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조금씩 내리던 아침이었다.
오늘은 강아지들 산책은 어렵겠다 싶었는데,
오후가 되니 해가 잠시 짠— 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겨울이 되면서 해가 짧아져
강아지들 산책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노견에 심장병까지 있는 아이들이다 보니
따뜻한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가 가장 적당한데,
그 시간에 내가 집에 있는 날도 드물고
날씨까지 맞아줘야 한다.
그런데 오늘은 마치 선물처럼
딱 그 시간에 햇살이 나와주었다.
덕분에 우리 강아지들은 가볍게 동네 한 바퀴를 돌았고,
아파트 화단에서 늘 일광욕하던 길냥이 녀석도
여느 때처럼 해를 가득 받고 있었다.
마치 우리를 위해 내준 시간처럼
그 짧은 순간만 햇살이 머물고 사라졌다.
이렇게 운이 좋은 강아지들과 보호자라니.
오늘은 내가 날씨요정이 아니라,
우리 집 강아지들이야말로 진짜 날씨요정이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잠시 우리 곁에 와준 이 햇살은,
또 뭘 비춰주고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