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단어가 몇 개 있다.
그중에 하나가 안부다.
한동안은 직장에서 '안 부원장'을 줄여
나를 '안부'라고 불렀는데,
그래서인지 그 호칭이 싫지 않았다.
며칠 날이 흐리더니
오랜만에 파란 하늘이 보였다.
마치 잘 지냈냐고 내게 묻는 안부 같아서,
괜히 밖으로 나와 걸었다.
이 시간에 걷는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걷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이 따라온다.
등교로 바쁜 아이들.
출근으로 바쁜 어른들.
그 사이에 내 시간은 더디 간다.
천천히 골목골목 살펴본다.
작년에 보고 너무 예뻐서
올해도 꼭 찾아야지 했던 나무들까지
이미 꽃잎을 떨구고 있다.
이런, 또 늦어버렸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우리 동네 꽃나무 개화 시기를
수첩에 하나씩 적어둘까 생각한다.
꽃들을 보고 있자니
전하지 못했던 안부들이 떠올랐다.
나는 블로그를 꽤 오래 했었다.
초보 강아지 보호자로
검색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결국은 맛집 블로그가 되어
푸드파이터가 되어버렸지만
그 덕분에 소통을 나누는 이웃들도 생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이 끊기거나,
강아지 블로거였지만
강아지 이야기가 사라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파양이라는 단어를 알고 난 뒤부터는
안부를 묻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혹시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나는 두세 달에 한 번씩이라도 강아지 소식을 올렸다.
그게 내 방식의 안부였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몇 개의 글을 올리고
글 쓰기가 버거워진 나는 아무 말 없이 사라졌고,
결국 모든 글을 지워버렸다.
어차피
내 안부를 궁금해할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난 다른 이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왜 아무런 글이 올라오지 않을까?
바쁜 걸까,
잠시 쉬는 걸까,
아니면 떠난 걸까.
서로 댓글 한번 나눈 적 없지만
읽어온 글 덕분에
그들은 이미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
오지랖일지도 모르지만,
나 혼자만의 아쉬움이자
전해지지 않는 안부였다.
다른 이들을 보며
예전의 내가 겹쳐 보인다.
그러니
누가 묻거나 궁금해하지 않아도
이제는 ‘‘다녀오겠습니다’’를 말하고
잠시 자리를 비워야겠다.
아 물론, 지금 다녀오겠단 건 결코 아니다.
지금 나는 노트북 앞에 잘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