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고백
2025.10.29.
어제 딸이 집에 왔다.
오랜만에 들른 발자국 소리만으로도
집안 공기가 한결 따뜻해졌다.
“낼부터 우리 여행 가요.”
딸은 밝은 얼굴로 말하며
다시 버스 시간표를 내게 보여주었다.
“길에서 기다리지 말고,
집에서 버스 오는 시간 맞춰 나가요.”
어렴풋이 알고 있던 시간표가
그제야 뚜렷이 머릿속에 새겨졌다.
이제는 택시 부르는 법 차례다.
딸은 내 폰을 이리저리 만지며
“되어 있긴 한데, 주소가 빠졌어요.” 하더니
정성스레 손끝으로 방법을 알려준다.
나는 그 손짓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숨소리조차 아껴가며 바라본다.
그 순간,
마치 이상한 힘에 이끌리듯
정신을 곧추세우고 있었다.
눈앞의 딸은 어느새
세상을 다루는 숙련된 어른이었고,
나는 그 옆에서 다시 배우는 초년생 같았다.
한때는 내가 가르치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그 아이가
세상 사는 법을 다시 가르쳐 준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장면이
가을 햇살처럼 따뜻하게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