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메이르의 <델프트의 풍경> 상

최금희의 그림 읽기 (3)

페르메이르의 ‘델프트의 풍경’; 첫 번째 이야기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er, 1632~1675)의 전형적인 특징은 고요한 내부를 배경으로 한 사색적인 장면들, 원근법의 숙달과 빛의 렌더링이다. 어떤 물체와 내부는 규칙적으로 반복된다. 이것은 페르메이르의 주변 환경이 실제로 이렇게 생겼다는 인상을 주지만, 그가 제시하는 세계는 창작된 것이다. 날카로움과 흐릿함과 같은 광학적인 효과를 정확하게 관찰한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시선을 일상적인 활동, 시선, 만남에 초점을 맞춘 그림으로 안내한다. 때때로 우리의 시선은 그림 속의 인물과 부딪히며 그들이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추측하기도 한다. 페르메이르의 장면들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고요하고 조용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존재한다. 페르메이르는 창문을 열어 누군가가 창밖을 내다보게 함으로써 그 창문을 그림 속으로 들여보낸다. 페르메이르의 1661년 작 [델프트의 풍경]에 대해 이런 포인트를 염두에 두고 감상해 보자.

[델프트의 풍경, Geziche op Delft] 1661, Oil on canvas, 98.5x117.5cm, 마우리츠 하위스 미술관, 헤이그]

방금 소나기가 지나간 듯 맑은 북구의 아침 하늘을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묘사하여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풍경화이다. 서양 미술사에서 르네상스 이래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 1377~1466)에 의해 시작된 선원근법에서 벗어나는 풍경화를 네덜란드 화가들은 그리기 시작했다. 브루넬레스키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양식의 창시자로 피렌체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돔을 건축하였다. 사람이나 물체는 3차원의 입체이다. 그러나 2차원의 평면에 그려 넣으며 실제와 같다는 눈속임을 주기 위해 일점소실점을 중심으로 수학적인 비례를 갖는 선원근법이 창안되었다. 깊이감과 공간감을 주어 현실을 모방하여 재현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면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델프트 도시의 교회와 건물들은 수평의 띠를 이루며 가로로 펼쳐진다.

우리가 풍경화를 보게 되면 수평선이나 지평선을 찾아봐야 한다. 올해 초 3월에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 [파벨만스 The Fabelmans]를 봤다 “역시 스필버그 군!” 하며 무릎을 쳤다. 진실을 비추는 필름의 힘을 실감한 대학생이 된 주인공 새미는 여전히 8mm 카메라로 영화를 찍고 있었다. 슬럼프에 빠져 지내던 중 존경하는 존 포드 감독과 짧은 시간에 면담하는 기회를 얻는다. 책상에 앉아있던 감독은 새미에게 벽에 걸린 영화 포스터를 가리키며 묻는다. “지평선이 어디 있냐?”.

머뭇거리는 새미에게 다른 영화 포스터를 가리키며 같은 질문을 한다. “지평선이 아래에 있거나 위에 있어야지, 가운데 있는 영화는 평범하고 지루하다”라고 말하는 순간 새미는 다시 영화를 시작할 해법을 찾아 환호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화가들이 수평선이나 지평선을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처럼 스필버그도 영상을 찍으며 똑같은 고민을 했고, 관람자를 흡입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낸 현명한 감독이었다. 

그림의 오른편 지평선은 화면의 1/3 지점으로 내려와 있어, 모래톱과 강을 지나 델프트 도시와 하늘을 담아낸다. 광활한 하늘을 그리며 관람자 시선에서 가까운 하늘에는 짙은 먹구름이 자리하고, 저 멀리 보이는 곳은 맑고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낮은 지평선과 떠다니는 구름과 드라마틱한 강한 빛과 그림자의 대조로 거대한 공간감을 표출하는 풍경화는 야코프 판 루이스달(Jacob van Ruisdael)로 대표되는 플랑드르 풍경화의 특징이다. 야코프는 우울하고 광대한 풍경화로 인기를 얻었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가운데, 신교회의 노란 첨탑, 주변의 노란 벽, 파란색 지붕 그리고 동인도회사 붉은 지붕 등이 색의 조화를 이룬다. 그 모든 조화는 물에 반영되어 더욱 빛나는 풍경화를 연출한다. 모래톱에는 두 명의 여인이 서 있다. 그중 한 여인의 치마는 그의 대표작 [우유를 따르는 하녀]에서 하녀가 입은 치마와 같은 라피스 라즐리로 칠해진 파란색이다. 그 치마의 빛은 강 건너 파란 지붕과 조응을 이루며 고요하고 명징한 풍경화를 직조해 내고 있다. 

