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있던 시간이 흐르듯
봄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활짝 피어버린 목련과
볼 때마다 팝콘처럼 꽃잎을 터뜨리는 매화.
겨울 내 얼어붙어 있던 땅들이 녹으니
새들도 나무 위가 아닌 땅에 내려앉아
뭔가를 열심히 쪼아댄다.
이런 일 저런 일로 멈춰 있던 내 며칠을
얼음땡 해준 건
누군가의 차 뒤에 붙어 있던 문구다.
처음은 항상 설레지만
서툴고 겁이 나고 조심스럽다.
운전은 그 힘들다는 부산운전까지 해내는 사람이 되었지만
또 다른 시작 앞에선 나 역시도 초보운전자처럼
'초보입니다. 살려주세요'를 외치는 중이다.
어려서 큰 사고를 겪은 적 있던 내게
운전은 평생 안 하고 싶은 것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면허를 따고 중고차도 샀지만
운전을 알려줄 사람은 없었다.
퇴근 후 주차를 할 때는 후방 카메라도 없던 차라
몇 번이나 차에서 내려 눈으로 확인했다.
대신 내게는
후방카메라가 아닌
매일 대문 앞에 나와계시던 동네 할머니가 있었다.
동네 담장을 부숴버릴 것만 같았는지
내가 주차를 할 때마다 그렇게 참견을 하셨다.
“이 아가씨 차 좀 봐줘요” 하며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을 잡고
내 차를 대신 주차해 주라던 할머니.
할머니는 일면식도 없던 내 퇴근을 매일 기다렸고,
나 역시도 남에게 선뜻 부탁을 할 수 없었는데
그런 할머님의 오지랖이 싫지만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주차를 하던 내게 말했다.
“이제 혼자도 잘하네.”
그 후 할머니는 더 이상 동네 사람들을 불러 세우지 않았다.
겨울이 끝나고
멈춰 있던 시간들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봄날.
여전히 내 시간만 멈춰있다고 생각했던 나를 깨운
우연히 마주한 문구 하나.
그리고 기억난 그 시절 할머니까지.
내 인생에도 이런 봄날은 늘 있었다.
멈춰 있던 시간들은
언제나 그렇게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