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코 베인 날

by 또록




1년 전, 인스타에서 본 곰인형이 너무 귀여워

뜨개수업을 신청했었다.



그 손바닥만 한 인형을

토탈로 30시간 정도 걸려 완성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선물했는데..

지금은 행방을 알 수 없다.



수강료와 내 인건비를

최저시급으로만 생각해도

이건 낭만의 영역을 벗어난 일.



이런 뜨개선물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면 안 된다.



친구 말로는

내가 대바늘로 입문해서 더 그럴 것이라 했지만

소바늘이든 대바늘이든,

심지어 바늘도둑이든

나는 더 이상 뜨개와 엮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 후 뜨개 공방을 하는 친구의 선물들을

나는 아주 귀하게 여기고 있다.



최근에도 친구가 뜨개로 만들어준

곰인형 키링 하나.



사실 치렁치렁

뭔가를 가방에 달고 다니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친구의 마음과 함께하고 싶어서

이 나이에도 열심히 달고 다녔다.



그런데, 어이쿠야.



서울을 다녀온 것도 아닌데,

눈도 뜨고 있었는데,

누가 코를 베갔다.



우리 사장님이 늘

서울 사람들 만나면

정신 단디 하라고,

눈 뜨고 코 베어간다고 했는데

경상도에서도

코를 지켜내긴 쉽지 않았다.



눈 한쪽 사라져 짝눈이 되는 것보다는 낫긴 한데

이 코를 사인펜으로 그릴 수도 없고,

작은 단추를 달자니

구멍이 2개라

곰에서 돼지로 종족 변경이 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곰도 콧구멍은 두 개인데

왜 콧구멍 두 개는

돼지코의 상징이 된 것인지 모를 일이다.



대충 콧구멍 두 개만 그려 넣으면

다들 돼지라고 하는 이 세상은

디테일에 너무 가혹하다.



내 코와 닮아서 화를 내는 것은

결코, 결코 아니다...



어쨌든 이 세상엔

아직 내가 모르는 일이 너무 많고,

이런 소소하고도 즐거운

작은 걱정거리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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