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팅에서 몇 번 언급한 것처럼 나는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이라는 질병으로 약 20년 정도를 고생했다. 나의 젊은 시절 대부분을 이 질환과 함께 한 것이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진단 기준이 다양하게 있지만 아직 원인도, 치료법도 정확히 모르고 비슷한 증상을 묶어서 이렇게 부르고 있을 뿐이다. 공통적인 증상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극심한 피로인데 피로의 정도는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정도를 극심한 피로라 한다.
필자의 경우 학생 때부터 이 질환을 앓아서 학교의 쉬는 시간마다 거의 기절하는 것처럼 책상에 엎어져 잤다. 아무리 자도 피로가 안 풀려 잔 것 같지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나 고통스러웠기에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누워 쉬기 바빴다. 극심한 피로로 인해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고 황금 같은 젊은 시절을 허송세월 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지만 그것이 나라는 인간이 성숙하기에 꼭 필요한 시간이었을 거라고 받아들인다.
지금은 다행히도 건강을 회복하여 내 나이 또래 누구 못지않게 건강하다고 자부하고 있다. 타고난 건강이라기보다는 만들어온 건강이고 그래서 더욱 탄탄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많은 현대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만성피로와 무력감에 시달리고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내 경험이 그런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회복과 치유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알려드리고 싶다.
먼저 의사와 약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수술이 필요하거나 장기에 이상이 있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은 경우는 현대 의학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과거의 나처럼 신체검사를 하여도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지만 본인은 몸이 아파 죽을 것 같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현대 의학의 진단으로는 아직 이상이라고 할 수 없지만 본인이 느끼기에 몸에 심각한 이상이 있는 경우는 너무나 많으며 더구나 수많은 질병에 대해 모두 치료법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감기조차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아직 계발되지 않았으며 감기약이라는 것은 환자가 증상을 견디기 쉽도록 증상을 완화하는 역할뿐이다. 현대 의학에 한계가 있는 것은 의사들도 이미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현대 의학을 불신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과 받을 수 없는 부분을 분명히 구분하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우 환자가 직접 자기 몸을 돌볼 수 있도록 깊이 건강에 대해 연구하고 자신의 몸을 관찰해야 한다.
나는 20여 년간 많은 의사와 사이비 의료인의 희망찬 장담에 속아 세월을 낭비한 것에 대해 많은 반성을 했다. 의학이 명확히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제시한 분야에 한해서 의지하고 따랐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만성피로증후군을 앓으면서 맹목적인 의존으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으니 말이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몸의 치유에 있어서 현대 의학에 한계가 있는 분야는 자신이 능동적으로 치유 방법을 찾고 적용하며 자신의 몸의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오랜 시간 방황하다 보면 절박해지고 의사도 아닌 사이비 의료인들에게 속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치료법에 시간을 낭비하고 몸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려면 더 알아보고 공부해야 하고 스스로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회복하며 내가 깨달은 것은 몸과 마음이 하나라서 치유는 양쪽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몸만을 치유의 대상으로 생각해서 마음을 등한시해도 안되고 마음에만 집중하고 몸을 돌보지 않는 것도 답이 아니다.
치유의 관점에서 많은 것이 중요하지만 오늘은 운동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몸이 힘들어 죽을 것 같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너무나 힘겨워도 나는 계속 운동을 했던 것 같다. 의학적으로 딱히 효과 있는 치료법이 의사에 의해 제시되지 않으니 운동밖에 방법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양약도 한약도 오랜 시간 먹어봤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으니 나에게는 운동이 약이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허송세월 하는 것이 억울해서 빨리 회복하고 싶은 마음에 운동을 너무 무리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거기다 어릴 때 한국과 일본의 열혈 스포츠 만화를 너무 본 나머지 열정이 있으면 몸도 알아서 따라오리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며 무리한 운동을 하여 드러눕곤 했다. 힘들어도 끝까지 해낸다는 투지는 보기는 좋지만 몸에는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잘못된 습관으로 나빠진 몸이나 선천적으로 약하게 타고난 몸은 한순간 쉽게 바뀌지 않는다. 변화하는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여태껏 해본 운동은 검도, 요가, 수영, 등산, 웨이트 트레이닝, 격투기, 승마, 걷기, 사이클, 달리기 등 참으로 다양했다. 지금 회복한 시점에서 돌아보면 나의 회복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웨이트 트레이닝(근력 운동)인 것 같다. 걷기부터 사이클까지 유산소 운동은 기본적으로 건강에 좋은 운동으로 언론에서 매우 강조된다. 그에 반해 근력 운동의 중요성은 많이 경시되었으나 최근에 다시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골격이 장대하고 체격이 있는 사람들은 타고난 근육량도 많아서 근력운동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은 어쩌면 유산소 운동만으로도 건강 유지에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에는 유산소 운동 위주로만 운동했는데 너무 무리하다 보면 체중이 많이 빠졌다. 그리고 근육도 함께 빠지면서 더 무기력해질 때도 많았다.
