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와 귀 사이 공간
MOMENTUM In-Ear Wireless는 2017년 CES에서 발표된 모델로서 특이점으로는 apt-X 오디오 코덱이 적용되어 있다는 점이다. 내부 구조는 다이내믹형 드라이버 1기를 베이스로 도가 기술의 트랜스듀서를 탑재하고 있으며, 내부 구조적인 특징으로서 스테인리스 재질의 어쿠스틱 파이프를 삽입하였다. 재생 주파수 특성도 15Hz~22kHz 인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재생 디바이스는 Astell & Kern의 AK380이며 MOMENTUM In-Ear Wireless의 오디오 코덱과 동일하게 블루투스에 탑재 가능한 apt-X가 적용되어 있어 이 코덱에 대해 한 가지 주요 특징만 짚고 가겠다.
요지는 인간의 청각 심리를 응용한 정보 삭제처리를 하지 않는 것이 apt-X의 특징이다. 인간의 귀는 본래 특성상 특정 주파수의 소리가 상대적으로 클 경우 그 소리 대역 주변의 비교적 작은 주파수의 소리가 마스킹되어 청각적으로 감지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SBC 나 AAC 코덱은 이러한 특성을 응용하여 잘 들리지 않을 그러한 소리 대역의 정보를 삭제하여 정보량을 줄여간다. 하지만 apt-X는 이러한 데이터를 삭제하지 않는 코딩 기술이다. 실제로 SBC 코덱의 경우 기타나 콘트라베이스와 같은 현의 어택이 둔한 편이며 부드러운 울림이 주를 이루고 보컬의 입쌀의 움직임 역시 다소 민첩함이 부족하며, 전반적인 정위감에서도 산만한 인상이 적지 않은 반면 apt-X의 경우는 청감상으로도 사운드의 에지가 명확하게 살아나며 정위감이 안정적임을 가려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가급적 apt-X 코덱이 상호 호환되는 기기 사용을 권한다.
본 리뷰에서는 몇 가지 음원을 활용하여 각 이어폰의 표현력에 대해 서술해 보았다. 사용된 음악은 사단법인 일본음악스튜디오협회 제28회 NHK기술교류회에서 녹음된 HIGH RESOLUTION 음원(384kHz 32bit)과 바렌보임 지휘의 베토벤 심포니 교향곡 7번, 그리고 재즈 보컬리스트 CHIE AYADO의 BEST 앨범 수록곡과 MURAKAMI PONTA SYUICHI의 WELCOME TO MY LIFE 앨범 수록곡(POP) 그 외 국내 K-POP가수들의 음원을 샘플로 활용하였으며 재생 디바이스는 Astell & Kern의 AK380이 사용되었다.
사실 필자를 포함하여 누구든 약간 표현을 달리하자면, 귓속으로 들어오는 스피커들을 끼울 때면, 이 기기가 나를 공연장 어느 위치에 앉도록 해줄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물론 언제나 로얄석을 기대하지만, 각 기기의 메커니즘의 차이에서 오는 사운드의 배치도 언제나 흥미 있는 관심거리이다.
MOMENTUM In-Ear Wireless로 필자는 언제나처럼 클래식, 재즈 연주, 재즈 보컬, 세계인의 관심이 되고 있는 케이팝을 들으며, 이 이어폰이 다른 장르 음악에서 청자를 어떻게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지 그 공식을 찾아보기로 했다.
