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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고 반듯한 삶

오늘의 기본 02

by 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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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쾅거리면서 걷고, 문을 꽝! 소리가 나게 닫고, 큰 소리가 나도록 컵을 놓는 행동 등등.

거친 의태어로 표현되는 동작은 삼가야 합니다.”


마쓰우라 야타로 <일의 기본 생활의 기본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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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고 반듯하다는 것은 ‘태(態)’와 관련 있습니다. ‘자태’, ‘태도’ 할 때의 ‘태’ 말입니다. ‘태’는 모양새를 말합니다. ‘정갈’하다는 것은 깨끗하고 깔끔한 것, ‘반듯’하다는 것은 빗질 또는 다림질하듯 가지런한 것입니다. 즉, 정갈하고 반듯한 삶은 모양새와 소리가 깔끔하고 가지런하며, 거칠고 상스럽지 않은 삶입니다. 그러한 삶을 가꾸기 위해서는 우리의 일상 속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의태어와 의성어에 다정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사물의 정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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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고 반듯한 삶은 나와 나의 주변에서 이루어집니다. 먼저 나의 주변에서는 '사물'과 '공간'을 살펴야 합니다. 평소 물건을 내려놓을 때 어떻게 내려놓나요? 딱히 별 의식을 하지 않고 두나요? 핸드폰을 침대 위에 휙 던지거나, 개수대에 그릇을 우당탕 쌓지는 않는지요. 이제부터는 물건을 다룰 때 조금만 더 의식하여 다뤄보면 어떨까요? 소중한 물건을 대하는 것처럼 조심스레 다정한 손길로 다뤄봅니다. 이불을 가지런히 펼치고, 빨래를 반듯하게 개며, 설거지를 차분하게 하고, 뚜껑을 소리 없이 닫고, 책을 가지런히 꽂습니다. 난폭한 의태어와 의성어는 사물에 자연스레 깃들기 마련입니다. 험하게 다뤄진 물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볼품없는 태가 나고, 소중히 다뤄진 물건은 은은하게 빛이 나고 온기를 띕니다.


본래 태가 정갈하고 반듯한 물건들도 있습니다. ‘마구’ 만들지 않은 것, 곱게 정리할 수 있는 것, 정성을 다해 빚은 것, 온기를 품고 이야기를 품은 것, 모양새가 반듯한 것, 깨끗이 관리해 온 것 등등.


“항상 청결하고 사용감이 좋으며 남에게 주는 인상도 깔끔한 것, 이런 물건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니면 일상의 리듬 또한 산뜻하게 흘러갑니다.” 마쓰우라 야타로 <나만의 기본> 80p


그의 말처럼, 정갈하고 반듯한 사물은 일상의 리듬을 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카드와 지폐, 영수증 따위가 지저분하지 않고 잘 정리되어 있는 지갑, 마음에 드는 패턴의 깨끗한 손수건, 한 손에 들어오고 먼지가 묻지 않은 손거울, 손때가 타지 않은 휴대폰 등 나의 주변의 물건들이 정갈하고 반듯해지면 나의 태도도, 주변에서 바라보는 나의 모습도 따라서 정갈하고 반듯해집니다.




공간의 정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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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취향에 따라 벽면 등을 갖가지 아이템으로 가득 꾸미는 것도 좋으나, 공간은 기본적으로 깨끗하고 깔끔한 편이 좋습니다. 그 반듯한 결을 따라 삶의 기본과 기준이 바로 서며, 여백에는 자연스러운 숨과 온기가 깃듭니다. 불필요한 것들은 정리하고, 가구와 오브제는 가지런히 배치하며, 너무 요란하고 화려한 모양새를 띈 것들은 지양합니다.


공간은 되도록이면 늘 깨끗하게 유지하고,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물건들은 그것이 존재해야 할 모습으로 마땅히 놓일 수 있도록 손을 씁니다. 아무렇게나 나와 있는 의자는 집어넣고, 바닥에 널브러진 화분은 제자리를 찾아주고, 이불은 반듯이 개고 베개를 똑바로 놓으며, 풀어헤친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정리합니다. 집이야말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가장 잘 보여주는 단상이라고 하지요. 마음이 정돈되면 집도 절로 단정해지고, 집이 깔끔해지면 머릿속도 깨끗이 정리됩니다. 거칠고 상스러운 의태어와 의성어가 배지 않은 집은 언제나 안온하게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줍니다.