그러다 근력 운동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자신의 몸에 대한 이해가 없이 의욕만 앞서 무리하게 무거운 중량을 들다 피로가 누적되어 포기를 하게 되었다. 그래도 처음엔 6개월 정도 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해 너무 무지해서 주 5일을 쉬는 날 없이 같은 부위를 운동하고 운동 후에 빵과 우유를 먹고 영양 섭취를 다했다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나 그 동안에도 조금이나마 근력 운동의 위력은 알 수 있었다. 운동을 하면서 전에 없이 몸의 힘이 강해진 것을 느꼈고 체력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의욕이 앞서 근력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다 오히려 그만두게 된 것이다.
특히 운동을 하고 다음날 많은 피로를 느끼신다면 운동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투병 중이신 분들은 근력 운동 시 부상을 당하거나 몸의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항상 몸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셔야 한다. 그렇게 나도 무리하면서 근력 운동을 그만두다 다시 시작하고는 했는데 요령이 생겨 이제는 근력 운동을 계속 한지 15년도 더 된 것 같다.
근력 운동은 운동하는 것만큼 쉬어주고 영양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근육은 운동할 때는 미세하게 찢어지며 상처를 입게 되고 휴식과 영양 섭취를 통하여 미세하게 찢어진 근육 세포가 아물며 근육이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근력 운동을 하는 초보자는 주 3일 운동이 적당하고 운동하는 날 사이에 반드시 휴식 일을 넣어주어야 한다. 물론 이는 정상적인 분들보다는 병을 앓고 있는 분들과 허약한 분들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처음부터 과도하게 운동을 쉴 새 없이 하는 것은 근육에 미세한 상처를 끊임없이 입히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운동 후 1시간 이내에 단백질을 반드시 섭취해야 근육이 빨리 성장한다고 하는데 최신 연구에서는 시간에 반드시 구속받지는 않아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근육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해 주어야 근육이 회복하고 성장한다.
몸이 아프신 분들에게는 우유로 만든 유청단백질을 권하지는 않는다. 소화나 흡수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닭 가슴살만 드실 필요는 없고 몸이 원하는 만큼 소고기든 돼지고기든 양질의 단백질을 마음껏 섭취하기 바란다. 가급적이면 방목 수입육이 가격적으로나 영양적으로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근력 운동을 할 때는 절대 남과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 몸이 운동에 적응하는 데는 적어도 3개월이 걸린다. 3개월 동안은 가랑비에 옷 젖듯 부담 없는 중량으로 운동하시길 바란다. 약간의 부하가 걸리는 정도의 무게로 몸을 적응시키는데 주안점을 둔다. 그 대신 처음엔 집에서 혼자 하는 것보다는 가까운 체육관을 찾아 등록하고 트레이너에게 묻고 유튜브 비디오로 올바른 자세를 익히시는 걸 추천한다.
잘못된 자세로 하는 무리한 운동은 몸을 되려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자분들은 남과 비교하여 경쟁심에 무리하다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그냥 주 3일을 채우는 마음으로 꾸준히 무리 없이 운동하다 보면 몸이 적응하게 되고 어느 시점부터 근력운동으로 쾌감을 느끼는 시점이 온다. 몸이 적응이 다 되었기 때문인데 이때쯤이면 이미 본인도 근력 운동으로 인해 체력이 증진되고 자신감이 향상된 것을 느낄 것이다.
근력운동은 성장 호르몬이나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자극한다. 그래서 자신감이 넘치게 하고 젊어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근육량이 늘어나면 기초 체력이 향상되어 같은 일을 해도 덜 지치고 활력이 더 생긴다. 그리고 주위 환경에 덜 예민해진다. 근력 운동은 숙면을 돕는다. 나는 요즘도 잠이 오지 않는 밤은 푸시업을 좀 하고 나면 잠이 든다.
항상 주의할 것은 지나친 운동으로 오히려 몸을 너무 지치게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근력운동은 처음엔 주 3일 20분씩 시작해도 좋고 시간이 지나면 본인이 알아서 운동 강도와 시간, 빈도수를 늘리게 될 것이다. 특히 환자분들은 자신의 몸에 맞춰 물 흐르듯이 흘러가야 한다는 것을 유념하셔야 한다.
근력운동으로 체력에 자신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유산소 운동은 같이 하게 된다. 거기다 운동 전후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면 금상첨화다. 필자는 예전보다 근 매스(근육 크기)에는 신경을 안 쓴다. 우락부락한 몸도 좋지만 대학생 시절 옷을 아직도 입을 수 있는 몸에 만족한다. 오히려 무리하게 근력 운동을 하다 보면 피로물질인 젖산이 과다 축적된다. 젖산이 아무리 분비되어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타고난 몸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쪽은 아니라서 무리하려 하지 않는다. 몸매를 위해서 건강을 희생하고 싶지는 않다.
근력 운동을 기본으로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유연성 운동으로 발전해 가는 것이 허약한 체질이나 병중에는 훨씬 낫다고 본다. 그리고 운동에 빠르게 취미를 붙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근육량이 있으면 어떤 운동을 해도 자신감이 있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식사량도 많아지고 운동량도 빠르게 증가한다. 무리하지 않은 근력 운동으로 건강의 자산의 기초를 마련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