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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는 마음 Jul 23. 2022

탑건 매버릭



재밌다고 소문난 탑건 매버릭을 늦은 감은 있지만 마침내 보고 왔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극장을 가본 지가 꽤 되었다.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SF 걸작 '듄'이었는데 꽤 만족했던 작품이다. 


이번에 본 탑건 매버릭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가와사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던 80년대  젊음의 아이콘이었던 톰 크루즈는 60의 나이에도 여전히 가와사키 오토바이를 타고 멋있게 질주하고 있다. 이 영화는 곳곳에서 1986년 작은 탑건을 오마주(경의를 표하기 위해 명작의 특정 장면을 모방) 하고 있다. 영화 첫 장면에 거대한 항공모함이 등장하고 스태프들이 전투기를 이륙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장면은 1986년작 분위기를 그대로 끌어왔다. 


더구나 배경음악이 1986년작에서 나온 음악인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위험 지역)'을 그대로 쓰고 있어 노골적으로 80년대 향수를 느끼게 해주겠어라는 의도가 보인다. 86년작의 매버릭(톰 크루즈)의 절친 구스는 그의 아들 루스터로 대체되고 매버릭의 라이벌 파일럿인 아이스맨은 깐죽거리기 좋아하는 루스터의 라이벌 파일럿 행맨으로 대체되었다. 


1986년작 탑건에서의 톰 크루즈









루스터의 아버지이자 매버릭의 단짝 구스

























매버릭의 라이벌 파일럿 아이스맨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위험 지역)'


https://youtu.be/_G4wz7vmH5E



더구나 1986년 작의 메인 테마곡인 'Top Gun Anthem'도 그대로 가져왔다. 물론 비행기 조종신이나 전투신은 진보된 기술에 의해 더 실감 나게 스크린에 펼쳐졌으나 탑건 매버릭의 성공은 상당 부분 1986년 작 탑건에 빚지고 있는 듯 보였다. 사실 영화의 주요 미션으로 나오는 레이다를 피해 좁은 협곡 사이로 전투기를 몰고 가는 장면도 1985년 일본 애니메이션 OVA '에어리어 88'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타이트 로프 작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듯 보인다. 적의 레이더망과 지대공미사일을 피해 목표물까지 도달하기 위해 전투기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협곡을 목숨을 걸고 용병 파일럿들이 전투기를 조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탑건과 매우 흡사하다. 


메인 테마곡인 'Top Gun Anthem'


https://youtu.be/C6swuC0-Tf4



이  애니메이션은 필자도 어린 시절 보고 무척 감동받은 명작 애니메이션이다. 중동의 아슬란이라는 가상의 국가에서 각국의 용병 파일럿들이 각자의 사연을 안고 전투기 조종사로 싸운다. 각자 다른 전투기를 몰고 항상 목숨을 걸어야 하는 희박한 승률의 임무를 부여받고 이를 멋지게 수행해 내는 모습은 그 시절 나 같은 많은 소년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더구나 우수에 젖은 고독한 남자들의 비장미가 애니메이션인데도 불구하고 러닝타임 내내 뿜어져 나와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에게는 마치 애니메이션계의 '영웅 본색'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엄청난 감동을 받은 나는 플라모델 판매점으로 달려가 주인공인 카자마 신이 조종하는 기체인 F8 크루세이더 모형을 구입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모형을 내 방 천장에 매달아놓고 전투기와 함께 중동의 하늘을 누비는 상상을 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에어리어 88의 카자마 신


잠시 옆길로 새었는데 협곡 비행 장면은 스타워즈에서 제국의 궁극적 대량 살상 무기인 '데스 스타' 폭파 장면과도 유사한 점이 있으니 어느 쪽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창작은 완전한 무에서 탄생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으니 너무 따지지 말고 관대하게 즐기면 되겠다. 


영화에서 파일럿들의 단합을 다지기 위해 해변에서 미식축구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도 1986년 직에서는 해변에서 파일럿들이 비치 발리볼을 하는 장면의 오마주다. 공통점은 웃통을 벗은 근육질의 미남들이 슬로 모션으로 멋진 장면들을 많이 보여준다는 것이고 2022년 직에서는 여성 파일럿도 등장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여러 오마주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나 이 영화의 훌륭한 점은 뜨거운 우정과 사랑, 용기 등의 인간미가 영화 내내 물씬하다는 점이다. 최신 기술로 보여주는 실감 나는 멋진 비행신이나(제작진은 관객이 실제 전투기를 타고 나는 느낌이 들도록 공을 들였다고 한다) 전투신도(전투기끼리의 근접전을 도그파이트라고 하는데 실감 나는 도그파이트를 보여준다) 멋지지만 두려움에 대한 도전, 죽은 친구의 아들에 대한 사랑, 대의를 위한 희생, 동료에 대한 믿음 등 귀중한 가치들이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며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해준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자제하기 위해 더 이상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다만 이 영화는 톰  크루즈라는 배우의 매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십분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이 영화는 그가 빠졌다면 아예 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1986년에 온몸으로 젊음의 싱그러움을 뿜어내던 톰 크루즈는 2022년 희생과 연대의 가치를 우리에게 일깨우며 그는 대체될 수 없는 배우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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