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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c Mar 14. 2022

오스트리아 빈에서 온 이어 스피커 MYSPHERE 3

사운드디자이너의 헤드폰 이야기는 오스트리아 빈의 LB-acoustics


오스트리아의 음향기기 제조사 ‘LB- acoustics’의 ‘MYSPHERE 3’를 처음 본 인상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미래의 음향기기를 미래 맛본 느낌이랄까? 사실 이러한 형태의 ‘이어 스피커’는 이미 여러 제품들이 시장에 소개가 된 바 있다. 현재는 삼성의 산하 브랜드이지만 원래는 오스트리아에 뿌리를 두고 있는 ‘AKG’의 1989년 출시작 ‘K1000’에 대해 들어본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어 스피커라는 다소 생소한 형태에 대해서는 지금 들어도 놀라운 스테이징을 선사하는 사운드와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까지. 30년이 흘러 출시된 MYSPHERE 3는 그러한 이어 스피커의 어떤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지 무척 궁금해졌다.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이어 스피커





참고로 MYSPHERE 3는 3.1과 3.2버전으로 나뉘는데 나는 높은 임피던스에 저감도형의 3.2 버전으로 리뷰를 진행했다. 이제부터는 MYSPHERE 3.2로 칭하도록 하겠다.





희귀한 모양새의 LB-acoustics사의 MYSPHERE 3.2는 사운드 과학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게 한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양날의 칼 - 진보 과학에 대한 찬사 또는 비난의 칼부림을 할게 뻔한데, 나는 찬사의 날을 좀 더 앞으로 내밀고 청음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먼저 MYSPHERE 3.2의 음역대별 실력을 확인해본다. 




고음역대부터 정리해보자면, ‘부라보!'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이다. MYSPHERE 3.2를 착용하여 음악을 들어보면 '오~'를 연발하며 환한 찬사가 절로 나온다. 확 트인 개방감과 함께 높은 해상력을 내재하며 자신감 넘치게 뻗어 나오는 고음들의 표현력에 ‘동작 그만!’ 상태가 되곤 한다. 강도 높은 고음이 너무 얇거나 옅지 않으면서도 날카롭지 않은 선예감을 가지고 넘치는 표현력으로 활기 있게 움직인다. MYSPHERE 3.2의 개방 능력이 해상도를 높일 때 생길 수 있는 불편한 음들을 증발시켰나 싶지만 그게 아니었다. 고음이 거칠지가 않았다. 온기감이 넘치는 고음의 표현력을 보건대 MYSPHERE 3.2는 해상력을 높이면서도 거르고 가려야 할 음향에도 신경을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현력에 있어서 일절의 주춤거림이나 망설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보통 온기가 넘치게 되면 자칫 둔해지기도 하지만 MYSPHERE 3.2의 고음역의 특성은 날렵하면서도 직진성 있는 움직임을 갖고 있었다. 또한 개방적인 성향이 주는 상쾌함에 더하여 표현되는 고음의 윤기는 맑은 가을 하늘의 햇빛에 반사되어 찬란하게 빛나는 기분 좋은 선명함이지 싶다. 여름 볕이 주는 쨍함이 결코 아닌 가을 하늘의 그윽한 햇빛의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이 환하고 기분 좋은 해상력으로 인해 귀가 느끼는 피로도는 제로다! 볼륨을 욕심내어 한껏 낼 수도 있다.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드는 고음역대였다. 



확 트인 개방감과 함께 높은 해상력을 내재하며 자신감 넘치게 뻗어 나오는 고음들의 표현력에 ‘동작 그만!’ 상태가 되곤 한다. 




그럼 중음역대는 어떨지 계속 이어가 본다. MYSPHERE 3.2의 중음역대는 고음역대에 딱 붙어서 고음을 보필한다. 그러하니 자연스레 고음역에 대한 칭찬의 이유는 중음역대의 내조 덕분일 것이다. 이제 차근차근 들여다보자. 사운드의 해상도를 높일수록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중음역대가 전방위로 커버하고 있었다. 해상도란 것이 일견 다이어트를 하면 할수록 쉽게 말하자면 사운드가 빈듯하기도 하고 얇아지고 거칠어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MYSPHERE 3.2의 고음역대는 일단 출신(?)이 좋게 태어나서 덜하기는 하지만 중음역대가 밀착 케어를 해주고 있다. 믹스커피를 스푼으로 잘 저어 적당한 점착도와 크리미 브라운을 만들듯 고음과 중음의 조화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분명 고음을 앞세우고는 있지만 그 뒤에서 배경을 탄탄하면서도 양감 있게 떠받치는 중음의 두툼한 쿠션이 고음의 섬세한 표현력을 더욱 돋보이게 해 준다. 고음 전체에 걸쳐 느껴지던 온기감은 바로 이 중음역대가 온돌마루처럼 넉넉하게 음장의 온도를 유지해주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멋진 매니지먼트이다. 하지만 이처럼 밀착되어 혼연일체가 되어 활약하다 보니 정위감이나 분리력 면에서는 아쉬움이 생긴다. 대편성 작품들에서 악기 간의 간격이 좁고 또 그래서 악기들 간의 절묘한 경계를 즐기는 리스너들에게는 잘 섞인 덩어리 음악이 못내 아쉬울 것 같다. 



