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Ic Feb 18. 2022

카푸치노 그리고 가을 음악과 함께하는 DALI iO-6

사운드디자이너의 헤드폰 이야기 

하이파이 스피커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덴마크의 DALI사가 35년 이상 축적된 스피커 개발 경험을 토대로 DALI만의 사운드 철학을 DALI iO 6에 담았다. 



그리고 IFA2019에서 그들의 첫 헤드폰 DALI iO를 발표했으며 노이즈 캔슬링 기능의 탑재 여부에 따라 DALI iO 4와 DALI iO 6로 나뉜다. 커스텀 제작된 50미리 드라이버를 탑재하였으며 aptX HD가 적용된 Bluetooth헤드폰으로서 유선을 활용하면 오프라인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명도가 높고, 채도가 낮은 사운드



이제 기대되는 DALI iO 6의 모니터링 리뷰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헤드폰 리뷰를 정리할 때면 음역대별 성향을 분석하면서 마지막에 음색에 대한 성향으로 마무리하는 리뷰를 써왔다. 하지만 DALI iO 6는 음색 성향을 먼저 언급하고 싶다. 최근 대부분의 제품들은 기본 해상도 자체가 수준 이상으로 좋다 보니, 줄줄이 사탕처럼 따라오는 칭찬들, 이를테면 선명도가 좋다, 밝다, 부드럽고, 색채감이 있다, 윤기가 있다 와 같은 표현들을 늘어놓게 된다. 그런데 DALI iO 6의 음색에선 조금 다른 “명도와 채도”를 느끼게 된다. 언뜻 들어서는 해상도 좋은 타사 제품들과 매우 유사한 사운드로 결론 내려질지도 모르지만, DALI iO 6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들어보면 한 가지 결론으로 향하게 되는 느낌을 받는다. DALI iO 6의 특기는 미묘한 차이 같아 보이는 명도와 채도의 비율 속에 숨겨져 있다는 결론이다. 표현하자면 “명도가 높고, 채도가 낮은 사운드”를 구현해 낸다. 갑자기 미술시간이 된 듯한 표현이긴 한데, 잠시 상식선에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명도는 밝고 어두운 정도를 말하기 때문에 명도가 낮을수록 어두워지고 명도가 높을수록 밝아진다. 그러니 DALI iO 6의 사운드 가운데 명도가 높다는 것은 전반적으로 소리가 “밝다”는 것이다. 그런데 밝은 소리에도 차이가 있다. 예컨대 예쁘다 라는 표현 속에도 화려하게 예쁘다, 귀엽게 예쁘다. 은은하게 예쁘다 와 같은 뉘앙스의 차이가 있듯이, DALI iO 6의 밝음에 영향을 주는 것은 낮은 채도이다. 여기서 채도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채도는 맑고 탁한 정도를 말하므로 선명할수록 채도가 높아지고, 흐리고 탁할수록 채도가 낮다고 표현한다. 단 여기서 흐리고 탁하다는 표현에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채도가 높은 원색 빨강과 채도가 낮은 톤 다운된 붉은 벽돌 색 중 가을에 더 잘 어울리는 색을 고를 때 더 많이 선택될 색이 채도가 낮은 색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DALI iO 6의 사운드가 채도가 낮다고 한 것은 소리가 탁하다는 뜻이 아니라, 사운드의 선이 부드럽고 온기가 넘치며 온화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DALI iO 6의 특기로서 음색 성향을 단도직입적으로 먼저 이야기한 것은, 이 특기가 각 음역대별 성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재탄생하는 저음역대들은 말하자면 하나같이 음악 표면의 톤이 보정된듯한 화사한 사운드



그럼 이제 음역대별 사운드 성향을 정리해보자. 

