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나를 엄마로 키웠고
나는 이제 나를 키우기로 했다

by 비아름

20년 전,

처음 아이를 품에 안았던 순간을 기억한다.


나와 방금 분리된 아이는 벌거벗은 채로 힘차게 울다가

내 가슴에 안기자 신기하게 울음을 몸췄다.


나와 딸의 첫 만남,

오래, 오래 기다렸고 진심으로 만나고 싶었다.

작은 몸이 뜨겁게 나에게 안기던 순간.


분만실에서 나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아이를 대면했을 때의 당혹감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어쩌지? 내가 엄마가 되었네?”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지난 10개월 동안 예비 엄마였고

아이가 태어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아이가 태어나 정말 기쁜데

‘엄마로 살아갈 20’년에 대해 내가 생각을 했던가.


생각이 여기까지 머물렀지만

엄마를 찾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리곤 방금 입소한 이등병처럼,

나는 새로운 역할에 허둥지둥 적응해 나갔다.

젖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신발을 스스로 신을 수 있을 때까지

한참을 쪼그려 앉아 신발을 신겼다.

그러는 사이 나는 엄마의 자세를 서서히 갖추어 갔다.


스무 해 동안

아이가 한 살을 더 먹을 때마다

나는 그 지난 한 해 못 해준 것을 곱씹는 부족한 엄마였다.

그저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엄마였지만,

아이는 의젓하게 잘 자라주었다.


결국, 난 아이가 나를 엄마로 길렀다는 사실을

조용히 깨달았다.


이제 아이는 성인이 되었고 자신의 길을 향해 집을 떠났다.

며칠 동안 빈 방을 여러 번 열어보았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아직 이별하는 중이었던 것 같다.


고요해진 집.
불이 꺼진 딸 아이의 방.
둥지에 남겨진 나.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문득 나의 내면과 마주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제야 나를 돌볼 순번이 돌아온 건 아닐까.


그래서 ‘엄마로 성장한 나’는

이제 오십을 바라보는 나를 키워보려 한다.


계속 서툴겠지만,

어른 아이인 나를, 더 고집 세고 제멋대로일지 모르는 나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운동시키고 가르쳐 보려 한다.

어쩌면 독립하지 않을 아이의 양육을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이제 몸뚱아리를 ‘귀하신 몸’으로 대접할 기회가 왔다.

여기저기 삶의 흔적이 깊어지는 나를 지금부터라도 귀하게 대접해보려 한다.

내가 나의 엄마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내 정원에 자주 방문하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