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아내의 시점
내일 남편은 분당 서울대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의 막막함을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크고 작은 아픔으로 병원에서 입원도 하고 수술도 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심각한 암이라는 소리에 사지에 힘이 풀렸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의 싸늘한 말에 희망이란 것이 있었나 할 정도로 암담한 일이었다. 며칠 전에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갔을 때는 나 대신 딸이 보호자로 갔다. 나도 마침 그날이 병원 예약된 날이었다. 그날 남편의 담당 의사는 남편을 향해 두 주먹을 쥐고 팔을 올려 수술 잘 받으라고 “파이팅”을 외쳐 주셨단다.
참! 그런 것도 할 줄 아는 선생님이셨나. 처음 갔을 때 얼마 못 산다고 그토록 참담한 말씀을 하시더니.
수술을 앞두고 딸과 함께 남편이 있는 요양병원으로 향했다. 셋이서 점심을 함께 먹기로 한 날이었다. 미리 전화를 걸어 남편에게 나와 있으라 했더니, 잠시 기다리라는 답이 돌아왔다. 은퇴하신 목사님이 찾아와 계시다는 것이다. 순간 ‘역시 남편답다’는 생각이 스쳤다. 약속을 해 놓고도 다른 일정을 끼워 넣는 버릇, 그게 늘 그렇듯 오늘도 변함이 없는 것이다. 나는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
잠시 병원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다 딸과 함께 근처 이마트로 들어갔다. 진열된 물건들을 특별히 살 것도 없이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서성이던 중 다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에는 “목사님이 안수기도 해 주러 오셨다.”는 말이 돌아왔다.
남편이 늘 입버릇처럼 말하던 ‘은퇴하신 목사님과의 인연’이 이렇게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그분이 직접 병실을 찾아와 기도를 해 주신다니,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으리라. 종교가 서로 다르다 해도, 기도의 손길은 아픈 사람에게 한 줄기 따스한 햇살이 되는 법이다. 남편의 목소리 너머로 은근히 차분해진 기운이 전해져 오는 듯했다.
신호등 저쪽에 남편과 목사님이 같이 서 있었다. 안수기도를 해 주신 목사님께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라 잠시 마음이 분주했다. 종교가 다른 의식이라서 대하기도 더 조심스러웠다. 고마운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고 점심을 대접하기로 했다.
종교가 다른 우리들은 단순함이 함께하는 식사가 아니라, 기도로 덧입혀진 작은 의식 같았다. 병실의 공기, 기다림의 시간,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담은 축복이 우리의 하루를 조금 더 단단하게 묶어 주는 듯했다.
점심을 마친 뒤 병원 휴게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안면이 있는 환우가 들어왔다. 서로 반갑게 부산한 인사를 건네니, 마침 그분도 남편과 같은 날에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수술받을 병원은 다르다지만, 그 마음의 무게야 다르지 않을 터. ‘수술 잘 받으세요.’ 짧지만 간절한 말 한마디를 남기고 우리는 짐을 챙겨 나섰다.
오후가 되자 남편은 또 분주해진다. 병원 안팎에서 시간을 보내는 법이 따로 있는 듯하다. 동네 모임 장소에는 바둑과 장기를 두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그 틈에 남편도 자리를 잡는다. 은퇴하신 목사님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병원 근처 벤치에 앉아 계셨다. 풍채가 든든하시고, 목소리는 쩌렁쩌렁하시다. 교회에서 예배 설교를 오래 맡으셔서 그런지, 말씀 한마디에도 힘이 실린다.
나는 은근히 마음이 쓰였다. 혹여 남편이 어설프게 종교에 심취해 의지할까 싶어서다. 나뿐만 아니라 딸도 같은 생각인지 우려 섞인 한마디를 한다. 나이 들어가며 어느 신을 믿든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남편이 종교에 기대려는 모습을 상상하면 괜스레 불편한 마음이 인다. 그저 남편이 편안하기만을 바라는데, 종교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무게가 더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물론 나의 기우이겠지만.
쳇 GPT가 알려줌.
*기독교에서 **안수기도(按手祈禱)**란,
기도하는 사람이 두 손을 다른 사람의 머리나 어깨 위에 얹고 축복이나 간구를 드리는 기도예요. 성경에 보면 예수님도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어 고치시거나(마가복음 6:5), 제자들도 성도들에게 안수하며 기도한 기록이 있습니다.
특히 목사님들이 하는 안수기도는 이런 의미를 담습니다:
위로와 격려: 아픈 사람이나 큰일 앞에 선 이에게 하나님의 평안을 빌어주는 기도
치유와 회복 간구: 하나님께서 병든 몸과 마음을 고쳐주시기를 바라는 기도
보호와 동행: 수술이나 고난의 시간을 잘 지나가도록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
즉, 단순히 형식적인 행위가 아니라, 손을 얹음으로써 “당신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기를 빕니다”라는 사랑과 위로의 표현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