DALI iO 6의 고음역대는 예상대로 낮은 채도 덕에 치찰음이나 거친음들이 잘 다듬어져서 들린다. 하지만 선율의 선예감도 뛰어나고 색채감이나 표현력에서도 결코 부족함이 없어서 고음 악기인 바이올린 곡을 감상할 땐 충분히 전율을 느끼기에 족할 듯 있다. 하지만 고음의 강도의 면에서는 낮은 채도 덕에 배려가 들어가 있음을 계산에 넣어야 할 것 같다. 어쩌면 DALI iO 6의 중음역대가 고음역대 보다 강도면에서 더 칭찬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중음역대는 사운드의 선명도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명도가 높아지면, 다시 말해 밝아지면 고음처럼 화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중음역대의 선율이 더 곱고 예쁘게 들릴 수 있다. 실은 DALI iO 6가 그랬다. 명도 높은 사운드는 중음역대가 더 환하게 들리게 해 주어 중음역대의 해상력을 높게 해주는 효과를 듣게끔 한다. 그래서 중음역대 선율들의 특징이 두각 되면서 무대가 더 다채롭게 들리고 온기감이 높으며 입체감 있게 곡이 운영된다. 중음역대의 역할이 좋아지기 때문에 사운드가 얇지 않고 적절히 두터우며 공격적이기보다는 차분함에 가깝게 들을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DALI iO 6의 저음역대이다. 명도가 높아지니 저음역대가 정말 새로운 음역대로 들린다. 대편성곡들을 들으면 저음역대 악기가 언제 나오지 싶을 정도로 사운드가 밝고 가볍다. 저음역대 선율을 익히 알고 있는 작품들도 당연히 들어 보았는데 DALI iO 6를 통해 재탄생하는 저음역대들은 말하자면 하나같이 음악 표면의 톤이 보정된듯한 화사한 사운드이다. 사실 저음역대에서는 화사함을 찾기가 어려운데, 전체적인 명도가 올라가니 저음역대도 화사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 누구나 하는 핸드폰 사진 보정 작업에서, 무거움이나 칙칙함을 한방에 벗기고 급 화사함으로 끌어올려주는 기술들을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다. 물론 저음역대에 기대하는 탄력성이나 타격감은 꽤나 좋은 편이다. 다만 톤 업 된 밝은 저음역대가 새로울 뿐이다.  



무대 위에 형성되는 어디 즈음의 공간의 별미랄까



이제 DALI iO 6의 무대 능력을 들어 보는데, 특히 칭찬하고 싶은 DALI iO 6의 장점은 공간감이 좋다는 것이다. 

사운드가 악기를 벗어나 공중으로 흩어질 때의 하모나이징 되는 공간이 잘 확보되어 있어서, DALI iO 6로 작품들을 들으면 이내 눈을 감거나 고개를 허공으로 이리저리 향하게 된다. 무대 자체의 아름다움에 더해, 무대 위에 형성되는 어디 즈음의 공간의 별미랄까, 이것이 음악을 더 즐겁게 감상하게 해 준다. 어쩌면 DALI iO 6는 사운드의 잔향들을 덜 가지 쳐서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음들을 매끄럽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이런 잔향들도 생생한 현장감의 사운드로서 음악을 더 생동감 있게 해주는 요소로 본다. 그런데 생생함 전달력 덕에 한 음악가의 음악에선 피아노 댐퍼 페달의 부지런한 소리도 낱낱이 듣게 된다. 물론 톤 엔지니어의마이킹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하므로, 엔지니어 필자라기보단 일개 헤드폰 애호가? 로서의 표현으로 이해를 부탁드린다.  




정리해 보면 DALI iO 6가 가진 사운드의 마치 명작과도 같은 명도와 채도의 농도 조절은 꽤나 멋진 비율로 맞춰진 것 같다. 명도를 높여서 해상도를 높이고 채도를 낮추어서 부드러움을 풍부하게 하는 것, 거기에 허공을 섬세하게 채우는 잔향들을 얹어 음악에 풍미를 더하는 기술, 마치 풍부한 우유 거품을 얹은 깊은 풍미의 카푸치노와 같다고나 할까. 가을 햇살 좋은 깊은 가을 창 옆에서, 함께 카푸치노 한 잔 그리고 DALI iO 6로 세상의 모든 가을 음악들을 마시고 싶어 진다. 





#iO6 #DALI #헤드폰리뷰 #음악감상 #밑미1일1포 #제품리뷰 

*.포함된 사진은 기고 매거진과 제조사 웹사이트, 그리고 작가 촬영분에서 발췌함 

작가의 이전글 64 Audio Fourté Noir는 박피의 기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