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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는 마음 Jul 31. 2022

Don't Look Up(올려다보지 마세요)


2021년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애덤 멕케이가 감독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블란쳇, 조나 힐, 마크 라이런스, 티모시 샬라메 등 호화 출연진들로 화제가 된 영화다. 애덤 멕케이 감독은 전작 빅쇼트와 바이스 등에서 미국의 투기 금융 시스템과 미 정계를 적절한 위트와 블랙 유머를 첨가하여 흥미롭게 풍자했었다. 이번에도 감독은 본작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세계를 살아가는 정치인과 언론인, 빅 테크 기업인과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편견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랜들 박사와 케이트


그러나 시종일관 위트 있는 블랙 코미디로 전개되는 영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지만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기 보다 흥미롭게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는 수완을 발휘한다. 미시건 주립대학의 천문학과 교수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는 우연히 너비가 5~10km인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으며 약 6개월 후에 지구와 충돌하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혜성의 규모로 봐서 지구와 충돌한다면 전 인류가 멸망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혜성이다.



백악관 회의


그래서 랜들 박사는 나사를 통해 백악관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데 예상을 벗어나는 점은 지금부터다. 보통 정상적인 정치인이라면 인류 멸망의 기로에 서 있는 이 시점에서 긴급히 모든 대책을 강구하여 이 사태를 해결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백악관에는 인류의 절체절명의 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3주 남은 중간 선거에만 관심 있는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이 있다. 



올린 대통령



올린 대통령은 이 소식이 중간 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할까 봐 대중에게 알리지 않고 지켜보자고 한다. 실없는 소리를 가끔씩 하는 대통령의 아들인 제이슨(조나 힐)이 대통령 비서 실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내외 정치의 많은 부분을 자신의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위주로 결정하고 딸인 이방카가 대통령 보좌관직을 수행한 것을 빗대었다. 더구나 영화 후반부 자신을 따르는 세력과 반대 세력으로 국민들을 극명하게 나누고 분열시키는 태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거기에다 미시건 주립대 교수와 대학원생의 발견이 믿음이 안 가는지 아이비리그 출신 학자들에게 확인을 받자고 대통령이 말하는 장면에서 미국도 우리나라만큼 학벌주의가 판을 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백악관이 이 중대한 사실을 정치적 이익에 따라 적극적 대응 없이 묻어두려고 하자 랜들 박사와 케이트는 언론에 알리려 한다. 그러나 사실을 알리려 나갔던  TV 쇼는 아이돌 가수의 연애 파경에 더 관심이 있고 혜성이 다가오는 사실은 희화화하고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다. 



방송에 출연한 랜들 박사와 케이트



대중은 혜성의 접근 사실을 알린 랜들 박사의 섹시한 외모에 더 관심이 있고(사실 배우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선 다소 망가진 모습으로 나와 이 부분은 공감이 어려웠다)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부르짖은 케이트는 조롱하는 밈(짤)을 만들며 미워한다. 중대한 사실을 별것 아닌 것처럼 왜곡하는 언론도 문제지만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고 피상적인 것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박한 대중도 싸잡아 비판하는 것 같다.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는 시각이지만 경쾌한 영화 분위기에 웃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웃음 속에 숨어 있는 씁쓸함이 이 영화의 묘미다.



그리고 올린 대통령은 포르노 배우 출신 남자친구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것이 들통나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자 대통령은 다시 랜들 박사와 케이트를 불러들여 혜성의 충돌 위기를 자신의 정치적 위기의 타결책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드디어 미국은 전 세계를 대표하여 혜성을 파괴하는 작전에 돌입하는데 그 결과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게 되리라. 



올린 대통령과 배쉬 창립자 피터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빅 테크 기업 배쉬의 창립자 피터(마크 라이런스)는 상당히 괴짜에 위선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고객들로부터 확보한 정보로 사람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과대망상증 환자다. 그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은 돈만 밝히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다. 그는 인류의 위기 앞에서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감수할 수 있는 인물로 나온다. 그가 심지어 대통령까지 쥐고 흔드는 모습을 보여주며  거대 자본에 지배당하는 미 정가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슬프게도 중대한 인류의 위기 앞에서도 경제난에 고생하는 대중들은 그의 달콤한 일자리의 약속 앞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많은 부분들이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우울한 단면을 희화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경제 위기로 인한 고통으로 선동당하는 국민들, 자본가와 결탁한 정치인들, 돈이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하는 기업인들, 다가오는 위기를 애써 외면하며 당장의 쾌락과 행복만을 추구하는 인류에 대한 경고가 영화 곳곳에 스며 있다. 



사실 이 영화는 환경 위기가 지구에 몰고 올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려 제작되었다고 한다. 열렬한 환경운동가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 영화에 출연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 영화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통렬히 풍자하고 있다. 명백히 다가오는 위기를 외면하게 만드는 언론과 정치인, 기업가들의 태도에 대한 조롱이 이 영화의 제목에 녹아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지 마세요(Don't look up)'. 그리고 이에 속아 진실을 외면하는 시민들. 또는 거기에 더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시민들이 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블랙 코미디 영화 '돈 룩 업'은 충분히 볼만한 영화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실을 약간 비틀어 다소 과장됐지만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훌륭한 예술 작품의 임무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임무를 훌륭히 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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