먼저, 필자가 좋아하는 베토벤 심포니 7번 2,3악장을 다니엘 바렌보임의 지휘로 들어 보았다. 현악기군의 각 섹션의 정위를 정확히 나누어 주어, 청자에게 무대의 배치도가 그려지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다수의 녹음용 마이크의 개수를 속속들이 느끼게 해준다고 할까? 제1바이올린 섹션과 제2바이올린 섹션의 구분이 놀라울 정도다. 아주 작게 시작되는 이 악장의 전반부의 무겁고도 적막한 연주 속에 숨은 연주자들의 호흡까지 들려주다니 다시 한번 놀랐다. 목관악기군이 오케스트라 중앙부에 앉아 관현악기들 위에서 춤을 추며 앞으로 뻗어 나오는 사운드도 고스란히 보존시키면서, 그 뒤에 앉는 금관악기의 파워는 줄어들지 않는다. 악보에 그려진 각 악기군의 소중한 소리 한 올 한 올을 모두 살아있게 들려주는 기술을 듣게 된다. 가장 놀라게 되는 것은 청자의 두개골이 끝도 없이 넓은 우주 공연장처럼 느껴지게 하는 공명력이다. 현장감이나 임장감으로 함축되기엔 너무 커다란 사운드 캔버스라고나 할까. 두개골이 측정할 수 없는 천장처럼 높아지고, 두개골의 뒤에서 앞이 멀고도 먼 거리로 넓어지면서 그 공간 안에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모두 들어가 앉게 해준다. 깊고 공명력 높은 저음 악기들이 언제나 깊은 뒷자리에 단단히 자리 잡고 앞에 놓인 고음 악기군을 지지해 주는 파워를 느끼게 해준다. 모든 사운드가 청자의 머리 뒤편에서부터 앞으로 들려와서 청자는 오케스트라를 마주 보고 앉은 것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같은 방향에서 앉아서 앞을 보고 있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크레셴도와 데크레센도의 물결은 언제나 뒤에서부터 몰려오고 청자를 앞으로 미는 에너지를 느끼게 해준다. 이 인이어폰은 청자를 무대 맞은편이 아닌 무대 위, 연주자들과 마주 보는 것이 아닌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앉게 해준다.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들과 같은 방향에서 음악을 듣는 것은, 음악이 앞으로 뻗어가는 그 끝을 같은 방향에서 보게 해주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준다.
Murakami Shuichi의 재즈 연주도 들어보았다. 역시나 공명감 높은 사운드에 심장이 울린다. 공간감 넓게 두개골 전체에 울리는 둥근 무대의 중심에 청자는 앉게 된다. 명확한 위치에 자리한 각 악기의 연주가 들리고, 악기 마다의 소중한 움직임 또한 고스란히 전해준다.
이 이어폰이 사람의 목소리는 어떻게 전달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먼저 재즈 보컬로 Ayado Chie의 문리버를 들어보았다. 공명력 높은 통기타의 울림으로 공간이 가득 차지만, 그 핵심에 Chie의 우수 젖은 목소리를 견고하게 심어 놓는다. 계란 프라이처럼 통기타가 노른자인 치에 목소리를 흰자로 감싸 안는다. 반주 악기의 포용력을 느끼게 해 주고, 공명력 높은 악기의 매력을 한껏 들려준다. 가수를 반주 악기 위에 멋지게 앉혀서 기분 좋게 노래하게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스레 눈을 감게 한다. 이어서 케이팝으로 보아의 노래를 들어보았다. 이 이어폰의 특징인 공명력과 공간감이 각 사운드의 개체성을 살려주는 느낌은 모두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녹음에 대한 퀄리티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가상 음원의 남용의 한계까지 신랄하게 들려준다. 녹음 현장을 여실히 보여주는 능력이 있는 MOMENTUM In-Ear Wireless는 음악의 질적 자본력까지 들려주는 듯하다.
필자가 이 이어폰을 통해 4개의 장르를 경험한 결론은 이렇다. 이 이어폰은 녹음 현장의 고발자이다. 마이크로폰 개발 제조 메이커로서 명실상부함을 간증하는데, 표현하자면 녹음 현장에 배치된 마이크의 개수와 섬세한 마이킹을 느끼게 해 주고, 음악의 질을 여과 없이 낱낱이 들려준다. 마이크에 흡수된 모든 소리를 놓치지 않고 모두 담아서 들려주는 능력이 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이어폰은 욕심이 많다. 그래서 공중으로 흩어지려는 울림마저 모두 담아낸다. 이것이 장점이 되는 장르와 그렇지 않은 장르가 있을 것이다. 공간감을 느끼게 해주는 이 효과로 음악감동을 배가시키기는 장르에 국한하여 MOMENTUM In-Ear Wireless를 적극 권하고 싶다. 달리 표현하자면 이 분은 음악의 장르에 매우 까다로우며 사운드 퀄리티 역시 양보가 없고 고집스럽지만 양질의 녹음 & 이후 과정을 거친 청아한 음원에 대해서는 매우 솔직하며 apt-X에 부합될 경우 관대하기까지 했다. 녹음 현장의 고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