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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c Mar 01. 2022

음영의 기술, 울트라손 Signature Master

사운드디자이너의 헤드폰 이야기 


이번 리뷰 제품은 Signature Master으로, 제조사인 ULTRASONE은 1991년에 설립된 브랜드로 독일에 거점을 두는 음향 기기 메이커이다. 

헤드폰 개발을 주력해 왔는데 콘셉트는 자연스러운 현장감을 가진 소리라고 한다. Signature MASTER는 스튜디오 레퍼런스용으로서 Signature PRO의 후속 모델로서 개발되었다. 몇 가지 탑재된 주요 기술들을 보면, 우선 인체에 대한 전자파를 98% 저감하는 ULE(Ultra Low Emission) 테크놀로지와 기존의 S-Logic을 기반으로 DDF(Double Deflector Fin)를 추가하여 발전시킨  S-Logic 3 기술이 있다. ULE의 경우는 뮤 메탈이라는 군용 특수 금속을 사용하고 있으며,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억제함으로써 장시간의 청취에도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https://ultrasone.com/product/signature-master/?lang=en



다음으로 S-Logic 3 기술의 경우는 드라이버의 전방에 배치한 지느러미 형상의 부품을 통해 중고음역의 신호 성분 자체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중저음역에서 저음역을 부분적으로 마스킹하여 지향성을 갖게 하고 있다. 소리가 입사 역시 내이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외이를 통한 반사를 거쳐 내이로 진입하도록 드라이버의 각이 세팅이 되어 있다. 이로 인해, 더욱 자연스러운 공간감과 우수한 분리력, 해상도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머릿속에 음원이 위치하던 것을 머리밖에 정위하게 하여 마치 스피커로 듣는 것과 같은 청취 경험을 주는 것이다. 후술하는 내용을 통해서도 증명이 되는데, 분명한 것은 소리 재생에 대한 접근이 여타 제품과는 또 다른 한축을 긋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소리가 입사 역시 내이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외이를 통한 반사를 거쳐 내이로 진입하도록 드라이버의 각이 세팅이 되어 있다.



https://ultrasone.com/product/signature-master/?lang=en


그러면 이제 Signature Master의 소리 성향을 들어보자. 

Signature Master의 대표적인 사운드 특징은 차갑게 맑은 해상도라고 말하면 어떨까 싶다. 공기는 차가운데 햇빛이 매우 맑고 밝은 겨울의 한낮이 연상되는 사운드이다. 쉽게 연상되지만 그런 날이면 모든 물체가 더욱 선명하고 또렷하게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낱개로 존재하는 물체들이 마치 검은색 선으로 외곽선을 딴 듯 또렷하게 시야로 들어오는 기분이 든다. 그처럼 Signature Master로 듣는 선율 속의 악기들과 보컬들은 매우 선명하게 다가오며 존재감 역시 또렷하게 귀로 들어오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 선명함의 온도가 차다. 그것은 Signature Master의 분명한 성격 중 하나로서 잔향의 여운을 말끔하게 치워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야말로 맑게 개인 맑은 겨울 한낮의 청명한 공기와 같다. 그래서인지 고음의 절규가 더욱 날카롭게 가슴에 후비고, 보컬의 두성이 나의 두성이 되어 머리로 울려 들린다. 모든 음들이 타이트하며 단단하게 형성되어 흐른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선율 전체의 에너지가 가볍게 떠올라 있어서 내 머리로부터 무대를 떼어내어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감상에 즐거움이 더해지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할 때, 다양한 각도로 카메라 앵글을 잡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장 흔한 정면에서 바라보는 정면각도 있지만, 물체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각도인 앙각(low angle)으로 찍으면 사물이 더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고 사물이 더욱 다이내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Signature Master는 무대가 다소 높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사운드의 정면 만이 아니라 아래쪽 면도 보여주는 것 같다. 생소할지도 모를 이 표현에 대해 공감을 얻기 위해 이제 몇 개의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공기는 차가운데 햇빛이 매우 맑고 밝은 겨울의 한낮이 연상되는 사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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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늘 레퍼런스 음원으로 듣는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통해 전체 음역대의 밸런스 체크를 해보았다.

 Signature Master로 오케스트라 대편성 작품을 듣는다면 고음역대 악기의 소리가 청명하게 날아들어와 귀에 꽂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악곡 전체의 닻처럼 곡의 무게감을 유지하며 밸런스를 맞추는 저음역대 악기들의 배역은 축소되어 들리며, 중음역대 역시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왜 이렇게 고음역대가 유난히 도드라질까… 여러 번 돌려 들었다. 그리고 찾게 된 것이 무대의 위치였다. 




대부분의 헤드폰은 청자의 머릿속에 무대가 자리 잡는 반면 Signature Master의 무대는 머리 앞에, 그러니까 리스너의 바로 앞에 자리한 무대의 위치가 약간 높게 형성되어 있어 사운드들을 전방 위로 바라보며 듣게 된다. 뉴욕의 빌딩 숲의 정면을 찍은 사진을 바라볼 때와 빌딩 숲 거리에서 비스듬히 전방 위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을 볼 때의 압도감이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것처럼, 이렇게 형성된 무대의 사운드를 듣는 것은 일반적으로 헤드폰에서는 드문 경험이다. 저음역대의 선율은 항상 필자의 안 혹은 아래에 깔려 있는 이미지로 듣게 되는데, Signature Master의 저음은 마치 물 윗편에 얇게 언 살얼음을 물 아랫 편에서 살짝 올려 바라다보며 듣는 느낌이랄 수 있겠다. 



