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외워 보세요.

서툰 고백

by 복덕


2025.11.20.


아들이 무심히 지나가면서

“엄마, 풀꽃 시 한번 외워 보세요.” 하고 말하던 순간,

나는 잠시 멈춰 서 있었다.


몇 년 전, 내가 먼저 아들에게

“이런 시가 있다”며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외워 주었는데

정작 나는 그토록 좋아하던 그 시의 단정한 문장을

이렇게 헷갈려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 인지

‘오래 보아야 예쁘다.’ 인지

이 두 줄 사이에서

무엇이 먼저였는지,

어느 말이 더 깊숙이 내 마음을 건드렸는지

헷갈리고 또 헷갈렸다.

생각 끝에 나는 슬며시 덧붙였다.

“너도 그렇다.” 만 자신 있게 말해 주었다.


사랑스럽다는 마음엔

어디선가 오랫동안 들여다본 정이 스며 있고,

예쁘다는 표현엔

나도 모르게 아들을 오래 바라보았던 시간이 담겨 있다.

그러니 시의 순서를 잊어버린 것이

부끄럽다기보다,

그만큼 이 시가 내 삶 속에 깊이 들어와

감정과 섞여버린 건 아닐까.


풀꽃 한 송이도

가만히, 천천히 보아야

그 작은 숨결을 알 수 있듯

사람과의 기억 역시

시간 속에서 차곡차곡 다져져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아들이 외워보라고 던진 말을 붙잡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내가 풀꽃을 헷갈리는 건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세월의 결이 서로 엉켜 있기 때문일 거야.'


풀꽃 한 편을 정확히 외우지 못한 어지러움 속에도

사랑은 또렷했다.

헷갈려서 더 사랑스럽고,

흐릿해서 더 예쁜 마음.

그 마음을 꼭 쥐고

나는 다시 풀꽃을 조용히 읊어 본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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