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고백
2025.11.22.
아파트를 나가면 수북하게 쌓여 있는 낙엽을 본다.
사랑이의 낙엽 밟는 소리를 듣는다.
사사삭, 사사삭.
이 소리였나,
사르륵사르륵
이었나.
아무튼 ‘사’로 시작하는 소리다.
살다가 살다가
이렇게 낙엽이 무더기로 뒹구는 모습을 본다.
동네가 낙엽과의 한바탕일 줄이야.
나무는 마른 이파리를 떨어뜨린다.
남루한 행색을 숨기지 않고
허연 뼈대까지 드러내며 서 있다.
바람이 한번 스치고 지나가면
낙엽들은 서로 등을 부딪치며 달아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가볍게 몸을 말아 굴러가는 모습이
마치 나도 한때는 어딘가를 향해
분주히 흘러가던 세월 같아
괜스레 마음이 저릿하다.
사랑이는 그런 내 마음과는 달리
낙엽을 밟는 재미에 온 세상을 다 얻은 듯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아이의 발끝에서 사사삭 소리가 나는 동안은
오늘 하루도 괜찮은 날 같다.
낙엽은 이렇게 떨어지고,
시간도 이렇게 흘러가고,
나는 또 이렇게 멈춰서 바라본다.
잠깐의 멈춤이지만
가을이 내게 건네는 남루한 인사 같아
따뜻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