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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는 마음 Jul 31. 2022

 Gravity (세상을 끌어당기는 힘)

비즈인큐 주최 제 1회 강연회 



오늘 분당 판교 청소년 수련관에서 비즈인큐가 주최한 강연회를 참석했다. 사실 전날 밤 감기로 인한 두통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자 참석을 포기할까도 싶었는데 판교까지 온 김에 좀 피곤해도 참석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후회 없는 선택을 한 것 같다. 


차언명님


첫 번째 강연자분은 광명에서 한의원을 하시는 차언명님이었다. 두 자녀를 별난 사교육 없이 한 사람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했고 또 한 사람은 미국의 하버드 대학원에 풀펀딩(전액장학금 및 연구비 지원)으로 입학하는 성과를 거두신 분이다. 자녀의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님들이 들으셨으면 아주 좋을만한 강연이었다. 


차언명님도 여느 부모님들처럼 자녀의 교육에 관심이 많으셨지만 이웃 부모님들의 자식 자랑에 본인도 '우리 아이가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불안감에 특히 아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아들의 마음을 몰라주었다. 그러나 아들이 틱장애가 생기고 학습 성과를 못내는 것을 보시고 자녀교육에 관한 책을 100여권 반복해서 읽으시며 많은 것을 깨치고 반성하셨다고 한다. 


결국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게 하고 재밌게 살도록 할 때 그 뇌도 최상으로 발전한다는 점을 깨달으시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었다. 그리고 항상 '사랑한다'라는 말로 아이의 정서를 보살폈다. 아들은 어느새 틱장애를 극복하고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하여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한다. 



딸은 어려서부터 몸이 약하여 사교육을 강요하지 않았고 본인이 원하는 것만 시켰다고 한다. 오히려 아이는 스스로 도서관에서 많은 책을 빌려다 독서를 하고 국제고를 거쳐 미국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하버드를 포함한 아이비리그 9개의 대학원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아이를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인내심과 아이를 압박보다는 사랑으로 어루만지니 아이가 저절로 자신의 재능을 만개하여 좋은 결과를 낸 듯하다. 


그리고 주시는 팁 하나. 이웃집 엄마들 말을 듣지 말라는 것이다. 각자의 아이를 자랑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아이를 괴롭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시절 구구단을 못 외어 선생님께 차언명님이 불려간 적도 있다 한다. 선생님은 사교육을 권하셨지만 차언명님은 꿋꿋이 소신을 지키셨고 딸은 나중에 대학에서 수학을 복수전공하게 된다. 


또 딸이 초등학교 시절 화장을 하고 싶어 할 때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아이의 피부가 상하지 않도록 화장품을 사주며 아이의 행복을 독려한 결과 아이는 화장품 블로그로 파워 인플루언서가 되고 급기야 화장품 성분에 대한 관심으로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게 된다. 


교육에 있어서 부모님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모는 아이의 교육과 성장에서 따뜻한 정서적 지지와 사랑을 제공해 주면 아이는 저절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부모님들은 불안하실 수 있겠지만 아이는 좋아하는 것에 관해선 천재다는 믿음을 가지고 아이가 하고자 하는 바를 적극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부모가 강요한 길을 억지로 따라가는 아이가 행복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순실님


다음 강연자 님은 TV에도 여러 번 출연하신 탈북자 서민 갑부 이순실님이다. 정말 파워풀한 강연이었다.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없이도 청중들을 웃겼다 울렸다 하시며 자신의 인생담을 풀어내셨다. 타고난 강연자라고 해야 할까. 지금은 김치를 비롯한 각종 음식 제조 회사의 대표님으로 성공하셔서 매우 바쁘시지만 강연자로도 대단한 저력이 보였다.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도 보고 간접적으로 많이 들었지만 그것들이 참으로 피상적 경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8~9번을 탈북하시고 중국 공안에 잡혀 다시 북한으로 북송되는 과정을 10년간 되풀이하며 겪으신 인권 유린과 여성으로서 견디긴 힘든 수모, 중국인들에 의해 아이와 강제로 생이별 당한 경험(아이는 어딘가로 팔려갔다) 등을 격정적으로 말씀하실 때 청중 중에는 눈시울을 적시는 분들이 많았다. 



