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고틀을 만들기 위한
모눈종이에 도안 그리기 첫 도전은
도저히 감이 안 온다.
입은 바짝바짝 말라가고 눈은 슬슬 감기기 시작한다.
냉수 한잔에 정신이라도 차려야 할 타이밍이다.
머리를 쥐어뜯다 말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눈에 들어온 땅콩버터.
몇 달 전 숏츠에서 봤던
피넛라떼 만드는 방법이 떠올랐다.
다 먹고 한 스푼 정도 남은 땅콩버터 병에
커피와 우유를 넣고 흔들면 완성된다던데,
혼자 먹는 땅콩버터라 그런지
그 병이 비워지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항상 병이 비워질 때마다 아쉬웠는데
피넛라떼 덕분에
이번엔 전혀 아쉽지 않았다.
이토록 다 비워지기를 기다린 적이 있었을까?
땅콩버터의 뚜껑을 열었다.
아직도 두 스푼 반 정도가 남아있었다.
재빠르게 한 스푼 가득 퍼서 입에 넣었다.
이로써 마지막 한 스푼이 남았다.
피넛라떼 먹을 조건의 완성.
몇 달을 기다린 바로 그날이다.
커피와 우유, 알룰로스, 소금 한 꼬집까지 넣고
쉐킷쉐킷!!!!
요플레 뚜껑을 핥아먹듯
땅콩버터 병에 붙은 것까지 커피로 싹 씻어 먹었다.
마치 발우공양이랄까...?
덕분에 당 충전은 이제 충분하니
모눈종이와의 2차전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