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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잊혀진 자들의 전쟁 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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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는 마음 Oct 20. 2022

잊혀진 자들의 전쟁 - 24. 끝과 시작 2

잠시 시간이 멈춘 듯 나균을 둘러싼 소용돌이가 멈추고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갑자기 발록으로부터 피가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나균과 빈스의 몸으로부터도 피가 빠져나와 하나의 거대한 물줄기가 되어 영점장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전 세계의 흡혈귀들의 몸에서도 그들을 흡혈귀로 만들었던 저주인지 축복인지 모를 피가 영점장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발록도 지상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케세론 왕과 대사제 셔먼티는 전 세계에서 각국의 대통령 및 수상으로 변신한 렙타일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멀린의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멀린은 나균에게 공격당하는 드레이크를 도우러 가기 전에 마지막 결단을 내렸다. 셔먼티는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멀린의 명령을 들었다. 최종 공격을 감행하라는 지시였다. 셔먼티는 케세론 왕에게 마지막 허락을 구하고 전 세계의 정상이 되어 있는 렙타일들에게 명령을 송신하기 시작했다.

런던과 홍콩, 싱가포르와 뉴욕 등 세계 각국의 금융 중심 도시뿐만 아니라 중요한 금융 데이터가 보관되어 있는 모든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컴퓨터 자료와 백업 시스템이 거대한 폭발과 함께 파괴되고 있었다. 렙타일의 최종 공격은 핵공격으로 인류를 말살하고 지구를 황폐화하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고 금융 자료가 온라인에서 삭제된다면 민주주의, 공산주의 할 것 없이 실제로는 자본주의화되어 있는 대부분의 인류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지며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 있더라도 재산이 누구의 소유인지가 불분명해지는 순간 질서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모든 재산이 디지털 숫자로 0이 되는 순간 인간들은 패닉 상태로 빠질 것이 틀림없었다.

렙타일들로선 인간의 첨단 기술에 맞서 싸우기는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평생을 재산을 축적하는데 매달려온 인간들의 재산이 증발하면 공포와 혼란이 그들을 덮칠 것이 확실했다. 혼란에 빠진 인간들을 육체적으로 월등한 렙타일과 또 다른 크리처들이 공격한다면 인류는 쉽사리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이미 각국의 정상과 권력자로 변신한 렙타일들이 조금만 조종하고 선동하면 큰 혼란과 소요가 세계를 집어삼키는 것은 시간문제다. 계층이 사라지고 질서가 무너진 인간사회는 약육강식의 정글이 될 것이고 정글에서 렙타일들이 최강의 포식자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고대신들의 죽음과 함께 세계 도처의 금융 정보를 보관하는 시스템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연쇄적으로 폭발하며 인류의 금융 거래 기록 및 재산을 기록하는 시스템과 백업 자료가 남김없이 사라졌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막강한 권력이 필요했다. 각국에 있어서 금융시스템은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인 수단이요 제도였다. 사회의 근간인 금융과 사유재산 제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막강한 권력이 필요했다. 렙타일들이 각국의 정상들을 대체한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멀린은 발록에 의해 죽음을 당하면서도 웃고 있었다. 그는 각국에서 일어나는 폭발을 감지하였다. 그리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인류는 실패작이었어. 탐욕스럽고 지구를 갉아먹는 족속들. 너희를 쓸어버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이제 시작이야.”

나균은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빈스도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킨 나균은 뭔가가 바뀌었음을 느꼈다. 그는 평범한 청년으로 돌아와 있었다. 쓰러져 있는 빈스도 온몸의 문신이 사라졌다. 혜수가 나균에게 다가와 그를 꼭 끌어안았다.

케이트는 코븐의 연락망을 통해 각국의 금융시스템이 붕괴된 것을 알게 되었다. 케이트는 나균과 일행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부터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걸까?”

세상은 거대한 혼돈 속으로 들어서고 있었다.