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디자이너의 이어폰 이야기는 한국의 LEFRIG AUDIO
TRECENTO는 다이내믹형 드라이버와 BA형 드라이버 2기가 조합되는 특허기술인 Bulls Eye Driver(동축 2 WAY구조)가 탑재된 하이브리드형 이어폰으로서 Dynamic Motion의 DM300H모델에 기반을 둔다. Bulls Eye Driver에 대해서 부언하면, 우퍼 역할을 하는 11mm 다이내믹형 드라이버의 중앙에 위치한 홀에 고음역용 BA형 드라이버를 세팅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Dynamic Motion의 DM200H에도 적용된 것인데, TRECENTO에는 Knowles사의 Dual BA형 드라이버 SWFK31736를 탑재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TRECENTO의 음역대별 사운드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TRECENTO의 저음역대의 양감은 매우 훌륭하다. 넓게 펼쳐지는 저음역대와 탄성력 좋은 저음의 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저음역대가 간혹 정말 (스펙상으로) 좋은 제품들에서도 저음의 울림을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할지 모호해질 때가 많은데, TRECENTO는 저음의 울림들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탄력 좋은 공처럼 음악 밑에서 생동감 있는 움직임을 갖게 만든다. 콘트라베이스의 현의 파동의 흔들림, 색소폰의 음 끝까지 흔들어 대는 으르렁(공기의 흔들림) 거림도 들려온다. 타악기들의 단단하고 탄성 넘치는 좋은 리듬들을 더욱 리드미컬하게 느끼도록, 탱탱볼 같은 울림들이 여기저기서 튕겨져 귀 안으로 들어온다. 솔직히 넘치지 않게 딱 좋은 양감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잘 조절된 저음역대의 질적, 양적 사운드가 음악 전체에 깊이와 넓이로 퍼져가며 음악의 기반을 깔아주는 포지션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이 정도의 해상력을 가진 저음역대에게… 의례 기대하게 되는 타격감의 게이지에는 살짝 못 미치는 아쉬움이 있다.
TRECENTO의 중저음역대에 대해서는 기꺼이 칭찬을 해주고 싶다. TRECENTO는 전체적으로 해상력이 워낙 높아서, 중저음역대라고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밝고 선명한 중음역대를 듣게 된다. 중음역대의 악기들 내지는 고음에서나 듣게 되는 보컬의 선율들의 표현력과 미세한 움직임까지 적극적인 기교로 들려주니 말이다. (나중에 고음역대에서 설명할 얘기지만) 솔직히 중음역대의 음악성이 뛰어나고 선예감과 입체감이 뛰어나다 보니 고음역대보다 더 중심을 이끌어가는 느낌이 강하다. 저음역대와 괴리감 없이 조화롭게 그리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연결하여 올라오는 중음역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 위에 얹어질 자신감 넘치는 고음역대만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을 기대하게도 한다.
TRECENTO의 높은 해상력은 중음역대에 이어 고음역대에서도 화려함과 선예감 높은 라인의 율동을 즐기게 해 준다. 하지만 고음역대도 좋다고 하기에는,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중음역대가 고음역대보다 더 매력적이게 들렸다. 그리고 그 이유가 TRECENTO의 옥의 티로 느껴진다. 사실, 옥의 티이다 보니 얼핏 들어서는 알아채기 어렵다. 하지만 계속 듣고 있으면 뭔가 석연치 않은 불편한 구석 하나를 느끼게 되는데, 그것은 사실 해상력 좋은 제품들의 공통적인 숙제라 하면 치찰음에 대한 처리랄 수 있다. 그런데 TRECENTO는 이 숙제를 너무 잘 해냈다. 누가 들어도 칭찬할 것이다. 헌데 문제는 치찰음은 분명 없는데 TRECENTO가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생마늘의 아린 맛 같은 사운드가 들린다는 것이다. 치찰음처럼 귀에 거슬리는 것은 아니지만, 고음의 선율들에 그 아린 맛 같은 사운드가 그늘처럼 붙어 다녀서 살짝 무겁게 느껴지고, 그래서 고음의 적극성이 떨어지게 들린다. 사실 TRECENTO의 저음역대, 중음역대의 흐름대로 라면 고음역대에서 ‘쭉쭉’ 뻗어나가야 하는데 그 ‘쭉쭉’ 뻗는 느낌이 살짝 갇혀서 눌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필자는 각 음역대를 분리해서 듣다가 전체 조화력을 꼭 체크해보는데, TRECENTO의 전체적인 조화력을 들으며 각 음역대가 “피라미드” 모형처럼 적층 시켜 정리해 간다. 넓고 탄탄하게 깔아주는 저음역대 위에 수준 높은 중음역대의 음악성 그리고 자유로운 고음역대만 있으면 완벽했는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음역대가 높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들어가야 했지만, 주어진 공간의 협소성에 제한받아, 고음 특유의 ‘더 내지르고 더 터뜨리고 더 뻗어나가는 느낌’을 잃은 것은 아닐지 지나가듯 생각해 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옥에 티’다.