나의 정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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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변만 정돈되었다고 해서 정갈하고 반듯한 삶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무엇보다 내가 나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식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말씨, 자세, 행동거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평소 어떤 말투와 단어를 자주 사용하나요? 습관처럼 거친 욕지거리나 공격적인 어투를 내뱉지는 않나요? 너무 경박스럽게 대화를 하진 않나요? 말은 사람의 그릇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옷매무새가 단정하고, 생활 반경이 깔끔한 사람이라도 입을 여는 족족 난폭하고 상스러운 단어를 내뱉는다면 어떤 인상이 들까요? 나의 말투와 어조, 사용하는 단어들을 점검하고, 나의 품격과 태를 낮추지 않는 말씨를 가꿔나갑시다.


다음은 자세입니다.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어떻게 서 있나요? 버스 안에선 어떻게 앉아 있나요? 밥을 먹을 땐 어떻게 앉아 있나요? 곧바로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그동안 서는 대로 서고, 앉는 대로 앉는 무의식적인 삶을 살아온 것입니다. 자세는 그 사람의 ‘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만큼 인상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삐딱하게 서 있고, 다리를 쫙 벌리며 앉는 등 일상 속 사소한 흐트러짐은 타인에게도 부정적인 인상을 주며, 심지어는 나의 마음가짐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는 말처럼, 가지런한 자세에 가지런한 마음이 깃드는 것입니다. 좋은 자세는 곧 건강과도 연관된 중요한 요소이니만큼, 의식해서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무엇을 하더라도 되게 흐느적거리거나 부산스러워 보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을 두고 ‘행동거지가 사납고 경박스럽다’고 합니다. 요새 ‘휘뚜루마뚜루’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아무렇게나 이리저리'라는 뜻이지요. 하지만 바로 그러한 ‘휘뚜루마뚜루’ 식의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합니다. 거들먹거리거나 휘적거리지 않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반듯한 걸음걸이로 걷는 것, 너무 거창한 소지품들을 몸에 매달고 다니지 않는 것, 행동에 일일이 조급함을 드러내지 않는 것, 문을 조심히 닫는 것, 머리카락을 지저분하게 헝클어뜨리지 않는 것 등등 일상 속 행동들의 의태어와 의성어를 정갈하고 반듯하게 만들어 나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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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의 일상을 제안합니다 : 정갈하고 반듯한 삶

1. 당신에게 있어서 정갈하고 반듯한 물건은 무엇인가요? 그런 물건을 가지고 다녀보는 건 어떨까요? 혹은 일상에서 가까이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을 살펴봅니다. 그것의 모양새가 어떠한가요?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리하거나 정리, 청소를 해 봅시다. 정갈하고 반듯한 삶을 사는데 방해가 될 것 같은 수준이라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질 좋은 물건으로 새로 장만하는 것도 좋습니다.


2. '의식하여' 물건을 다뤄봅니다. 개고, 정리하고, 집고, 두고, 접고, 걸고, 닦고, 쌓고 등등. 평소에는 무의식적으로 했던 이 모든 작은 행위들을 의식하고 해 봅시다. 식탁을 부드럽게 닦고, 빨래를 반듯하게 접고, 컵을 살포시 내려놓고, 옷을 가지런히 걸고, 책을 조심스레 다뤄봅니다. 의미 없이 느껴지던 일상의 행동에 숨과 결이 깃들면, 물건들도 정갈하고 반듯한 모양새로 제자리를 찾을 것입니다.


3. 특정한 때와 장소에서 유지할 바른 자세를 정해둡니다. 의자에 허리를 펴고 앉아 두 발을 가지런히 땅에 내려놓고 식사를 한다거나,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릴 때 짝다리를 짚고 서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입니다.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정갈하고 반듯한 자세를 찾아 실천해 봅니다. TPO가 아닌 TPP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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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의 영감을 제안합니다 : 연희동 편집숍 '그로브grove'

연희동에 위치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그로브는 정성이 깃들고 온기가 배인 사물을 소개합니다. 정갈하고 가지런한 태를 갖춘 일용품들이 따사로운 햇살 아래 놓여있어요. 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음악과 사진, 책들까지 함께 큐레이션하니, 그로브가 소개하는 것들과 함께라면 정갈하고 반듯한 삶을 가꿀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piani cinema - April in 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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