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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는 마음 Jul 22. 2022

한 여름밤의 감미로운 재즈 vol.1


스탄 게츠



헤비메탈을 많이 듣던 시절 메탈 팬들에겐 암묵적인 자부심이 있었다. 아무나 메탈 음악을 들을 수는 없고 들을 귀가 있는 자만이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자부심의 이유이고 두 번째는 메탈의 음악성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메탈 음악은 모든 장르가 그런 건 아니지만 사실 악기 연주 실력이나 보컬 실력이 웬만큼 뛰어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지라 실력파 음악인들이 주로 음악을 하는 음악성이 높은 장르인 것이다. 그래서 모차르트가 20세기에 태어났다면 메탈 음악을 했을 거라는 가설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졌고 메탈을 듣다 보면 재즈를 듣게 되고 결국 클래식 팬으로 귀결된다는 이야기가 메탈 팬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



헤비메탈의 음악성에 대한 자부심이 은근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재즈와 클래식의 음악성은 대중에게 이미 인정받았으니 메탈 음악도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서 다른 대중음악 장르를 은근히 무시하려는 수작이었다. 지금 보면 다소 우습기도 하지만 그 정도로 메탈 팬들의 메탈 사랑이 지극했음을 의미한다. 



어쨌든 예언은 적중하여 나도 재즈와 클래식을 즐기게 되었지만 가요나 팝도 많이 듣는 잡식성이 되었다. 이제 보면 음악 간의 우열을 이야기하는 것은 젊은 날의 치기에 지나지 않은 것이고 각 장르마다 나름의 맛과 멋이 있다. 오늘은 재즈에 대해서 몇 곡을 추천하고 싶은데 나도 너무 난해한 곡은 듣고 싶어 하지 않는지라 감미롭고 대중적인 곡들 위주로 한 여름밤에 어울리는 곡들을 추천하려 한다. 



첫 곡으로는 재즈 피아노의 서정 시인 빌 에번스(Bill Evans)의 'Waltz for Debby(데비를 위한 왈츠)'이다. 매혹적인 선율 위에서 건반 위를 자유롭게 노니는 빌 에번스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재즈 특유의 변주와 즉흥 연주를 통한 자유로움이 들을 때마다 편안한 휴식을 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클래식도 서정적인 선율의 대표주자인 쇼팽을 무척 좋아하는데 빌 에번스는 마치 재즈계의 쇼팽 같은 느낌이 든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의 넉넉한 여유 속에서 이 음악과 함께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면 멋질 것 같다. 


https://youtu.be/dH3GSrCmzC8



다음 곡으로도 재즈계에서 서정성으로는 빌 에번스와 쌍벽을 이루는 스탄 게츠이다. 특히 보사노바 음악을 재즈에 도입한 선구자로서 스탄 게츠(Stan Getz)의 음악은 우리를 음악을 듣는 순간 남미의 어느 해변으로 인도한다. 부서질 것 같은 부드러움과 미묘한 떨림을 전하는 보컬 아스트리드 질베르토의 목소리와 마법과 같이 청중을 홀리는 스탄 게츠의 색소폰 소리가 어우러지는 'The girl from Ipanema(이파네마에서 온 소녀)'이다.


https://youtu.be/sVdaFQhS86E



역시 스탄 게츠의 'Misty(안개 자욱한)'. 수도 없이 여러 번 광고나 영화에 삽입되어서 메인 선율은 여러분도 잘 아실 거라 생각한다. 감미로운 재즈에 푹 잠겨보시기 좋은 노래다.



https://youtu.be/P3qS363m7-w



다음은 다시 빌 에번스의 'My foolish heart(나의 어리석은 마음)'. 왈츠 포 데비의 앨범에 같이 수록된 곡인데 연주 사이사이로 들리는 청중들의 이야기 소리나 기침 소리까지 정답게 들린다. 어느 분위기 있는 재즈 바에 앉아서 빌 에번스 트리오가 직접 연주하는 이 곡을 바로 앞에서 듣는 기분이랄까. 드럼과 베이스가 빌 에번스의 피아노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https://youtu.be/g-jsW61e_-w



다음 곡은 또다시 스탄 게츠의 보사노바 곡이다. 제목은 'Desafinado(소리가 맞지 않는)'로서  대표적인 재즈 보사노바 곡이다. 제목이 포르투갈어로 되어 있는데 나도 이번에 포스팅하면서 처음 뜻을 알게 되었다. 이 음악은 주앙 질베르토와 스탄 게츠의 버전이 잘 알려져 있는데 오늘은 스탄 게츠와 찰리 버드 버전으로 준비했다. 보컬이 빠진 버전의 음악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https://youtu.be/L7lmMNweUVU



마지막으로 정통적인 재즈라기 보다 퓨전 재즈에 속하는 팻 메시니(Pat Metheny)의 'The road to you(당신에게로 가는 길)'. 왠지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먼 길의 여행을 떠난 후 마침내 사랑하는 이에게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 든다. 아련한 그리움과 포근함이 느껴지는 곡으로 개인적으로 팻 메시니 음악 중 가장 아끼는 음악이다. 



https://youtu.be/wMB0ZamLtqc



오늘은 서정성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재즈 곡들을 위주로 골라봤다. 한 여름밤의 편안한 휴식에 너무나도 잘 어울릴 곡들이라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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