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어김없이 날 깨우는 둘찌.
밥을 달라며 이리저리 핥고,
내가 부스스 일어나면
자길 안아서 침대에서 내려달라고 보챈다.
매트리스 뿐인데도 아침엔 꼭 이런 응석을 부린다.
내려주면 기지개 한번,
오줌 한번 싸고 물을 먹고
내가 밥을 차리는 걸 지켜본다.
어느 때보다 반짝이는 눈으로.
밥그릇에 밥을 담고 나면
폴짝폴짝, 뒤뚱뒤뚱 점프로 이동하는 둘찌와
모른 척 멀리서 지켜보다가
호다닥 뛰어오는 첫찌.
그렇게 밥을 주고 나면
난 하루를 채우기 위한 운동을 하러 나간다.
운동 후 씻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으면
둘찌는 쿨쿨 자고
고민고민 하다가 첫찌는 용기를 내서
간식 하나만 달라고 온다.
한 30분은 고민한 것 같다.
신중하고 늘 조심스러운 녀석이 귀엽다.
어린 게 귀엽다고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귀엽다.
나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
꽃 앞에서 셀카를 찍는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좋아진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나이를 한참 넘긴 어르신도
예쁜 곳에서의 기념촬영은
빠질 수 없다.
귀여움에는 역시 나이가 필요 없다.
느리게 살다 보니
세상 위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다 귀엽게 보인다.
날 스쳐 지나는 사람도
햇빛을 쬐는 길냥이도, 나무 위 새들도
그리고 땅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먼저 아는 식물도
모두 귀엽고 아름답다.
물론 곤충은 내게 여전히 별개의 세상이다.
이쪽은 아직 호러다.
며칠 전 마지막 기회가 될 지도
모르는 좋은 제안을 받았다.
사실 고민도 있었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이런 세상을 느끼기 어려울 것 같아
그 기회를 포기했다.
그 기회를 제안받고
내가 꿈꿨던 삶이 뭐였지? 떠올려봤다.
커리어가 좋은 사람이 아닌
다양한 직업을 가져보고 싶었고
어떤 사람에게라도 따뜻한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후자는 모르겠지만, 전자는 이미 이뤘다.
결국 천천히 가기로 한 삶.
이렇게 귀여운걸 잔뜩 보고 살 수 있다면
나는 내가 원했던 사람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역시 귀여운 것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