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준비

서툰 고백

by 복덕

2025.10.4.


아파트 입구에 토요장이 서는 날이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일곱 시가 지나서 산책을 나갔다.

아침마다 전력질주하는 루틴을 지키고

황톳길을 몇 바퀴 돌았다.

얼마큼 돌고 나면 사랑이가 낑낑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갈 때가 되었나 보다 하고 사랑이를 데리고 온다.


오늘은 장을 들러서 장거리를 좀 살까 하다가 그냥 왔다.

빈둥빈둥 놀다가 멋쩍어서 나물을 무쳤다.

해마다 나물을 해도 아이들은 한 번 먹고는 안 먹는다.

더구나 추석에 아들은 근무라고 했다.

나물에 밥을 척척 비벼 먹던 시절은 안 오겠지.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나물을 했다.

호박 반 개로 호박 나물을 하고,

가지 한 개로 가지나물을 하고

콩나물은 꼬리를 떼고 데쳐서 무쳤다.

남편을 생각해서 나물들은 무르게 했다.


그리고는 또 빈둥그리다가

사랑이를 데리고 장 보러 갔다.

장터를 한 번 둘러보고

어물전을 기웃거렸다.

마산에 살 때도 동태 전을 안 해봤는데

빗어놓은 동태를 보다가

빗어놓은 대구를 봤다.

조금 비싼 대구 전거리를 샀다.


옆자리의 나이 많은 주부에게 물었다.

“안 씻고 그냥 해도 되지요?”

속살이라서 그냥 하라고 한다.

소금 좀 뿌리고, 부침가루를 묻혀 계란물에 담그란다.

어물전 주인은 물도 안 생길 거라며 미소 짓는다.

나도 이제는 나이 든 주부지만,

해 본 사람이 진짜 어른이다.


나물도 하고, 전도 부치고 나니

기름 냄새 속에서 마음이 든든해졌다.

혼자서라도 추석의 기운을 살짝 내어 본다.

지나간 얼굴들이 기름 위로 스쳐 간다.

오래된 친구, 이웃, 그리고 멀리 있는 사람들.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싶지만

왠지 손끝이 머뭇거린다.

내가 먼저 다가가면 내 마음이 한결 편할 텐데.


해가 기울 무렵,

하루 종일 소식 없던 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댁에서 부쳤다는 전을 들고서.

나는 내가 해놓은 대구전과 나물을 맛보라고 내밀었다.

둘이 마주 앉아 젓가락을 부딪치며 웃는다.

그제야 집 안에 조용히 추석이 들어왔다.

기름 냄새와 웃음 냄새가

창문 너머로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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