(델프트의 풍경 중 아래 부분, 스히담 강가에서 파란 치마를 입은 17세기의 여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페르메이르의 풍경화가 이처럼 명징하게 빛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밝고 청신하게 빛나는 햇빛을 화폭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페르메이르가 영향을 받은 화가 피테르 데 호흐는 처가가 델프트라서 그곳에서 거주하며 집안의 풍경이나 안뜰에서 열리는 음악회 등 중산층 가정의 평범한 일상을 담았다. 그러나 피테르 데 호흐는 페르메이르처럼 맑고 명징하게 그리지 못하고 노란빛이 감도는 그림을 그렸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의 페르메이르 전에서 [델프트의 풍경]이 가장 먼저 전시되었고,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부분은 번호로 표시하여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1. 멀리서 당신은 황백색의 두꺼운 페인트 층으로 칠해진 신교회(New Church)의 탑이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왼쪽 가운데는 스히담(Schiedam) 문이다. 시계는 7시쯤을 가리키고 있다. 오른쪽은 로테르담 문이다.

2.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네 개의 수평 밴드로 구성하여 나누고, 부두의 밝은 모래를 전면에 배치했다. 배 오른쪽에 하이라이트를 주었다. 물감을 살짝 칠하여 햇빛이 반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3. 여성들 중 한 명이 입은 옷은 페르메이르가 같은 시기에 그린 [우유를 따르는 하녀]과 같다.

페르메이르가 [델프트의 풍경]을 그린 장소를 찾아갔다. 신교회의 첨탑과 배가 보이는 호이카더 거리 앞의 운하에 서서 그림과 같은 구도에서 현재의 모습을 보았다. 그림 속의 장소를 찾아가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더할 수 없는 꿈같은 시간이었다. 운하에 둘러싸여 반영을 품은 조용한 도시로 그의 그림과 같았다. 델프트에서 만난 관광객이 거의 없어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호이카더 거리 앞의 운하)

[델프트의 풍경]의 하단 일부

다시 그림의 하단을 보면, 배가 정박한 선착장에서 담소를 나누는 아기를 안은 여인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델프트는 강과 운하를 따라 사람과 물건들이 흘렀다. 

(델프트의 풍경 오른쪽 상단 부분)

 

오른쪽은 로테르담 문이다. 파란 지붕 사이로 투명한 노란 벽이 햇빛에 반사된다. 이 벽을 보고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르스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보았다'며 감탄했다. 배와 벽에 작은 점으로 반사되는 빛을 표현했다. 페르메이르는 특별히 설화 석고와 석영을 재료로 하여 하얀색 발광 안료를 만들어 그림에 사용했는데,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빛이 그림에서 반사하며 마치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델프트 풍경 오른쪽 중 하단 부분)

오른편 배에서 흰색의 하이라이트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배들은 청어잡이 어선이다. 당시 유럽에는 소빙하기가 찾아와 한류성 어족인 청어 떼가 남하해 네덜란드에서는 뜻밖의 풍어를 맞았다. 보관하기 어려울 만큼 잡히는 청어를 배에서 아가미와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물에 염지(鹽池) 하는 방법인 기빙(Gibbing)을 개발한 제일란트의 빌럼 벤켈소어는 네덜란드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획기적인 저장법이었다. 청어를 잡는 즉시 배에서 가공이 이루어져 위에 보이는 폭이 넓은 배인 뷔스(Buss)가 정박해 있다. 

기름기가 많은 청어를 소금에 뿌려 염장하던 기존의 저장법은 무척이나 짜고 생선이 딱딱해지므로 인기가 없었다. 이후 염지 보관된 청어는 종교적인 이유로 육식을 금해야 하는 유럽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네덜란드는 자본을 축적하여 17세기의 황금시대를 구가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델프트의 풍경 왼쪽 상단: 동인도회사 지붕과 구교회 첨탑)
 

그림에서 가장 높은 첨탑은 델프트 구교회(Old Church)이고, 붉은색 지붕의 건물은 1602년에 설립된 동인도회사다. 영국 다음으로 설립된 동인도 회사는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도 치르고 조약도 체결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식민지에서 행사하며 무역을 독점했다. 한 척의 배에 모든 재산을 걸어 난파될 위험을 분산하는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의 설립으로 네덜란드의 무역은 더욱 확대될 수 있었다. 네덜란드 주식은 최소 21년 동안 투자를 보장해 주었고 상선마다 주식을 사고 이익을 배분하는 영국과 달리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안정적인 자본과 해양기술 그리고 조선업의 발달로 작지만 강한 나라로서 17세기 황금시대를 향해 달려갈 수 있었다. 

