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늘 기념할 만하다.
첫...
그런데 생각해 보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첫사랑, 첫 데이트, 첫 이별, 첫 월급까지
수많은 처음이 지나갔을 텐데
그때의 감정은 희미하다.
나의 첫걸음, 첫 옹알이, 첫 이유식을
엄마는 기억하고 있겠지 했지만
엄마도 역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순간은 분명
설레고 뭉클했던 일들도
결국은 비슷해지는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번 처음은
또 잊고 싶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시력이 좋았던 나는
안경을 쓰고 싶어 무던히도 노력했었다.
하지만 친가와 외가
어디에도 안경을 쓴 사람이 없었다.
노력보다 강한 유전자로
안경잡이의 꿈은 이루지 못했었다.
그리고 이 나이가 되어서야 이뤘다.
내 생애 첫 안경.
휴대폰 글자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더니
왼쪽 눈이 난시라는 판정을 받았다.
포장은 난시지만
내용물은 노안이다.
그 녀석이 결국 오고야 말았다.
그래도 처음이니
충분히 기념할만한 일이다.
어릴 적 꿈을 이뤄낸 날이니까.
물론,
이런 이유로 꿈을 이루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서글픔도 잠시
너무나 선명해진 휴대폰 속 글자에 신이 난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처럼
내 남은 생 중에
가장 어린 오늘의 나.
그런 내게는
아직도 경험하지 못한 처음들이
아직도 가득하겠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