믹스커피를 스푼으로 잘 저어 적당한 점착도와 크리미 브라운을 만들듯 고음과 중음의 조화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그럼 MYSPHERE 3.2의 저음역대는 어떨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 ’이다. 필자가 MYSPHERE 3.2를 귀에 장착하며 가졌던 기대감에 바람이 빠지는 음역대이다. 물론 필자도 기호가 있으므로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음역대이기에 더 그럴 수도 있지만 저음역대를 이렇게 쉽게 대해 버리다니… 상대적인 부분이라 한편으론 더욱 속상하다. 형편없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MYSPHERE 3.2가 고음역대와 중음역대에서 보여준 사운드 실력 대비 저음역대가 기대 이하이다. 분명 존재는 한다. 그래서 음악의 밸런스를 맞춰 주고 중음역대의 발판이 되어 준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그뿐이다. 저음역대의 매력인 탄력성이나 펀칭력의 부재는 MYSPHERE 3.2로 감상하지 않게 될 음악들에 빨간 선을 긋게 한다. 단지 양감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 개방된 스피커의 문제일까 싶어 유닛을 좀 더 귀에 가깝게 밀착해보지만 역시나 MYSPHERE 3.2에게는 저음역대에 대한 욕심이 그다지 있어 보이지 않았다. MYSPHERE 3.2의 음역대를 정리해보니 그려지는 그림이 하나 있다. 어느 집에 애가 3명 있는데 첫째랑 둘째는 서로 잘 맞아 친하고 잘 컸고 어딜 가나 눈에 띄어 사람들이 다 아는데 셋째는 그저 있다는 것만 알지 딱히 존재감 있게 인지되지는 않는 그런 집이라고 할까. 



저음역대의 매력인 탄력성이나 펀칭력의 부재는 MYSPHERE 3.2로 감상하지 않게 될 음악들에 빨간 선을 긋게 한다. 




그럼 MYSPHERE 3.2의 음질과 음색적 캐릭터를 만나게 되면 과연 어떤 음악들이 빛을 볼까. MYSPHERE 3.2의 고음과 중음역대에 중점을 둔 스테이지라면 너무 멋지게 즐길 수 있다. 필자가 MYSPHERE 3.2를 통해 놀랍게 경험한 작품 중에 Anne-Sophie Mutter의 사라사테-지고이네르바이젠이 있다. MYSPHERE 3.2는 새로운 입체 공간에 3D로 사운드를 조각해 주었다. 독주 악기의 중심성을 이렇게 특별하게 들려주는 건 처음이다. 놀라운 과학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야외극장에서 듣는 음악회에서 우리가 자연스레 포기해야지 싶은 음향들이 있다. MYSPHERE 3.2에 대한 기대감에는 사실 이런 포기감도 없지 않아 들어있다. 하지만 그 포기가 놀라운 선물로 역전의 보너스가 된다.  MYSPHERE 3.2의 높은 해상력은 입체감 있는 음악을 선사하며 유실될 수 있는 소리들에 대한 서운함을 채우고 남을 만큼의 색채감 넘치는 소리들이 응집되어 무대를 꽉 채우고 만들고 덩어리로 움직인다. 그러니 ‘뭔가 부족할 것이다’는 부정적 기대감을 말끔히 잊게 만든다. 특히 MYSPHERE 3.2는 고음 보컬 음악에서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는 것 같다. 무겁지 않으면서 밝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특성이 고음 보컬을 아름답게 단장시켜 준다. 그렇지만 저음역대의 약함과 중음역대의 분리력의 약점(?)을 생각해 보면 아카펠라와 같은 다성음악은 평범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MYSPHERE 3.2로 대편성 음악이나 기악 앙상블 음악을 듣는 것도 권하고 싶지는 않다. 



MYSPHERE 3.2의 높은 해상력은 입체감 있는 음악을 선사하며 유실될 수 있는 소리들에 대한 서운함을 채우고 남을 만큼의 색채감 넘치는 소리들이 응집되어 무대를 꽉 채우고 만들고 덩어리로 움직인다. 





MYSPHERE 3.2는 훌륭한 징검다리를 놓고 있는 과학이다. 또 용기이다. 그러니 지금 갖고 있는 단점(?)은 다음 타자를 위한 좋은 견인차가 될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표현할 줄 아는 용기를 누군가 내준다면 그 용기는 그다음 용기를 불러일으켜준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MYSPHERE 3.2를 특급으로 칭찬하고 싶다.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외모와 자신감 넘치는 사운드 실력을 갖추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완성이 아니라 진행의 의미에서 MYSPHERE 3.2는 충분히 잘났다. 다만 이 잘난 분이 환경 탓을 심하게 한다. 좋은 조합으로 소리 환경을 갖추지 않고서는 MYSPHERE 3.2의 사운드 실력을 들려주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니 MYSPHERE 3.2를 모시려면 이것저것 같이 갖추어야 하니 어지간한 마니아가 아니고서야 소유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이 특별한 과학을 스킵하고 싶지는 않을 터. 올해 안에 꼭 만나서 해상력 높고 입체감 넘치는 음악을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MYSPHERE 3.2는 훌륭한 징검다리를 놓고 있는 과학이다. 








https://mysphe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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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중 이미지는 제조사 상품 페이지와 본 글의 기고 매거진에서 발췌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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