당시 암스테르담에 정치적인 이유로 머물던 근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는 이 시절을 이렇게 말했다. "이 지구상에서 사람들이 바라는 평범한 상품과 신기한 물건을 갖춘 곳이 이 도시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 이토록 완전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인가?" 지중해, 대서양, 태평양 시대를 지나 북극해 시절이 오면 북해에 가까운 네덜란드의 황금시대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계속)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er, 1632~1675)의 전형적인 특징은 고요한 내부를 배경으로 한 사색적인 장면들, 원근법의 숙달과 빛의 렌더링이다. 어떤 물체와 내부는 규칙적으로 반복된다. 이것은 페르메이르의 주변 환경이 실제로 이렇게 생겼다는 인상을 주지만, 그가 제시하는 세계는 창작된 것이다. 날카로움과 흐릿함과 같은 광학적인 효과를 정확하게 관찰한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시선을 일상적인 활동, 시선, 만남에 초점을 맞춘 그림으로 안내한다. 때때로 우리의 시선은 그림 속의 인물과 부딪히며 그들이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추측하기도 한다. 페르메이르의 장면들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고요하고 조용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존재한다. 페르메이르는 창문을 열어 누군가가 창밖을 내다보게 함으로써 그 창문을 그림 속으로 들여보낸다. 페르메이르의 1661년 작 [델프트의 풍경]에 대해 이런 포인트를 염두에 두고 감상해 보자.

[델프트의 풍경, Geziche op Delft] 1661, Oil on canvas, 98.5x117.5cm, 마우리츠 하위스 미술관, 헤이그]

방금 소나기가 지나간 듯 맑은 북구의 아침 하늘을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묘사하여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풍경화이다. 서양 미술사에서 르네상스 이래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 1377~1466)에 의해 시작된 선원근법에서 벗어나는 풍경화를 네덜란드 화가들은 그리기 시작했다. 브루넬레스키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양식의 창시자로 피렌체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돔을 건축하였다. 사람이나 물체는 3차원의 입체이다. 그러나 2차원의 평면에 그려 넣으며 실제와 같다는 눈속임을 주기 위해 일점소실점을 중심으로 수학적인 비례를 갖는 선원근법이 창안되었다. 깊이감과 공간감을 주어 현실을 모방하여 재현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면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델프트 도시의 교회와 건물들은 수평의 띠를 이루며 가로로 펼쳐진다.

우리가 풍경화를 보게 되면 수평선이나 지평선을 찾아봐야 한다. 올해 초 3월에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 [파벨만스 The Fabelmans]를 봤다 “역시 스필버그 군!” 하며 무릎을 쳤다. 진실을 비추는 필름의 힘을 실감한 대학생이 된 주인공 새미는 여전히 8mm 카메라로 영화를 찍고 있었다. 슬럼프에 빠져 지내던 중 존경하는 존 포드 감독과 짧은 시간에 면담하는 기회를 얻는다. 책상에 앉아있던 감독은 새미에게 벽에 걸린 영화 포스터를 가리키며 묻는다. “지평선이 어디 있냐?”.

머뭇거리는 새미에게 다른 영화 포스터를 가리키며 같은 질문을 한다. “지평선이 아래에 있거나 위에 있어야지, 가운데 있는 영화는 평범하고 지루하다”라고 말하는 순간 새미는 다시 영화를 시작할 해법을 찾아 환호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화가들이 수평선이나 지평선을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처럼 스필버그도 영상을 찍으며 똑같은 고민을 했고, 관람자를 흡입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낸 현명한 감독이었다. 

그림의 오른편 지평선은 화면의 1/3 지점으로 내려와 있어, 모래톱과 강을 지나 델프트 도시와 하늘을 담아낸다. 광활한 하늘을 그리며 관람자 시선에서 가까운 하늘에는 짙은 먹구름이 자리하고, 저 멀리 보이는 곳은 맑고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낮은 지평선과 떠다니는 구름과 드라마틱한 강한 빛과 그림자의 대조로 거대한 공간감을 표출하는 풍경화는 야코프 판 루이스달(Jacob van Ruisdael)로 대표되는 플랑드르 풍경화의 특징이다. 야코프는 우울하고 광대한 풍경화로 인기를 얻었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가운데, 신교회의 노란 첨탑, 주변의 노란 벽, 파란색 지붕 그리고 동인도회사 붉은 지붕 등이 색의 조화를 이룬다. 그 모든 조화는 물에 반영되어 더욱 빛나는 풍경화를 연출한다. 모래톱에는 두 명의 여인이 서 있다. 그중 한 여인의 치마는 그의 대표작 [우유를 따르는 하녀]에서 하녀가 입은 치마와 같은 라피스 라즐리로 칠해진 파란색이다. 그 치마의 빛은 강 건너 파란 지붕과 조응을 이루며 고요하고 명징한 풍경화를 직조해 내고 있다. 