미디어에서 때로 북한이 미화되기도 하지만 거기서 벌어지는 굶주림과 인권 유린의 참상이 이순실 대표님의 강연을 통해 절절히 다가왔다. 고기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거라고 했는데 한국에 와서 누릴 수 있었던 삶의 수준이나 북한 동포들의 제기를 돕는 정부의 노력 등에 매우 감사하고 계셨다. 그래서 항상 한국을 자랑스러워 하고 한국에 보답할 방법을 찾고 계시기도 했다. 


또한 북한 같은 생지옥을 견디고 생존하신 이순실 대표님은 남한에서는 못할 것이 없다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결국 성공을 이루어 내셨다. 지면 관계상 많은 이야기를 여기서 전해 드리지 못했지만 이순실 대표님의 책이 곧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대표님의 삶의 여정을 통해 북한의 인권 유린 실상을 사람들에게 좀 더 제대로 알리고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강인한 정신력만 있다면 못 해낼 것이 없다는 메시지가 담길 것 같다. 강연이 끝나고 운이 좋게도 이순실 대표님과 식사를 같이하게 되었는데 대표님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은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히 흥미롭고 감동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님은 여전히 검소하셨고 이미 성공하셨지만 돈을 많이 벌어서 다른 탈북민들을 더 돕고 싶어 하셨다.  


이순실 대표님의 강연과 대화를 통해 많은 힘을 얻었다. 나약하게 현실에 대해 불평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목숨 걸고 될 때까지 도전한 대표님의 열정과 의지에 전염되었다고 할까? 감동적인 만남이었다. 


양내원님



마지막 강연자는 양내원 박사님이셨다. 앞서 이순실님의 강연이 워낙 열정적이고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켜 걱정이라고 말씀하셨다. 자신은 그렇게 재미있게 강연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그냥 지나친 겸손의 말씀이셨다. 차분한 어조로 빠르게 건축에 스며든 인문학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내시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건축의 기술적 측면만 말씀하셨다면 아마도 대다수의 청중이 부족한 수면 시간을 보충하게 되었겠지만 인문학의 세례를 흠뻑 받은 강연의 흡입력은 대단했다. 건강과 건축의 관계에서 출발한 강연은 어느새 영성과 건축의 주제로 발전했다. 항상 영성에 관심 많은 내가 열광할 수밖에. 



고대에는 질병의 원인을 신선한 공기를 못 쐬어서라든가, 오염되거나 비위생적인 환경을 통해 인체가 영향을 받는 식으로 외부의 환경이 질병을 초래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에 대응해  '치료'의 개념이 생겼지만 현대에는 위생이나 영양, 의학 등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외부의 영향이 많이 줄어든 대신 내면의 정신적인 원인에 의해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보고 '치유'의 개념이 중시된다고 하셨다. 


현대의 사회는 주지하다시피 정신적으로 피로하고 빈약한 사회이다. 그래서 병원의 치료에서도 치유 개념이 적극 도입되어 그림이나 조각품을 병원에 비치하거나 미술 치료, 음악 치료 등의 방법도 도입되고 있다. 예술을 치유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산업화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지식을 주입당하고 암기하여 수동적으로 지식을 소비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생각을 하지 않고 주입된 지식에 의해 생각을 당한 것이다. 세상에 의해 주입된 가치관에 따라 생각 없이 과소비하고 경쟁하며 앞만 보고 달린 우리는 이제 허무과 스트레스와 불안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그러한 악순환을 끊어내고 우리는 성찰과 사색을 통해 자신만의 사고를 창조해야 한다. 기존의 굳어진 사고방식과 편견이 옳다는 사상의 감옥에 갇혀있지 말고 예술과 인문학을 통해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 보고 그를 통해 오랜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평소에 내 생각과 일치하는 면이 많아 절로 공감이 되었고 인문학적 지식이 주는 품격과 쾌감,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은 참으로 만족스러운 강연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대보다 훨씬 뛰어난 강연들 때문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고 많은 통찰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강연이었다. 


책과강연 에이전시에서 새로 출범시킨 비즈인큐(비지니스 인큐베이터의 약자라고 한다)의 첫 강연회는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이 자리를 빌어 무더운 오늘 수고하신 강연자 님들과 책과강연 스태프분들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비즈인큐는 앞으로도 매달 강연회를 열 예정이고 12월에는 하루 동안 마라톤 강연회를 열 예정이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석을 바란다. 귀중한 시간을 내신 보람이 있는 강연회를 만나게 되실 것이다. 필자도 가능한 강연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무더운 여름 오히려 감기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건강 조심하시고 영혼이 깨어나는 소중한 시간을 누리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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