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본 05
"어떤 날은 몸을 좀 움직이는 게 필요하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필요해요. 나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내가 뭘 원하는지 계속 질문하면서 알아채는 거예요."
매거진 <AROUND> 75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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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나에게 귀 기울여 봅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다고요. 그렇다면 슬쩍 힌트가 될 질문을 던져 보겠습니다. 지금 배가 고픈가요 부른가요? 배가 고프다면 지금 당장 무엇이 먹고 싶나요? 지금 마음이 평안한가요 또는 조급한가요? 마치 기분이 식혜의 쌀알 같은 것이라 한다면, 지금은 컵의 어느 위치에 가라앉거나 붕 떠 있나요? 주변이 조용한가요? 어떠한 무드의 음악이 필요한가요? 몸 구석구석 어디 불편하거나 찌뿌둥한 곳은 없나요?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렇게 늘 말을 걸며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 말에 귀 기울이며 잘 대답해 주었나요?
남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말에 충실하느라, 정작 나의 말은 뒷전으로 두고 있지는 않았나요? 때로는 어리광이나 사치라고 생각하며 일부러 외면했던 적도 있을 것입니다. 무의식적으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스스로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눈치채지조차 못하기도 하지요. 그럴 때야말로 바깥으로 벌려두던 귀를 오므려, 나 자신이 하는 말을 듣는 순간들이 필요합니다.
나의 기분을 들여다보는 법
내가 지금 정확히 어떤 기분인지 자세히 곱씹어 보려 한 적이 있나요? 기분이 좋으면 좋은 대로 문제없이 가볍게 넘기고, 불안하고 걱정스러울 땐 그 감정을 외면하려 은연중에 모른 척하고자 하진 않는지요. 일단 꿉꿉한 기분이 들면 더 파고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앞서는 게 당연지사지만, 그럴수록 어떤 편견이나 잣대를 들이밀지 않고 내가 어떤 기분인지 너그럽게 들어봐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주변 사람이 '나 기쁜 일 있어' 또는 '지금 무척 우울해'라고 말할 때 '왜? 무슨 일이야?'하고 관심을 가져주듯 스스로에게도 물어봐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대답이 돌아오더라도,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이기로 해 봅시다. '왜 기분이 별로지?', '오늘 왜 이렇게 침울하고 걱정스럽지?' 반문하면서 우울하지 말아야 하는 근거를 어떻게든 찾아내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울감이 무조건 부정적이고 나의 하루를 해친다는 연결고리를 부숴봅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오늘 좀 마음이 편하지 않네', '그럴 수도 있지'. 나에게 귀를 기울이는 삶은 '받아들이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감정과 기분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나를 위한 다음 행동을 취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음식을 '세심하게' 고르는 것
"'지금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뭘까?' 하고 자신의 몸에 질문을 던지는 것은 중요합니다. 단 것이 먹고 싶고, 진한 맛이 끌리고, 채소가 좋을 것 같고, 고기가 먹고 싶고 등등. 먹고 싶은 음식으로 그때 자기 몸의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중략) '뭐가 먹고 싶어?'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마쓰우라 야타로 <일의 기본 생활의 기본 100> 中.
친구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별로 먹고 싶은 게 떠오르지 않는데도 배가 고파서 어쩔 수 없이 '때운다는' 느낌으로 뭔가를 먹는 것이 싫다는 이야기를요. 하루 삼시세끼 일용할 양식을 고르는 것은 생각보다 신성한 행위입니다. 오늘을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단 세 번의 의식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침을 챙겨 먹지 않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점심과 저녁, 단 두 번만 주어지는 귀한 선택의 시간입니다. '잘 먹는 것'은 어느 문화권에서도 강조되는 이야기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이 단순한 의식이 이젠 너무 당연시되는 탓에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아무 음식이나 가볍게 먹어왔던 것은 아닐지요.
"예를 들면 '뭐든 좋아' 하면서 커피만 마시기보다 그날의 컨디션이나 기분을 잘 살펴서 신중하게 음료를 고르는 것이 생활을 훨씬 윤택하게 해 줍니다. 신중하게 선택하는 '셀렉션'이라는 의식을 소중하게 여깁시다."
마쓰우라 야타로 <일의 기본 생활의 기본 100> 中.
특히 회사 동료가 "뭐 먹을래요?" 물어보면 별 고민 없이 "아무거나 다 좋아요"라고 말하게 됩니다만, 정말로 그 순간의 나는 아무 메뉴나 다 좋았던 걸까요? 특히 오늘 출근길부터 계속 생각났던 메뉴나, 오늘은 면보다는 밥이 먹고 싶고, 뜨끈한 탕류를 먹고 싶다든가 하는 그날의 기분이 있지는 않았을까요?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내 몸에 건네는 것은 간단히 행할 수 있는 특별한 의식입니다.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세심하게, 디테일하게 귀 기울여 봅시다.
정말 음악을 원하고 있나요?
가령 노래를 들을 때를 생각해 봅시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순간이 아닐지라도 감각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습관적으로 노래를 틀어두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기분 좋은 시간을 갖지요. 그러나 정말 우리가 모든 순간에, 음악이 흐르는 상태를 원하고 있는 걸까요? 때로는 음악이 필요하지 않은, 거리의 자연스러운 소리나 정적을 반기고 싶어 하는 순간들이 일상의 틈 속에 존재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무드에 좌우되지 않고, 오롯이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싶은 순간들 말입니다. 그동안 습관적으로 이어폰을 꼽고 산책을 하거나, 블루투스 스피커로 방 안에 음악을 틀어놓았던 순간들을 되돌아봅시다. 그 순간, 정말 나는 음악이 흐르는 상태를 필요로 하고 있었나요?
기본의 일상을 제안합니다 : 나에게 귀 기울이는 삶
1.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상에 난입하는 세상의 소음을 잠시 차단해,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SNS에 뜨는 팝업 광고로 은연중에 세뇌된 취향이 아닌, 나 스스로 발견하는 취향을 탐색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취미 생활을 즐기거나 좋아하는 길로 산책을 하는 행위로요. 또한 타인과 만나 교류하는 시간 외에, 오로지 나의 기분과 내면의 이야기를 살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기를 쓰거나 명상을 하는 리추얼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2. 정말로 지금 이 순간 먹고 싶은 것을 먹도록 합시다. 간단한 한 번의 식사를 하더라도, 나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봅니다. "진짜? 지금 내 구미를 당기는 음식이 정말로 이 메뉴가 맞아?". 습관적으로 정하던 점심 메뉴나 익숙하게 발걸음 하던 식당이 아닌 그날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내 몸은 다른 음식을 원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3. 가끔은 감각들을 차단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습관처럼 틀어놓던 플레이리스트, 방을 가득 채우는 인센스나 캔들의 향 등 가상의 특정 무드를 세팅하는 인공적인 감각(후각, 청각 등)을 배제하고 오롯이 지금 이 순간 본연의 상태에 집중해 보는 것이지요. 음악이나 향으로 잠시 묻어두거나 가려두었던, 내면의 진짜 기분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마음속에 휘몰아치는 감정과 솔직하게 마주 보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 봅시다.
기본의 영감을 제안합니다 : 마쓰우라 야타로 <일의 기본 생활의 기본 100>
'기본'은 가장 단순한 것 같지만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삶의 태도입니다. 아무리 위대한 사람도 뛰어난 업적보다 삶을 단련하는 '기본'적인 행위에서 품성이 드러나기 마련이지요. 일터에서부터 매일매일의 의식주 생활까지, 그가 제안하는 '기본'에 관한 지침서를 머리맡에 두고 틈날 때마다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의 플레이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