(델프트의 풍경 중 아래 부분, 스히담 강가에서 파란 치마를 입은 17세기의 여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페르메이르의 풍경화가 이처럼 명징하게 빛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밝고 청신하게 빛나는 햇빛을 화폭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페르메이르가 영향을 받은 화가 피테르 데 호흐는 처가가 델프트라서 그곳에서 거주하며 집안의 풍경이나 안뜰에서 열리는 음악회 등 중산층 가정의 평범한 일상을 담았다. 그러나 피테르 데 호흐는 페르메이르처럼 맑고 명징하게 그리지 못하고 노란빛이 감도는 그림을 그렸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의 페르메이르 전에서 [델프트의 풍경]이 가장 먼저 전시되었고,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부분은 번호로 표시하여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1. 멀리서 당신은 황백색의 두꺼운 페인트 층으로 칠해진 신교회(New Church)의 탑이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왼쪽 가운데는 스히담(Schiedam) 문이다. 시계는 7시쯤을 가리키고 있다. 오른쪽은 로테르담 문이다.

2.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네 개의 수평 밴드로 구성하여 나누고, 부두의 밝은 모래를 전면에 배치했다. 배 오른쪽에 하이라이트를 주었다. 물감을 살짝 칠하여 햇빛이 반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3. 여성들 중 한 명이 입은 옷은 페르메이르가 같은 시기에 그린 [우유를 따르는 하녀]과 같다.

페르메이르가 [델프트의 풍경]을 그린 장소를 찾아갔다. 신교회의 첨탑과 배가 보이는 호이카더 거리 앞의 운하에 서서 그림과 같은 구도에서 현재의 모습을 보았다. 그림 속의 장소를 찾아가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더할 수 없는 꿈같은 시간이었다. 운하에 둘러싸여 반영을 품은 조용한 도시로 그의 그림과 같았다. 델프트에서 만난 관광객이 거의 없어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호이카더 거리 앞의 운하)

[델프트의 풍경]의 하단 일부

다시 그림의 하단을 보면, 배가 정박한 선착장에서 담소를 나누는 아기를 안은 여인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델프트는 강과 운하를 따라 사람과 물건들이 흘렀다. 

(델프트의 풍경 오른쪽 상단 부분)
 

오른쪽은 로테르담 문이다. 파란 지붕 사이로 투명한 노란 벽이 햇빛에 반사된다. 이 벽을 보고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르스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보았다'며 감탄했다. 배와 벽에 작은 점으로 반사되는 빛을 표현했다. 페르메이르는 특별히 설화 석고와 석영을 재료로 하여 하얀색 발광 안료를 만들어 그림에 사용했는데,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빛이 그림에서 반사하며 마치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델프트 풍경 오른쪽 중 하단 부분)

오른편 배에서 흰색의 하이라이트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배들은 청어잡이 어선이다. 당시 유럽에는 소빙하기가 찾아와 한류성 어족인 청어 떼가 남하해 네덜란드에서는 뜻밖의 풍어를 맞았다. 보관하기 어려울 만큼 잡히는 청어를 배에서 아가미와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물에 염지(鹽池) 하는 방법인 기빙(Gibbing)을 개발한 제일란트의 빌럼 벤켈소어는 네덜란드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획기적인 저장법이었다. 청어를 잡는 즉시 배에서 가공이 이루어져 위에 보이는 폭이 넓은 배인 뷔스(Buss)가 정박해 있다. 

기름기가 많은 청어를 소금에 뿌려 염장하던 기존의 저장법은 무척이나 짜고 생선이 딱딱해지므로 인기가 없었다. 이후 염지 보관된 청어는 종교적인 이유로 육식을 금해야 하는 유럽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네덜란드는 자본을 축적하여 17세기의 황금시대를 구가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델프트의 풍경 왼쪽 상단: 동인도회사 지붕과 구교회 첨탑)
 

그림에서 가장 높은 첨탑은 델프트 구교회(Old Church)이고, 붉은색 지붕의 건물은 1602년에 설립된 동인도회사다. 영국 다음으로 설립된 동인도 회사는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도 치르고 조약도 체결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식민지에서 행사하며 무역을 독점했다. 한 척의 배에 모든 재산을 걸어 난파될 위험을 분산하는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의 설립으로 네덜란드의 무역은 더욱 확대될 수 있었다. 네덜란드 주식은 최소 21년 동안 투자를 보장해 주었고 상선마다 주식을 사고 이익을 배분하는 영국과 달리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안정적인 자본과 해양기술 그리고 조선업의 발달로 작지만 강한 나라로서 17세기 황금시대를 향해 달려갈 수 있었다. 

당시 암스테르담에 정치적인 이유로 머물던 근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는 이 시절을 이렇게 말했다. "이 지구상에서 사람들이 바라는 평범한 상품과 신기한 물건을 갖춘 곳이 이 도시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 이토록 완전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인가?" 지중해, 대서양, 태평양 시대를 지나 북극해 시절이 오면 북해에 가까운 네덜란드의 황금시대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