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찾는 마음 Jul 23. 2022

일본 대중 음악 전성기의 노래들 vol.1

사잔 올 스타즈의 구와타 케이스케                                



지금도 생각하면 아련하고 가슴 두근거리는 94년도 겨울의 도쿄. 그 시절 내 절친한 친구가 도쿄에서 유학을 하고 있어서 그 덕에 나는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도쿄로 여행을 갔다. 자타가 공인하는 덕후인 친구의 영향이었는지 헤비메탈과 록에 미쳐있던 나는 일본 음악에도 한 쪽 발을 담가 두고 있었는데 버블 경제가 절정에 달하여 모든 것이 좋았던 일본은 그 대중음악도 전성기의 꽃을 화려하게 피우고 있었다. 



헤비메탈과 록만이 음악다운 음악이라고 생각하던 치기 어린 나에게 일본 음악은 처음에는 약간 시시한 첫인상으로 다가왔다. 


'보컬이 너무 약해..'


헤비메탈의 강력한 쇳소리 보컬에 내 귀가 너무 중독되었던 탓에 일본 가수들의 섬세하고 달콤한 보컬을 평가절하하고 있었다. 그러나 좋은 음악은 언제나 그렇듯이 조금의 적응기가 지나면 그 진가를 발휘한다. 달콤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멜로디 안에 숨은 탄탄한 연주 실력이 빛을 발하는 그 시절의 일본 음악은 록 음악이 중심이었다. 헤비메탈에 오염된(?) 귀에는 매가리 없이 들릴 수도 있으나 메탈 팬이여 조금만 인내하라! 곧 진가를 알게 될 테니. 



그 시절의 일본 음악은 명곡이 너무나 많아 곡을 선정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여러분의 귀에 착 감기는 선율을 가진 명곡으로 엄선했다. 그리고 가사 또한 일품인 곡들이 많아 가사도 일부를 소개하겠다. 참고로 필자는 일본어 실력이 그리 좋지 못하다.  완전 초급 수준..



첫 곡은 일본의 국민 밴드라 할 수 있는 사잔 올 스타즈(Southern all stars)의 쓰나미(Tsunami - 해일)이다. 일본 사람들은 영어식 발음으로 '서든 올 스타즈'라고 하면 못 알아들을 확률이 높다. 그들만의 영어 발음 방식이 있는 것이다. 소프트한 록 음악을 주로 하는 밴드인데 밴드의 리더인 구와타 케이스케가 거의 모든 히트곡을 작사, 작곡하며 이 곡도 그의 작품이다. 



그의 한국 사랑은 유명하며 한국인에게 바치는 'Love Korea'라는 노래도 있다. 그룹과 개인 활동으로 통산 6000만 장 이상을 판매한 전설적인 밴드인 사잔 올 스타즈의 리더인 그가 한국인이라는 설도 파다하다. 사실 일본 연예계의 스타 중 많은 사람들이 재일 한국인 출신인데 차별 때문에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고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노래의 선율도 아름답지만 가사는 한 편의 서정시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투명한 물이여,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마성의 불꽃이여.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여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아. 사람은 사랑을 찾기 위해 어둠 속을 헤매는 운명. 그리고 바람에 맡겨. 오 나의 운명을. 눈물이 마를 때까지.'



'마주하고 있으면 솔직하게 말할 수 없어. 해일 같은 두려움에, 나는 알고 있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마법이 풀리지 않아. 거울 같은 꿈속에서 추억은 언제나 비가 되지.'



일본 대중문화에서 일본인들은 사랑 앞에서 주저하고 속내를 감추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실제로 그런지 대중문화에서만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대중문화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의 반영이니 일본인들의 성향도 다분히 그렇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의역이 많이 있지만 한국어로 정성스럽게 번역을 해놓은 가사가 있는 비디오를 링크한다. 


https://youtu.be/B-YHJ_SqMKY



또 다른 일본의 국민 밴드 'Mr. children (미스터 칠드런 - 보통 '미스치루'로 불린다)의 'Tomorrow never knows(내일은 아무도 몰라). 동명의 비틀스 곡도 있다. 역시 통산 음반 판매량 6000만 장을 넘는 슈퍼 밴드이고 그룹의 모든 곡을 리더인 사쿠라이 카즈토시가 작사, 작곡했다. 비틀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달콤한 멜로디의 브릿팝을 연상케 하는 노래들을 발표했다.



94년에 도쿄를 방문했을 때 그들의 앨범 '심해'를 중고로 구입했다. 그 당시 일본의 물가로 CD 하나에 3만 원이었으니 학생인 나에게는 너무 부담되는 가격이었다. 그래서 도쿄에서 중고 레코드를 파는 가게에서 중고로 구입했으나 그 가격도 1만 원 정도였다(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일본 음반을 구입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 새 CD의 가격이 1만 원 정도였으니 물가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어쨌거나 '심해' 앨범은 명반이어서 중고로 구입했으나 흡족히 감상했다. 