이제 TRECENTO의 전반적인 사운드 운영 능력을 들어보자. TRECENTO의 해상도는 여름 햇빛만큼 강렬하다. 그래서 모든 선율이 선명하고 직진성이 뛰어나며 선예감 있게 움직인다. 하지만 무턱대고 쨍한 것이 아니다. 저음역대의 킥에서 느껴지는 공격성은 감(減)하였고, 고음역대의 치찰음들은 잘 지워 덮었다. 오존층이 지구 생명체에 유해한 것들을 막아 주 듯, TRECENTO도 살짝 불필요하고 공격성을 띤 것들을 걸러준다. 사실 조금 놀라운 것은 조성진의 드뷔시 달빛 연주를 해상도가 높은 이어폰으로 들으면, 댐퍼 페달을 밟을 때마다 88개 건반의 현들이 ‘샤-앙’하며 자유를 외치는 잡음을 항상 또렷이 듣게 되는데, TRECENTO는 그 잡음을 감쪽같이 지웠다는 것이다. 놀라웠다. 암튼 그래서 믿고 올리는 볼륨감을 안심 장착하여 욕심을 얼마든지 내도 되겠다. 하지만 여름 햇빛의 따가움을 누가 이길 수 있을까요. 높은 해상력의 파워에 청력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볼륨 업은 자제하기로 한다. TRECENTO은 전체 음역대들의 조화력은 뛰어나고 윤기와 온기가 적절히 배합이 되어, 사운드 전체에 인간의 정상 체온(36.5도)만큼의 부드러움을 유지하고 있다. 악기 배치 능력도 능수능란해서 독주 악기는 물론 모든 앙상블 작품들 및 교향곡에까지, 작은 무대에서 큰 무대까지 편식 없이 다 잘 소화해낸다. 다만 보컬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음역대에서 발견된 옥에 티가 보컬에서 특히 티가 난다. 사실 보컬 무대만큼은 아웃포커싱으로 보컬이 배경 앞에 좀 더 띄워져야 하는데, TRECENTO는 보컬도 하나의 악기화를 시켜서 전체 그림 속에 배치해 놓는다. 그러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또한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재즈 보컬에서는 좀 더 재즈 무대를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사실 눈코 입을 하나씩 떼어내어 분석을 해서 이쁘다 밉다 아무리 얘기를 해도, 결국 얼굴 안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자리 잡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는가. 사실 뭉쳐져 있는 것을 분리해서 듣는 것도 어렵지만, 분리하여 분석한 것들이 합쳐졌을 때 새롭게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까지 포함된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은 또 새로운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사운드를 얘기할 때면 2가지 영역으로 분리하여 이야기를 풀어가게 되는 것 같다. TRECENTO는 참 잘 생긴 모델이다. 매너도 있고 배려심도 있다. 옥에 티가 있지만, 모든 음악과 잘 어울릴 줄 아는 사교성도 있다. 그런데 비싸게 굴지도 않는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게다가 한국 출신이랜다. 그러니 괜히 벽 세우지 말고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좋은 친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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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중 이미지는 제조사 상품 페이지와 본 글의 기고 매거진에서 발췌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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