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사 건네 보기

서툰 고백

by 복덕


가을 아침에 맨발로 흙길을 걷다 보니

낯익은 얼굴이 하나둘 생겨났다.

그 얼굴들을 더 일찍 만나고 싶어

적당히 늙은 나와, 적당히 늙은 사랑이가

아이처럼 전력 질주를 했다.


누구도 나를 기다린 건 아니었건만

괜한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은 저마다의 코스를 따라

묵묵히 걷고 있었다.


나를 향해 손 흔드는 이는 없었지만

그저 눈길 닿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반가운 일이던가.

사랑이를 벤치에 묶어 두고

나 역시 조용히 나의 코스를 걸었다.


이른 햇살 속, 저만치서

대빗자루로 바닥을 쓸어내는 한 사람,

바람이 불어도 흔들림 없이

흙먼지를 걷어내는 그 모습이

마치 이 아침을 열어 주는 첫 손길 같았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며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쓸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였으나

그 말끝에, 온 아침이

빛처럼 환히 번져 나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좋아했던 봄, 견뎌야 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