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고백
가을 아침에 맨발로 흙길을 걷다 보니
낯익은 얼굴이 하나둘 생겨났다.
그 얼굴들을 더 일찍 만나고 싶어
적당히 늙은 나와, 적당히 늙은 사랑이가
아이처럼 전력 질주를 했다.
누구도 나를 기다린 건 아니었건만
괜한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은 저마다의 코스를 따라
묵묵히 걷고 있었다.
나를 향해 손 흔드는 이는 없었지만
그저 눈길 닿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반가운 일이던가.
사랑이를 벤치에 묶어 두고
나 역시 조용히 나의 코스를 걸었다.
이른 햇살 속, 저만치서
대빗자루로 바닥을 쓸어내는 한 사람,
바람이 불어도 흔들림 없이
흙먼지를 걷어내는 그 모습이
마치 이 아침을 열어 주는 첫 손길 같았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며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쓸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였으나
그 말끝에, 온 아침이
빛처럼 환히 번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