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았다

서툰 고백

by 복덕


2025.11.23.


바다가 보고 싶다는 내 말에

딸은 말없이 바다를 안겨 주었다.

그 바다는 파도가 출렁이지 않는

딸의 손끝에서 건네는 작은 위로였다.


나하고 딸하고 손녀 셋이

버스를 타고 00 수목원으로 향했다.

창밖엔 겨울빛이 희미하게 번지고

창문에 부딪힌 바람은

먼 바닷냄새의 한 조각처럼 스쳐 갔다.


머리 희끗한 기사님이

“부릉부릉… 르르르…”

시동을 걸었다 꺼트렸다 한다.

마치 마음이 먼저 달려가고

몸은 뒤따라오지 못하는

초보의 어색한 걸음처럼.

기사님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이리저리 손짓하며 알려주는 모습이

한 편의 작은 드라마처럼 보였다.


누구나 처음엔 서툴렀다는 걸

그 버스가 조용히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수원에 와서 사는 나도 그렇다.

이곳의 길을 다 아는 듯하면서도

가끔은 낯설다.

아마 이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 하나씩 품고

하루하루를 건너고 있겠지.

잠시 머문 버스 안에서도

숨겨둔 이야기들이

작게 흔들리는 듯 보였다.


공원에서 돌아오는 길,

우리는 늦은 점심을 먹었다.

상 위에 ‘풍경’처럼 등장한

커다란 찜기 같은 솥 하나.

뚜껑을 열자

속에서 바다가 출렁 피어올랐다.

가리비와 오징어는 바다의 긴 호흡을 닮았고,

동죽과 새우는 바람처럼 발그스름했다.

홍합, 전복과 키조개는

바다 밑바닥에서만 들릴 법한

낮은 울림을 고이 간직한 듯했다.


나는 그 뜨거운 김 사이로

문득 깨달았다.

바다는 꼭 눈앞에 펼쳐져야만

바다가 되는 건 아니라고.

사람이 내 마음을 향해

조용히 건네는 위로 한 점,

그 또한 바다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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