마치 물 윗편에 얇게 언 살얼음을 물 아랫 편에서 살짝 올려 바라다보며 듣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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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도가 높고 잔향들이 다른 헤드폰보다 비교적 적다 보니 저음역대의 선율 조차 맑고 탄탄하게 들리면서 마치 고음역대의 특성을 띄는 것처럼 화려하고 유려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들렸다. 저음역대에서 크게 한자리 차지하던 덩어리 선율에서 지방이 빠지고 또렷한 눈매처럼 윤곽선이 그려지니 영락없이 마치 고음역대와 같이 변신한 듯 명료하게 들린다. 우리가 흔히 저음이 좋다 라며 감탄하게 되는 무게감과 타격감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탄력 있는 밀집력이 있어서 좋은 밸런스로 곡 속에 존재감을 들어 알 수 있다. 각 음역대에서 온도를 낮추니 진성만 남은 듯, 알차고 꽉 찬 알짜배기 선율들이 직접적이고 단도직입적으로 음악을 논한다. 야무진 소리들이 모인 음악은 일목요연하고 납득과 인정으로 곡을 마무리짓게 한다. 금관 악기들의 곧 죽어도 직선코스를 선택하는 그 길에 움찔 피하게도 된다. 목관악기 조차 선율을 쏘듯이 달려드니, 우회 없는 이 무대는 흥미로운 위압감을 조성한다. Signature Master만의 특별한 맑은 해상도와 무대 조성도는 오케스트라 대편성 작품에서 이러한 색다른 묘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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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앙상블의 무대로 청취를 옮겨 보았다. 

Signature Master의 악기 배치도는 견고하고 악기 간의 거리도 충분하다. 각 악기의 특성을 아주 잘 뭉쳐서 악기 안의 잔향마저 수정 구슬에 담아 하나의 영역으로 오롯이 존재하게 한다. 그런 악기들이 서로와 서로 사이를 누비는 무대는 그야말로 JAZZY 했다. 조화롭지 않을 듯 조화로운 조합, 그리고 봉고의 탄력은 탄성을 절로 자아내는 탄성으로 무대 전체를 두드렸다. 차가운 해상도를 갖춘 Signature Master의 무대이기 때문에 더욱 탄력 있게 울렸지 않았나 싶다. 재즈 무대가 굳이 스모키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재즈를 즐길 수 있다는 걸 증명해 주어 이 역시 색다르다. 잔향이 난무하지 않은 재즈 무대를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각 악기의 특성을 아주 잘 뭉쳐서 악기 안의 잔향마저 수정 구슬에 담아 하나의 영역으로 오롯이 존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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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독특한 감상의 대상이 된 것이 바로 보컬이다. 

Signature Master의 무대가 전방 윗편에 펼쳐지기 때문에, 자연스레 청자의 두성이 울리고 그 울림을 앞으로 보내게 된다. 그래서 보컬의 고음에서 듣는 청자의 두성이 울리기 시작하여 앞으로 휘감는 울림으로 듣게 된다. 나의 두성을 울려 듣는 보컬 감상 역시 색다른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고음역대의 날카로운 치찰음의 불편함은 어느 정도 예상해야 한다. 하지만 Signature Master의 차가운 해상력은 딱 떨어지는 딕션을 들려주어 노래 가사 한마디 한마디의 의미가 더 잘 씹히게 해 준다. 입모양의 변화마저 다 들려주려는 기세랄까. 즐거운 감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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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Signature Master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은 이번 쇼팽 국제 콩쿠르 결승 무대들을 감상할 때였다. 

같은 곡을 연주자마다 털끝 차이로 다르게 표현할 때, 진공상태만큼이나 깨끗한 귀와 마음으로 들어야 그 간발의 차를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큰 연주홀에는 무서우리 만큼의 적막만이 채워지고, 오로지 허용되는 것은 연주자의 호흡소리뿐인 것이다. 그래야 저음과 고음 그리고 중음의 배합을 절묘하게 바꿔가며 남다른 음악을 엮어가는 그들의 노력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Signature Master 덕에 그 어떤 왜곡도 없이 피아니스트들의 섬세하고 기교적인 배합을 고스란히 받아 들을 수 있었다. 유추해 보건대 서두에서 언급한 S-Logic 3 기술로 인한 것이리라. 레퍼런스 헤드폰의 새로운 기준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기존 제품들과의 갭이 어찌 메워질지는 리스너의 몫이겠다. 




그 어떤 왜곡도 없이 피아니스트들의 섬세하고 기교적인 배합을 고스란히 받아 들을 수 있었다.



https://ultrasone.com/product/signature-master/?lang=en


같은 사물이라 해도 빛의 방향에 따라 생기는 음영의 변화는 사물의 모습을 전혀 다르게 보이게 하며 다른 느낌을 만든다. 사운드 역시 그러하다. 무대의 위치와 악기의 배치를 어떻게 잡아주냐에 따라 같은 음악을 다르게 느끼게 해 준다. Signature Master로 자주 듣는 음악을 들어보면 무대의 위치가 어떻게 다른지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 달라진 위치에서 들리고 보이는 음악은 기존과는 또 다를 수 있으니 꼭 한 번 청취해보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추운 겨울을 준비하며, 차갑고 맑은 해상도는 또 어떤 느낌인지 귀로 체감해 보시길 권해본다.




Signature Master로 자주 듣는 음악을 들어보면 무대의 위치가 어떻게 다른지 느낄 것이다. 







ULTRASONE YOUTUBE

https://youtu.be/ZkFPyfFCT0c



ULTRASONE Signature Master URL

https://ultrasone.com/product/signature-master/?lan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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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제조사 웹사이트의 상품페이지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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