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공연
그동안 송도로 학원을 옮기는데 정신이 없어 포스팅을 게을리했네요. 사실 8월 27일에 2022년 전주 얼티미트 뮤직 페스티벌(JUMF)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한 달 전에 예매했는데 학원 송도 이사가 공연 바로 다음 날인 8월 28일로 잡히는 바람에 취소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인생은 한방이다'라며 고고를 외쳤습니다.
페스티벌 다음날 학원 이사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 이사를 도왔고 고속도로가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바람에 6시간 이상 운전해야 해서 제정신이 아니게 피곤했지만 보람이 있었습니다. 추억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것이니까요.
이제 송도로 이사하면 전주까지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하러 내려가는 것은 더욱 힘들어질 테니 더더구나 취소할 순 없었습니다. 경주에서 전주까지는 3시간도 안 걸려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JUMF(전주 얼티미트 뮤직 페스티벌)의 행사장인 전주 종합 경기장은 안으로 들어가 보니 기묘한 기시감이 들더군요. 그 이유는 제가 사는 경주의 황성공원 종합 경기장과 놀랍도록 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전에 경주 황성공원 종합 경기장에서 한수원 후원으로 뮤직 페스티벌이 성대하게 열렸는데 거기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무튼 낯설지 않은 공연장 분위기에 편안함을 느끼며 잔디 위에 자리를 잡고 난 뒤 재빨리 무대로 달려갔지요. 무대 위에는 롤링쿼츠란 밴드가 공연 중이었는데 예쁘장한 아이돌 같은 여성들로 구성되었지만 음악은 꽤 파워 있는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조회 수나 구독자 수가 생각보다 꽤 많았습니다(조회수가 많은 뮤직비디오는 100만 회가 넘었어요). 댓글이 온통 영어로 달린 걸 보니 록 팬덤이 약한 한국보다 외국을 겨냥하여 홍보를 많이 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노야라는 밴드의 공연 뒤에 소닉스톤즈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펑크스타일의 신나게 질주하는 곡을 연주하였는데 상당히 관록이 있어 보였습니다. 2017년에 결성되었다고 하는데 이 정도 실력의 밴드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한국의 록신에 무지한 제 자신을 잠시 반성했습니다. 전성기의 오프스프링처럼 신나는 펑크 사운드에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를 적절히 잘 버무린 음악이었습니다. 시대를 잘못 만났을지도 모르는 밴드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갔습니다.
그리고 명불허전의 노브레인의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역시 질주하는 펑크 음악을 하지만 때로는 쿵짝쿵짝하는 스카 음악도 멋들어지게 잘하는 밴드죠. 역시 '넌 내게 반했어'를 부를 때 관객석에서는 폭동 같은 반응이 일어났습니다. 모두 정신없이 뛰며 열광의 도가니를 만들었죠. 그리고 '비와 당신'을 부르는 순간 관객들은 한마음으로 떼창과 함께 감동의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그다음에 나온 해머링은 밴드 이름처럼 망치로 가슴을 두드리듯 육중한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꽤 실력이 좋은 밴드였는데 앞쪽에 한 록 팬의 강렬한 헤드뱅잉 모습에 감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가히 헤드뱅잉 장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관객 중에 바야바의 모습을 한 관객이 있어서 또한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더운 날씨에 컨셉을 위해서 장렬히 한 몸을 희생하셨더군요. 바야바가 뭔지를 대부분 모르실 텐데 아주 오래된 미국 어린이 드라마 시리즈의 털북숭이 괴물입니다. 스타워즈의 추바카를 연상하시면 비슷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헤비한 사운드의 해리빅버튼 공연 시간은 아쉽게도 이른 저녁을 먹는다고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식사 반주로 듣기에는 너무 헤비한 감이 있죠. 그다음 밴드는 글렌체크입니다. 두 밴드 모두 제가 예전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나 감동받았었는데 전주에서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글렌체크는 일렉트로닉 댄스 팝이라고 해야 할까요, 신스팝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아주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할머니 두 분이 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춤추던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디아블로의 공연이 펼쳐졌는데요. 상당히 헤비한 사운드의 음악이고 실력도 좋았지만 멜로디가 너무 없는 관계로 저에게는 좀 난해한 음악이었습니다. 그리고 크라잉넛의 공연이 펼쳐졌는데요. 역시 송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처럼 신나는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다소 짧은 시간 무대에 섰는데 조금 아쉬움이 있네요.
그다음 로맨틱펀치는 여전히 좋은 연주를 보여주지만 밴드의 히트곡을 빨리 확보해야 할 듯합니다. 보컬 배인혁과 밴드 멤버들의 뛰어나 기량에 비해 큰 히트곡이 없어 오히려 커버 곡을 부를 때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더 이끌어내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싱어게인2에서 보컬 배인혁의 활약을 인상 깊게 본 저로서는 큰 히트곡 몇 개를 터뜨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다음날 학원 이사 관계로 끝까지 보지 못하고 윤도현 밴드(YB) 공연 중간까지만 보고 나왔습니다. 역시 관록의 밴드로 히트곡도 많다 보니 관객들의 호응이 컸습니다. 페스티벌 초반에 너무 달렸는지 YB 공연 중에는 솔직히 체력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듣는 윤도현 밴드의 히트곡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페스티벌 덕분에 이사하면서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또 하나의 추억을 가질 수 있게 되어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
노브레인의 '비와 당신'
글렌체크의 60's cardin
윤도현 밴드의 '잊을께'
소닉스톤즈의 'This is H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