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엔 자고 일어나면 또 자고,
얼마나 잤는지도 모르겠다.
또다시 시작된 월요일.
공방에 갔다가 집에 와서 보니
그동안 겨울잠을 자던 녀석이 쏙 고개를 내밀었다.
몇 년째 특별하게 해주는 것 없는데도
같은 시기가 되면 늘 생존신고를 한다.
날짜 감각이 아주 칼 같은 녀석이다.
애쓰고 있는 식물들을 위한 보상.
욕실로 화분을 옮긴 후 바로 물 샤워다.
물 빼려고 선반에 올린 화분 밑으로
보이는 곰돌이 비누 받침대.
내일쯤엔 한 손에 모히또라도 들고 있을 기세다.
휴양 중인 곰돌이를 바라보는 듯
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이래서 내가 귀여운 게 아닌
남이 귀여운 것도 제법 쓸만한 것 같다.
귀여움 충전 후, 분갈이도 하나 했다.
이름을 잊었지만,
보자마자 당근 화분에 심어주고 싶었던 식물.
이 정도면, 당근으로 환생한 셈이다.
피곤해서 눈까지 침침했던 하루.
그래도 오늘 밤은 귀여움에 씌어 잠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