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둘찌는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코가 막혀서 몇 분에 한 번씩 고개를 쳐들고 호흡을 확보한다.
밥도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지만 밤이 되면 유독 코막힘이 심해져 힘들어한다.
그걸 바라보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
내가 푹 자지 못하는 건 사실 강아지들 때문인데,
이런 작은 호흡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보니 늘 얕게 자고 자주 깬다.
둘찌는 다시 한번 병원을 가봐야겠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 같기도 하다.
그래도 강아지를 키우는 분들에게 많은 정보와 응원을 받는다.
어찌 보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
그럼에도 시간을 내어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고 우리 둘찌를 응원해 준다.
둘찌는 코막힘 때문에 잠을 잘 못 잔 스트레스까지 겹쳤는지, 새벽에 화장실을 갔다.
작은 기척에도 난 눈이 떠진다. 둘찌의 큰 복명음이 나의 새벽을 깨운다.
둘찌는 개의 특성이 살아있는 건지 배가 아프면 먼지를 먹고, 그 외의 곡기를 전부 끊는다.
그렇게 반나절에서 하루정도 아프고 다음날엔 보통 좋아지긴 하지만.
우선 둘찌를 눕혀서 배를 쓰담쓰담해준다. 내 손이 약손이길 바라며.
첫찌라도 밥을 챙겨준다. 혹시나 해서 둘찌에게 고구마를 손톱만큼 줘보니 먹는다?!
급하게 소화가 잘되는 닭가슴살을 삶는다. 양배추도 곁들었다.
열심히 삶았는데 갑자기 또 먹질 않는다...
둘찌는 심장병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면 곤란하지만,
스트레스받아 아픈 것보단 한 끼 정도 약을 끊자 싶어 포기한다.
약은 포기 해도, 산책은 포기할 수 없다.
어릴 때부터 배탈이 나거나 하면 우울해진 둘찌를 데리고 산책을 갔다.
회사 출근 전에도 꼭 데리고 나갔다.
소형견이라 어차피 20분 내외라 나만 조금 부지런해지면 되니깐.
그러면 기분이 나아지면서 뭘 먹지 못해도 컨디션이 조금은 회복된다.
오늘도 배가 아파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우울해진 둘찌를 데리고 나간다.
갑자기 추워진 봄날 아침이라 해가 있는 곳으로 걷도록 유도한다.
둘찌는 아픈 것도 잊고 신이 났다. 어릴 때처럼 천방지축 날아다니지는 못하지만
총총 총총 네 다리로 열심히 움직인다.
둘찌가 주변을 탐색하는 동안, 나 역시 천천히 주변을 살펴본다.
그제만 해도 핑크 봉우리가 달린 나무가 보여 복사꽃인가 했는데,
핑크 봉우리에서 흰 꽃이 되는 걸 보니 다른 꽃이었다. 참 예쁘다.
강아지와 느린 산책을 하다 보면 계절이 흘러가는걸 누구보다 잘 알게 된다.
청소하시는 분께서 둘찌를 쳐다보더니 웃으며 다가와 말을 건넨다.
본인 집의 아이와 동갑에 같은 포메. 그래서인지 더 반가우셨던 것 같다.
둘찌와 산책을 하다 보면 말 거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공원에서 약주를 드신 아저씨가 다가와 한번만 안아봐도 되냐고 물었던 순간이다.
아저씨는 둘찌 얼굴에 본인 얼굴을 비비며, 다음 생에는 꼭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이번 생도 행복하라고 하시곤 떠나셨다.
아마도 그 아저씨에겐 무지개다리를 건넌 우리 둘찌와 닮은 강아지가 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 그리움이 닮은 우리 아이를 보고 터져버린 게 아닐까,
술의 힘을 빌러 용기 내어 내게 말한 게 아닐지 말이다.
대화를 마치고 다시 걷는다.
깻잎처럼 잎을 내는 수국과, 이름 모를 노란 꽃 등을 보며 천천히 산책을 하다가
둘찌가 힘들어 보이면 바로 안아준다.
지금은 둘찌의 네발로 산책을 하지만 언젠가는 내 두 발로만 산책할 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신이 난 둘찌덕에, 제법 걷고 들어왔다.
잠시 배 아픈 걸 잊었는지 산책 후 간식을 달라고 한다.
아침으로 먹지 못한 닭가슴살을 한 점 주니 날름 받아먹는다.
이때다.
바로 닭가슴살과 심장약을 준다. 다행히도 뚝딱하곤 물도 한 모금한다.
그러고는 배 아픈 게 이제야 기억이 나는지, 내 옆에 와서 세상 우울한 얼굴로 조용히 눕는다.
아플 땐 항상 내 곁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게 둘찌를 케어하고 있으면, 건강하다는 이유로 늘 밀리는 첫찌가 안쓰럽다.
엄마가 늘 말한 '열 손가락 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라는 말은 거짓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다행히 첫찌는 독립적인 성격이라 스킨십은 본인이 충족할 정도만 해주면 되기에 다행이긴 하지만
가끔은 갑자기 늙어버린 아이의 모습을 보면 더 많이 챙겨주지 못한 게 마음 쓰인다.
아이들은 아침밥이라고 칭하는 새벽밥을 먹고 나면
한 녀석은 내 오른쪽, 한 녀석은 내 왼쪽에 누워 다시 잠을 잔다.
양 옆에 아이들을 끼고 한 시간쯤 다시 잠드는 시간이, 요즘 내겐 나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이런 행복한 시간이
조금만 더 느리게, 더디게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