비’ 공간일 뿐입니다.


옷장은 어떨까요? 희한하게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사람은 없으면 없는 대로도 잘 사는 것 같지만, 여유가 생기면 금세 그 여유를 꽉 메우고 넘쳐나는 삶을 삽니다. 작은 옷장으로도 충분히 수납 가능한 의생활을 즐기다가도, 큰 옷장을 들이게 되면 마치 그 옷장을 채워야 한다는 미션이라도 받은 듯 어느새 그 큰 옷장을 가득 채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요. 큰 옷장은 곧 많은 옷을 소유하는 삶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수납공간이 넉넉하면 좋겠다는 이유로 옷장의 크기를 넓힐 필요가 있는지요. 바랐던 ‘넉넉함’은 곧 ‘빽빽함’이 되어, 또 다른 더 큰 ‘넉넉함’을 찾아 떠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무조건 넓고 큰 걸 경계하라는 말로 들린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충분함과 편안함을 넘어선, ‘과분한’ 크기를 조심하자는 것입니다. 침대를 생각해 봅시다. 침대는 좋은 수면이 이루어져야 하는 하나의 안온하고 오롯한 나만의 직사각형의 세계입니다. 저는 슈퍼 싱글 사이즈를 사용하고 있는데, 키와 몸집도 평범하고 수면 시 행동반경도 크지 않은 저에겐 딱 좋은 크기입니다. 반면 승무원인 사촌 언니는 퀸 사이즈의 침대를 씁니다. 키가 훨씬 크고 불규칙적인 비행 스케줄로 무엇보다 질 좋은 숙면이 가장 우선순위인 언니에겐 그 정도의 사이즈가 오히려 더 편안하고 안락한 것이지요. 그렇듯 ‘나’에게 기준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나의 생활에 딱 알맞고 충분한 크기의 물건을 내 삶에 들이는 것입니다.



비쌀수록 좋은 물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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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어치가 있는 물건을 가지고 다녀본 적이 있나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내 몸에 온전히 스며드는 것 같지 않고, 다루기 조심스러워 불편하진 않았나요? 그것은 그 물건의 ‘아우라’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정도로 거대한 까닭입니다. 무리해서 손에 넣었지만, 주객이 전도되어 내가 그 물건의 주인이 된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나의 주인이 된 것이지요. 이렇듯 스케일 감각은 단순히 부피나 넓이의 얘기가 아니라, 값어치에서 오는 무게감을 말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30만 원 정도의 질 좋은 가방을 생각해 봅시다. 그 가방을 고등학생이 메는 것과 30대의 직장인이 매는 것은 다른 모습입니다. 고등학생에게 30만 원짜리 고급 가방은 필요하지 않을뿐더러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마쓰우라 야타로는 저서 <나만의 기본>에서 “가슴이 두근거릴 만한 손목시계는 차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일용품인 손목시계는 매번 부딪히거나 흠집이 날까 봐 노심초사하며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분수에 맞는 마음 편한 것을 구매해야 한다면서요. 완벽한 크기의 삶은 지금의 나에게 맞는 값어치의 물건을 소유하고 그것을 온전한 내 것처럼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삶입니다. 이 물건에는 어느 정도까지 할애할 수 있는지 나만의 기준을 생각해 봅시다. 막연히 값진 명품만이 나의 풍요로운 삶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에게 어울리는 질 좋은 물건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타당한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이 올바른 소비이자 완벽한 크기의 삶을 유지하는 길이 아닐까요?



몇 개 정도면 충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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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미니멀리즘을 이야기하면, 식상해하시려나요. 미니멀리즘은 이름 그대로 해석하여 ‘최소한의 개수’를 가지는 생활 방식이 아니라, ‘이 정도면 충분한’ 개수 즉, 알맞은 풍족감을 주는 개수만큼 물건을 소유하는 생활을 말합니다. 부족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은, 나에게 딱 좋은 개수의 물건을 마련하는 삶인 것이지요. 그동안 ‘많을수록 좋아’라고 생각하며 마구 사들였던 물건이 있나요? 저의 경우엔 한때 컵을 많이 수집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많은 수의 컵에 압도당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쓰지 않는 컵도 늘어갔습니다. 컵이 잔뜩 많아지면서, 제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의 아우라를 벗어난 것입니다. 무조건 적은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각자의 생활 방식에 따라, 이것은 몇 개 정도면 충분해, 하고 느껴지는 숫자가 존재합니다. 그 숫자를 인식하면서 물건을 소유하는 삶을 실천해 봅시다.


한편, 개수는 비단 물건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내가 감당하고 있는 ‘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에 감당하지 못할 만큼, 또는 버겁다고 느낄 정도로 많은 일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일이 눈에 보이는 것이라 했을 때, 두 팔 벌려 끌어안을 수 없을 만큼 넘치고 있을 것 같다면요. 많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무리하는 것 또한 이미 편안한 크기를 벗어난 삶입니다. 완벽한 크기의 삶을 위해 일을 몇 가지 덜어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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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의 일상을 제안합니다 : 완벽한 크기의 삶

1. 모든 것을 눈에 보인다고 가정했을 때, 그것을 두 팔 벌려 끌어안는 모습을 상상해 봅시다. 그것을 안기 위해 팔이 저릿저릿해지거나 버겁다는 느낌이 들지도, 그렇다고 헐렁하게 부족한 느낌이 들지도 않은 오롯이 내 품에 안기는 정도의 크기를 발견해 보세요.


2. 물건의 카테고리마다 이 정도면 적당하다고 느끼는 개수를 정해 봅시다. 예를 들면 저에게는 수건은 8개, 식기는 세 쌍씩, 여름용 치마는 3개 미만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3. ”DO ONE THING”이란 말이 있습니다. 하루에 한 가지만 하라는 말입니다. 멀티태스킹은 우리의 수용력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일을 해내느라 일상이 버거운 그대, 하루에 한 가지만 오롯이 마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만의기본.jpg 마쓰우라 야타로 <나만의 기본>


기본의 영감을 제안합니다 : 마쓰우라 야타로 <나만의 기본>

기본적인 삶은 곧 ‘나다움’이라는 그. 그의 의식주와 일을 들여다보며 단단하고 올곧은 그의 취향과 기본을 발견해 보세요. 셔츠, 청바지, 코트, 가방 등 옷차림의 기본, 테이블과 의자, 밥그릇과 젓가락 등 생활의 기본, 책상과 문구, 회의와 수첩 등 일의 기본을 속속들이 엿볼 수 있답니다.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OST 01. Cover of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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