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긴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1)

(1) 더 넓은 세계를 꿈꾸다.

by 숨터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가끔 이유도 없이 그저 간절히 원하게 되는 것이 있다.


나에게는 교환학생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 처음 교환학생을 제대로 인지했던 순간은 회사를 다닌 지 일 년이 조금 넘었을 즈음, 동기의 퇴사사유를 들으면서였다. 왜 회사를 퇴사하냐고 묻는 내 질문에 당당히 "나 교환학생 갈 거야"라고 말하던 친구의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부터였다. 내 마음속 깊은 어딘가에도 교환학생이라는 막연한 희망이 자리를 잡고 점차 커져나가기 시작했던 순간말이다.


나는 19살 여름방학, 대학 대신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했다. 갑자기 어려워진 중학교 시절을 거치며 평범한 삶에 대한 욕망이 자라났다. 꽤나 좋은 성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대학에 진학하라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이스터고에 진학했고 졸업 후 바로 취업했다. 취업한 이후에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악바리 근성이 남아있어 감히 회사를 그만둔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인생은 버티는 것이라고 했던가. 주말 출근과 밥 먹듯이 하는 야근에도 남들만큼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긴 해외여행을 다녀오고도 내가 일할 자리가 그대로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고 느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런 근성이 힘들었던 회사생활을 버티게 해 준 유일한 이유였다. 물론 좋은 파트장님과 팀원들을 만난 덕도 분명 맞다. 작은 일도 큰 일처럼 잘했다고 동네방네 칭찬해 주신 차장님 덕분에 나는 회사에서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일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회사생활을 하며 내 가슴을 뛰게 했던 한 가지는 바로 해외여행이었다. 퇴근 후 동기들과 술을 마시며 놀아보기도 하고, 다양한 취미생활에 도전해보기도 했지만 언제나 나를 가장 설레게 한 것은 여행이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공모전에서 수상한 상금을 아끼고 아껴 다녀온 첫 해외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여행은 나를 ‘프로여행러’의 길로 인도했다. 회사에 입사한 후에도 휴가를 차곡차곡 모아 프랑스, 독일, 체코, 홍콩, 라오스, 뉴욕, 세부 등 다양하게도 여행을 다녔다. 역시나, 언제나, 여행은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아낌없는 칭찬 속에 열심히 성장했지만, 부족한 단 한 가지는 영어였다. IT분야에서 근무하다 보니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야 했지만 영어 문서만 나오면 어김없이 구글 번역 버튼을 찾아 헤매었던 나였다. 트렌드에 민감해야하는 IT 개발자가 영어를 보고 숨게된다면 결국 이 분야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대학에 진학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여 교환학생을 다녀온다면, 내가 부족한 영어 실력을 키우고 그토록 원하던 넓은 세계도 여행하고 올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막연했지만, 이제는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 꿈을 점차 구체화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꿈을 선명히 그려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