Mr. Children의 'Tomorrow never knows(내일은 아무도 몰라) 


'용서받을 수도 없이 오늘도 상처를 안고 정신없이 달려가지만 아직 내일은 보이지 않고, 승리도 패배도 없는 채로 고독한 경주는 계속되고 있어.'


'마음먹은 대로 나는 앞으로 나아갈 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내일을 향해.' 



아픔과 후회도 있지만 그래도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현대인의 고독과 슬픔, 희망을 동시에 노래하고 있다. 


https://youtu.be/Nxwt_s1lM04


명반 '심해'에서의 히트 싱글곡 '이름 없는 시' 


 '알지도 못하는 사이 만들어 버린 나다움이라는 감옥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지.'


'있는 그대로의 마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약함을 다른 누군가를 탓하며 살아가고 있어'  


역시 현대 일본인의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곡이다.


https://youtu.be/4gd2oVFUcz0



다음 곡은 우리나라에서 너무나 유명한 록밴드 X Japan의 'Endless rain(끝없이 내리는 비)'.  나를 일본 음악으로 본격적으로 인도한 노래다. 메탈 마니아였던 대학교 시절 학교 밴드의 공연을 보러 갔다. 그런데 밴드가 유명한 서양 록, 메탈 넘버를 계속 연주하다 갑자기 일본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민족 고대에서 일본 노래라니. 경악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름다운 발라드에 왠지 나도 모르게 설득 당해 인정하고 말았다. 다만 밴드 보컬이 노래의 고음 파트를 따라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하지만 노래의 아름다운 선율은 감출 수 없었다. 이 노래 이후로 일본 음악에 대한 나의 탐구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나는 정처 없이 빗속을 걷고 있어.  상처 입은 몸을 적시며. 휘감겨오는 얼어붙은 웅성거림을 죽여가며 방황해요.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선율에 비해 가사는 요시키의 지나치게 탐미적 성향에 의해 그리 설득력 있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X Japan의 곡은 가사보다 선율로 즐기고 있다.  X-Japan의 곡들에는 가사에 '장미, 환상, 광기, 피, 천사, 고통'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 단어들로 노래들의 가사 분위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QhOFg_3RV5Q



카리스마와 아름다운 외모로 팬들을 모으는 리더 요시키는 X Japan의 거의 모든 노래를 작사, 작곡하고 있는 드러머이다.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한 이력이 있어서 그의 음악에는 고전 음악의 품격과 우아함이 서려 있다. 그러나 일본 음악 특유의 엔카스러운 멜로디 또한 결합되어 있는 참으로 묘한 느낌의 음악을 한다. 거기다 스피드 메탈의 영향으로 가냘픈 체격에서 미친 듯한 빠르기로 드럼을 쳐대는 요시키의 모습은 어린 여성 팬들을 실신시키기에 충분한 매력을 뿜어낸다. 



본능을 자극하는 섹시함과 처연한 슬픔이 배어 있는 서정성, 살인적인 속도가 결합된 X Japan의 대표곡 'Silent Jealousy(고요한 질투)'이다. 이 음악을 들으며 요시키의 전성기의 드럼 연주를 공연장에서 직접 들으면 얼마나 끝내줄까라는 상상을 했었다. 


https://youtu.be/Oj9bvmzTR2A



 X Japan은 참으로 드라마틱한 사연이 많은 밴드다. 밴드의 오리지널 멤버가 두 명이 자살하고 리드 보컬은 사이비 종교에 빠져 밴드를 탈퇴한 적이 있다. 리더인 요시키 자신의 아버지도 자살로 인생을 마감한 아픈 사연이 있다. 그래서 요시키의 모든 곡들에 어쩔 수 없는 슬픔이 배어있는 것이리라. 마치 화려한 장미 같은 밴드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움을 뽐내다 순식간에 져버리는 벚꽃을 연상시키는 밴드이기도 하다. 



미친 듯 드럼을 두드리며 질주하는 요시키의 모습은 자신의 인생에 밴 슬픔의 그림자를 애써 떨쳐버리려는 젊은 천재 예술가의 몸부림이며 그 자체가 예술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일본은 우리에게는 애증의 나라다. 아직 역사에 대한 반성을 제대로 하지 않는 그들이 얄밉지만 그것은 또한 일본 우익 정치인들이 잘못된 역사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온 결과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일본인들은 매우 친절하고 한국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가까운 이웃나라로서 슬픈 과거를 뒤로하고 서로 힘이 되어주는 우방이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하는 것은 단지 이루기 어려운 꿈에 지나지 않을까?



그 시절 일본 음악의 명곡은 아직 소개할 곡들이 많이 남아 있다. 나머지 곡들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한다. 






작가의 이전글 탑건 매버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