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어린 나

서툰 고백

by 복덕

책 속의 어린 나

2025.10.19.


태풍이 지나가며

내 책들도 함께 떠나보냈다.

젖은 종이 냄새, 뒤틀린 표지들,

그것마저 세월의 흔적이라 여겼다.


그 후로

책 없는 세월을 스무 해 넘게 건너왔다.

글자 대신 바람을, 문장 대신 하루를 읽으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내게 밀리의 서재를 선물했다.

손바닥만 한 화면 속에서

세상이 다시 펼쳐졌다.

처음엔 고마움보다 낯섦이 앞섰지만

한 달에 열 권, 스무 권,

글자가 내 마음의 불씨를 되살렸다.


어제 읽은 한 권의 책 속,

주인공의 인생이 내 어린 시절과 겹쳐졌다.

나는 뜻밖의 시간 속에서

어린 나를 만났다.

그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책장은 세월을 넘어 나를 데려갔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조용히 울었다.

세대를 건너,

잊었던 내가

어제 내 앞에 앉아 있었다.


글을 쓸 때도 어린 시절이 없었는데

책 속에서 본 어린 시절이

나에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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